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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 appétit! 프랑스인과 동거

by 헬렌

<My life in France>를 읽고 있다. 영화 줄리 & 줄리아에 나오는 원작 책이다. 영어책을 읽고 싶게 만든 건 다름 아닌 요리였다. 안 해먹으면 굶어 죽을 거 같아서 시작했는데, 음식을 준비하고 같이 먹으면서 나누는 대화가 좋아서, 다른 사람들에게 더 나은 걸 대접하고 싶어서, 새로운 채소를 알고 싶어서, 꾸준히 하고 있다. 지금은 내가 만들었던 일본 카레와 돼지고기 수육을 다시 먹고 싶다고 말해주는 친구가 있다.


프랑스 친구인 Clem과 같이 산 덕분이었다. 그는 항상 조언을 해줬다. 수육을 만들 때는 미소로 만든 국물 간을 봐줬고, 빵 위에 얹을 초콜릿을 만들 때는 다크초콜릿에 버터랑 우유를 섞어서 가나슈로 만드는 법을 보여주었다. 마트에 같이 가면 할 수 있는 요리를 알려줬고, 요리 영상을 볼 때는 “프랑스어로는 이렇게 말하는데”라면서 의미를 알려줬다. 씹을 때 혀에서 닿는 감각까지 말해주는데, 아직 미묘한 건 잘 이해하지 못한다.


얼마 전엔 혼자 여행하다가 숙소에서 키위 대가족을 만났다. 일본 카레 6인분을 해서 키친타올에 Help yourself를 적어 붙여뒀다. 온가족이 맛있게 먹었고, 할아버지는 두 그릇을 드셨다. Sarah가 카레를 먹으며 ”이 아이는 나의 딸, 저 아이는 남편의 아들, 그리고 이제 한 살 된 이 갓난아기는 우리의 아이예요.“라고 설명해주는데 재혼가정임을 밝히는 게 신선했다. 그녀는 나에게 북섬 오면 도와주겠다며 핸드폰 번호를 남기고 갔다.


칼도 들기 싫어했던 내가, 매일같이 주방에서 두 시간씩 보내고 있다. 영어 자막도 없는 일본어나 스페인어로 그 나라의 맛을 배운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뉴질랜드에서 배운 방식대로 요리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대접하고 싶다.

“프랑스 가면 가족들한테 만두 만들어 줄 거야.”

Clem이 했던 이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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