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전환을 고민했던 이유
몇 주 전, 주위 사람들에게 직업을 바꾸고 싶다고 했다. 지금의 일을 한 지는 1년이 넘었다. 이제까지 주위에서 직무를 바꾸겠다고 말한 사람은 나 빼고 한 명도 없었다. 나만 유별난 거 같았다.
대부분은 나를 응원한다고, 일부는 홧김에 바꾼 거 같다고 했다. 보통 사람이 진로를 바꿀 때는 가던 방향에서 약간 각도를 틀지, 나처럼 180도 바뀌어서 환경을 뒤집어버리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이번 주 근무 중에 다른 이의 작업물에 감명받은 적이 있었다. 도입부부터 흥미진진한 EDM 같은 리듬이 아니라, 클래식의 클라이맥스에서 정신이 번쩍 드는 것처럼. 소주를 한 잔 들이켠 거 같은 속 시원함이 있었다. 다시 떠올렸다. 이 일을 정말 싫어하나?
아니었다. 이 일을 싫어하는 거 같다고 느꼈던 이유는 다른 사람에 비해 무언가 더 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속에서 우러나오지 않은 이유가 궁금했다.
재너럴리스트 성향을 가진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주변에는 스페셜리스트가 많다. 이들은 특징적으로 몇 개의 명사를 담고 있다. 반면 나는 명사가 아닌 동사로 표현되는 사람이었다. 그것은 ‘하다’이다.
무언가 잘하고 싶었던 적이 없었다. 잘하려고 하면 부담스러워서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내가 나에게 행동을 지시할 때는 “잘하려고 해봐”가 아니라, “그냥 해”가 맞는 거였다.
하나만 고집하고 다른 일을 못하는 게 싫었던 거였다. 직무 전환을 했더라도 ‘다른 거 하고 싶은데’를 외쳤을 거다. 하나만 깊게 파는 근성이 없다. 대신 다른 분야와 연결 짓는 능력이 있다.
나를 인정하고 나니 편해졌다. 난 남들보다 무언가를 잘하길 원하진 않는다. 단지 과거의 나에 비해 나아지길 바란다. 이 세계의 1등이 되고 싶지 않다. 올해의 마지막 날엔 1월 1일의 나보다 건강한 내가 있길 원한다.
‘글쟁이 개발자입니다’에 동사 ‘하다’를 어떻게 녹일지 고민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