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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큐큐큐 Mar 11. 2024

나는 보란 듯이 인서울 할 거야.

용의 꼬리 vs 뱀의 머리

나는 보란 듯이 인서울 할 거야.



애증의 기억 때문일까, 

나는 한글, 국어,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학창 시절 내내 지대했다. 

(지금도 계속 갖고 있는지도...)

중학교 3학년 초까지 국어선생님을 꿈꿨었다. 

콤플렉스, 보상심리, 트라우마 같은 것들은 아녔을는지.


그러다 가세가 기울고, 

어중간하던 성적과 학비의 부담 등을 고려하여,

당시 학군에서 가장 질이 나쁜 실업계(상업) 고등학교로 진학을 결심했다. 

'용의 꼬리가 되느니, 뱀의 머리가 되어보자'라는 마음으로.

고교 3년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내신은 잘 쌓을 수 있었다. 


실업계 고교로의 진학 결정 당시, 

중3 같은 반 친구들의 참 많은 질타가 있었다. 

대학 갈 수 있겠냐고, 험한 길은 가는 건 아니냐고,

나는 또 모를 분한 감정으로

'두고 보자, 3년 뒤에 서로 어떤 대학에 진학하는지'

라는 다짐을 친구들에게 했다.


상업계열의 공부를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국어에 대한 생각보다는 

상경계열, 경영학과에 대한 진학으로 가닥을 잡게 되었다. 


진학 및 진로를 결정해야 했던 고등학교 3학년 시기

참 감사했었던 고3 시절 담임선생님이셨는데, 

어느 날, 반에서 성적 1~5등 하는 친구들을 한 명씩 데려다 면담을 진행했었다.

거제도에 위치한 전문대학에 조선학과 진학을 추천하셨는데, 

졸업하면 조선소에 바로 취업을 할 수 있다, 어떻다고.. (커미션이 있던 건 아니었을지)


나는 아예 생각하지도 못했던 선택지에

"저는 인서울 4년제 대학교 경영학과에 진학하고 싶습니다."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너는 절대 인서울 4년제 갈 수 없다. 힘들 거다."라고 참으로 힘 빠지는 말씀을 주셨었다. 


또다시 나는 그동안의 내 원동력이었던 서러움, 분한 감정이 북 받쳐 올라왔었다.

'반드시 나는 보란 듯이 인서울 4년제에 갈 거다!'라고 속으로 꾹꾹 다짐했다. 


결국, 나는 서울 소재 4년제 대학교의 경영학과로 진학했다.


합격자 발표 날, 

담임선생님께서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자신이 언제 그랬냐는 냥

곧장 교장선생님실로 함께 나의 손을 잡고 들어가며, 

"제가 해냈습니다."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었다.


그렇게 나는, 

전교생 중 5명도 채 안 되는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을 진학한 

현수막까지 내 걸리는 졸업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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