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만난다. 사귀는 건 아니고, 자주 만난다. 우리나라의 썸의 관계도 아니다. 해외에선 썸이란 개념도 없는 거 같다. 한국에선 연인 관계가 되기 전에 조금 아리까리한 서로 알아보는 그 애매한 선이 있는데, 서구권에서는 갑자기 확 치고 들어온다. 비유하자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는데 한국은 살금살금 기어오는, 여기는 시작하자마자 등짝 때리고 달아나가는 거 같다.
뉴질랜드에서 살면서 인도인 80%인 직장에 들어가 인도인을 만날 확률은? 높다. 내가 살고 있는 남섬엔 북섬보다 인도인이 적긴 하지만, 뉴질랜드 이민자 중에서 인도인이 제일 많다고 들었으니 이럴 만도 하다. 어쩌다 인도인이 나에게, 아니 반대로 내가 어쩌다 인도인에게 빠졌는가.
너무 심심했다. 나의 평소 일과는 새벽 4-6시 기상, 2시간 요리, 1시간 헬스장에서 걸으면서 독서, 출근, 퇴근, 2시간 헬스장, 유튜브로 요리 영상이나 넷플릭스 영어로만 보기, 이렇게 매일을 산다. 이 와중에 옆에서 누군가 콕콕 찌르면서 술 한 잔 마시자고 하니까 하하 재밌다 하고 만났다. 이렇게 한 번이 두 번 되고, 세 번이 되고 그렇게 됐다.
이 친구를 통해 인생에서 큰걸 하나 배웠다. 원하는 게 있으면 얻을 때까지 노력해야 한다는 거다. 한 번은 저녁 9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내가 잠 들어서 11시에 깼다. 전화 15통이 와 있었고, ‘미안해 근데 늦었으니까 내일 보자’라고 했더니 “너 잠 다 잤잖아. 안 피곤하지? 나오세요”이러더라. 정말 대단하다.
오늘은 인도 음식을 먹는다. 우버로 버터 치킨과 갈릭난을 시켰다. 인도 사람이랑 인도 음식을 먹어보는 건 처음이다. 얘도 심심해서 날 만나는 거 같은데 참... 한국인이 신기하긴 하겠다. 무슨 일이 또 생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