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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드러머 Dec 02. 2021

재채기  테러

출근하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 손을 씻었다. 혹시 몰라 얘기하지만 난 깔끔한 스타일이 아니다. 중학교 1학년때 만난 친구가 손수건을 가지고 다녔었는데 난 그가 아직도 외계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남자치고 여자한테 이런 말 안 듣고 사는 남자는 없겠지만 어머니와 애엄마한테 안 씻고 다니냐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런 내가 출근하자마자 손을 씻게 된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아침 출근 버스에서 봉변을 당했기 때문이다. 버스 중간쯤에 있었는데 내 옆에 있는 남자가 내쪽으로 재채기를 해댔다. 자기 딴에는 앞에 있는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 않기 위해 그렇게 한 건데 앞사람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은 것에는 성공했지만 다른 사람 즉 나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에는 실패했다. 우린 그렇게 배웠다. 재채기를 할때면 옆으로 돌리라고. 그런데 그게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아니면 위인지 아래인지는 배우지 못했다. 사방이 있을 텐데 '재채기남'은 왜 하필 내쪽으로 고개를 돌렸을까?


그는 4번의 재채기를 정확히 4박자를 지켜했다. 그는 드러머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정확히 박자를 맞출순 없다. 그가 4박자로 내뱉은 재채기를 나는 왼손과 왼뺨에 직격으로 맞았다. 순간 며칠 전에 읽은 정유정의 <28>이 생각났다. 소설은 개와 개, 개와 사람, 사람과 사람으로 이어지는 전염병에 의해 한 도시가 아수라장이 된다는 내용이다. 그로부터 시작한 바이러스가 나에게 옮겨지고 난 회사에 옮기고 회사에 직원들은 각 기업으로 옮길 수도 있다. 회사에 도착해 손부터 씻었다.


소설 <28>의 상황은 점점 더 참혹해졌고 많은 사람이 죽어갔다. 현실에서는 이런 상황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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