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일, 발표 면접, 그 숨겨진 이야기 두번째

무지개를 기다리는, 비의 시간

by Steven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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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일, 나의 비는 그치고 있는가


7월 2일의 그날, 숨 막히던 발표의 기억을 더듬어 그 뒷이야기를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조심스럽게 두 번째 이야기를 꺼내봅니다. 모두가 가장 궁금해할 이야기는 단 하나겠지요. 그래서, 합격했을까.


결과는 한 통의 이메일로 도착했습니다. 무심한 활자들 사이에서 ‘아쉽게도’라는 네 글자가 심장에 차갑게 날아와 박혔습니다. 어렴풋이 예감했던 결과였음에도, 온 마음을 다했기에 온몸으로 부딪쳐오는 현실의 무게는 생각보다 훨씬 더 아프고 무거웠습니다. 시간을 돌이킬 수만 있다면, 두 달 전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쯤 다른 결과지를 받아보지 않았을까 하는 부질없는 후회가 파도처럼 밀려왔습니다.


하지만 그 짙은 아쉬움의 안갯속에서, 저는 이전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진실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아무리 화려하게 이력서를 채워 넣는다 한들, 결국 채용이란 ‘원하는 자’와 ‘필요한 자’의 마음이 정확히 포개져야만 이루어지는, 세상 가장 간절한 악수와 같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들이 찾던 사람은 거대한 숲을 그리는 ‘사업 관리자’였고, 저는 숲을 이루는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돌보는 ‘공정 관리’ 전문가로서 저를 증명하려 애썼습니다. 물론 제게도 숲을 가꿔본 경험이 있었지만, 그 사실을 제대로 어필하지 못했다는 묵직한 자책이 뒤따랐습니다. 가장 중요한 패를 손에 쥐고도, 보여주지 못한 채 판이 끝나버린 기분이었습니다. 때로는 너무 많은 경력이 오히려 가장 빛나는 무기를 무디게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저는 그 쓰라림 속에서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가 망설였던 그 자리에 합격한 사람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세상은 참 좁고, 인연은 참 얄궂다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합격의 영광을 안은 그분은 작년, 머나먼 타국에서 제 옆자리에 앉아 함께 땀 흘리던, 저보다 나이가 많았던 바로 그 동료였습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어쩌면 제가 길을 잘못 들어선 덕분에 그분께 행운이 돌아간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분은 아마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의 존재조차 모르시겠지요. 먼 훗날 우리가 다시 만난다면, 과연 어떤 표정으로 오늘의 이 엇갈림을 안주 삼아 술잔을 기울일 수 있을까요. 하지만 솔직히 말해, 당분간은 힘들 것 같습니다.


찬란한 무지개는 언제나 비가 그친 뒤에야 떠오르는 법이라고 합니다. 비와 무지개는 결코 동시에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지금의 제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슬픔을 온전히 마주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모든 것이 멈춘 듯한 시간 속에서, 저는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시간’이었습니다. 텅 빈 막막함이 아니라, 오롯이 나를 돌아보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온전한 나만의 시간이었습니다.


이제는 정말 나 자신을 위한 몸짓을 시작해도 괜찮지 않을까. 시간이라는 길은 되돌아갈 수 없기에, 되돌아갈 필요가 없도록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기로 마음먹습니다.


지금 창밖에는, 밤새 세상을 두드리던 비가 그쳐가고 있습니다. 무섭게 쏟아지던 빗줄기는 어느덧 한풀 꺾이고, 흙과 풀의 냄새를 머금은 맑고 서늘한 공기가 창틈으로 밀려옵니다. 어쩌면 제 마음을 할퀴던 그 세차던 비도, 이제는 그쳐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고요히 창밖을 바라봅니다. 꼭 올 것이라 믿기에, 조급해하지 않으려 합니다.

내게도, 마침내, 무지개가 뜰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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