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다섯, 다시 무기력에 맞서다.
복직을 하고 회사에서의 괴로움을 참아가며 내가 집중했던 것은 '사이드 프로젝트 설계'였다. 어떻게든 회사를 떠나서도 먹고살 수 있는 나의 무기를 최대한 빨리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일명 '옆주머니'를 처음 차보는 사람이었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닥치는 대로 검색해 보고 시도해 봤다. '초보자의 사이트 프로젝트 설계 과정'은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무엇을 하고 싶은가? 그리고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해보고 싶은 것 그리고 해야만 하는 것에 대해 고민했다. 장기적으로 해야만 하는 것은 '투자'였다. 상승장에 눈이 뒤집혀 수천만 원을 날렸지만, 그 경험에서 나는 반드시 공부해서 평생에 걸쳐 반복될 상승과 하락 사이클 안에 참여자로 있어야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두 번째로 해야만 하는 것은 '글쓰기'였다. 인생 최악의 시기를 보내던 시점에, '내 인생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에 대한 궁금증에 내 어린 시절부터의 기억을 워드에 정리해 보기 시작했다. 그때 상담선생님이 그것을 온라인에 올려보라고 조언해 주셨고, 고민 끝에 블로그보단 '브런치'에 올리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모든 기억들을 뭉터기로 뿌려대듯 적어 내려갔고, 그것을 정리하여 나온 글이 '서른셋, 잠시 멈추기로 결심하다.'이다. 이 글을 쓰기로 결정한 것은 내 인생 몇 안 되는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살아다가 정말 지칠 때 가끔 꺼내보면, 버텨낼 수 있는 작은 힘을 주기 때문이다.
그다음으로는 해보고 싶은 것에 대해 정리했다. 그 시점에 내가 가장 흥미를 품었던 것은 '새로운 것에 대한 공부'였다. 나의 경쟁력을 키우려면 지금까지 내 인생에 없던 것을 배워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향'이었다. 나는 '향기'를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이참에 단순히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깊게 공부를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책을 구입하고 향기 관련 논문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SNS'를 공부해보고 싶었다. 너무 큰 세상이고 기회가 많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평생 SNS라곤 해 본 적이 없이 없었기 때문에, 남들은 쉽게 하다못해 중독까지 되어버리는 SNS가 나에겐 공부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 세상이었다. 그 외의 많은 것을 필터링 없이 생각해 내고 고민하고 또 정리했다. 그렇게 정리한 어설픈 결과물이 아래와 같다.
나는 거창하게 세운 저 계획을 실천을 했을까? 처음 몇 주는 열심히 했다. 경제 신문을 읽고 투자해보고 싶은 기업을 골라내어 사업보고서를 잔뜩 출력해 열심히 공부했다. 어설프지만 투자 전략을 세우고 매수, 매도 전략을 수립했다. 그래서 실제로 성공을 한 사례도 있다. 향에 관한 책과 논문도 읽었고 조향사 자격증을 따기 위한 일정 및 계획도 수립했다. 어설프지만 유튜브 영상도 제작해 보고 홈페이지도 만들어보았다.
운동하고 독서하는 시간을 제외하곤 퇴근 후 모든 시간을 프로젝트 수행에 쏟아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만족감과 희망을 느끼기보다는 점점 더 무기력해지고 불안해져만 갔다.
'이래서 회사를 언제 그만두지...? 당장 월급을 대체해야 빨리 그만둘 수 있는데...'
솔직하게 말하면, 회사에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간절했다. 그 마음이 나를 조급하게 만들었고, 당장의 성과와 수익만을 갈구했다. 투자 전략을 성공했다 해도 적은 시드에 수익은 몇만 원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초심자의 행운이 깃들었을 것이며, 다음에도 내 전략이 성공할지는 모르는 일이다. 또한 조향사는 민간자격증이고, 조향 관련 사업은 제약이 있으며 자본도 필요했다. 인스타그램, 블로그, 유튜브 등은 나에겐 수익이 날지 안 날지 모르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그렇게 나의 조급함이 모든 선택을 좌우했다. 화려하게 세웠던 계획은 계속해서 수정되었고, 진척 없이 계획만 세워가는 미련한 행동이 반복되었다.
내 유튜브 알고리즘은 단순 명료하게 계획하고 앞만 보고 실행하여 큰 성과를 낸 사람들의 무용담을 수없이 보여줬다. 처음에는 희망으로 그것을 시청하던 나는 점점 좌절하고 자존감이 낮아졌다. 나는 계획만 화려하게 세우고 정작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했다는 생각에 시야는 좁아졌고 조급함은 나날이 커져갔다.
나는 몇 년간 시간을 투자하여 도전하고 성과가 날 때까지 회사를 다닐 마음이 전혀 없었다. 회사를 중간에 나오더라도 올인할 가치와 가능성이 있는 무언가를 갈구했고, 또 내가 하는 만큼 당장의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을 찾아 헤맸다. 그때 나의 알고리즘은 그 모든 조건에 부합하는 돌파구를 내 앞에 가져다주었다. 바로 '온라인 창업'이었다. 노력여하에 따라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고, 적은 자본과 낮은 리스크로 실패하더라도 세상의 중심이 되어가는 큰 시장을 경험하고 또다시 도전해 볼 수 있다는 점이 나의 니즈에 완벽하게 부합했다. 나의 모든 계획은 '온라인 창업' 중심으로 전면 수정되었고, 조급함에 사로잡혀 무기력해졌던 나는 다시 한번 동력을 얻고 희망을 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