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다섯, 다시 무기력에 맞서다.
『내 몸에 생채기가 자주 생기듯, 마음의 생채기도 평생 반복해서 생길 것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리고 또다시 올 것이다.』
『서른셋, 잠시 멈추기로 결심하다.』를 쓴 후 3년 가까이 지났다. 그저 내 인생 최악의 시기를 극복하고자 나름의 처절한 발버둥이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글을 쓰는 행위만으로도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고, 짧은 글이지만 읽어주시고 공감해 주신 감사한 분들에게도 참 많은 용기와 위로를 받았다.
사실, 글을 다시 써야겠다고 생각한 건 꽤 오래전이다. 절망만이 가득했던 내 인생에 꽤나 많은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이 고통과 행복의 여정을 기록해놓고 싶었고 또 누군가 내 짧은 글로 힘을 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야 다시 글을 써 내려가는 솔직한 이유는 꽤나 이기적이다. 다시 한번 내 마음이 힘든 시기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물론 3년 전처럼, 수많은 사건이 겹쳐 극단적인 상황이 다시 온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 번뿐일 줄 알았던 마음의 고통이 다시 찾아왔고,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극복해보려 해도 잘 되지 않았다.
지금의 나의 상태를 처음 마주한 순간부터 새롭게 생긴 의문이자 아직까지 답을 내리지 못한 질문이 있다.
'인생의 기본값은 고통이니 이를 자연스레 여기고, 가끔 선물처럼 오는 행복감을 소중히 생각해야 할까?'
아니면,
'인생의 기본값은 행복인데, 내가 즐기지 못하고 감사하지 못한 채 습관처럼 불안과 고통을 안고 사는 걸까?'
아직도 고민하고 있지만 정말로 모르겠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히 알 것 같았다.
인생은 고통과 행복이 공존한다는 것. 그래서 나의 행복을 위해 항상 노력하되, 고통을 마주하는 방법도 알아야 한다는 것.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고통에 무감각해지는 것이 아니며, 한 번의 고통이 지나갔다고 하여 행복만이 가득하지는 않다는 것. 마냥 버티면 지나가겠지만, 언젠가는 다시 올 테니까.
누군가는 모두 힘들게 산다고, 너무 징징댄다고 손가락질할 수 있겠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내 마음의 상태를 외면하지 않고 돌보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생채기에 연고를 바르듯, 하루에도 수십 개씩 생겨나는 마음의 상처에도 보살핌을 주어야 한다. 살아가며 변해가는 가치관을, 적절한 책임감 속에서 인생에 적용시키는 건 훌륭한 일이라고 본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고, 방향키는 내가 쥐고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서른 다섯 가을에, 다시 한번 나를 대면하고 솔직하게 대화하며 지난 3년의 시간을 돌아보려 한다. 지금의 아픔을 보듬고 슬기롭게 이겨내기 위해, 그리고 다시 찾아올 또 다른 아픔에 좀 더 성숙하게 대응하기 위해.
나에게 행복은 무엇인지, 그것을 위해 내가 노력해 온 여정을 통해 나를 칭찬해 줄 것이다.
좌절을 느끼는 순간 그리고 자괴감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지 생각해 보고 상처받지 않는 연습을 하려 한다.
가족, 사랑, 친구의 의미는 무엇이며 내 인생 최우선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에 충실해보고자 한다.
나의 욕망에 대해 솔직히 마주하며, 가능성이 있다면 쟁취하기 위한 계획을 세워보고자 한다.
그리고 진심으로, 나와 같은 상황의 누군가가 있다면 조금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