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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러던어느날 Oct 01. 2024

서른넷의 나 (2) _ 불안과 좌절

서른다섯, 다시 무기력에 맞서다.

퇴사를 위해 내가 목표로 잡은 수익은 월 300만 원이었다. 마진율을 15%만 잡아도 2,0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내야 했다. 매출 500만 원을 너무 빠르게 달성했고, 곧 나의 퇴사는 현실이 될 것이라고 희망했다. 그러나 지난 글의 매출 추이를 보면 알겠지만, 매출이 1,000만 원을 넘긴 적이 한 번뿐이다. 퇴사만 꿈꾸며 기계처럼 열심히만 한 나도 점점 지치고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모든 이유가 나의 게으름 때문인 것 같았다. 회사와 병행하니까 느릴 수 있다는 위안도 이제 약효가 다했다. 밤늦게 퇴근하는 경우가 많고 회식도 잦은 편이라, 초기에는 이런 걸 위안 삼아 잘하고 있다고 나를 위로했다. 그러나, 내가 늘 보는 유튜브 채널에서는 나보다 더 최악의 환경에 놓인 사람들도 금방 매출을 내고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디테일이 부족한가?, 너무 분석도 안 하고 막 했나?' 하는 의문에 '아니, 충분했어.'라고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하면서, 나의 작은 게으름 하나하나가 전부 나의 더딘 매출 성장의 원인처럼 느껴졌다. '퇴근하고 너무 피곤해서 한 시간 자서 그런가?' 혹은 '주말에 운동을 너무 오래 하나?', '사람을 만나면 안 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나를 지배했다.




계속 내 탓만 하며 자존감 깎아먹는 건 의미가 없었다. 그보다 무엇이 부족한지 알아내야 했다. 그래서 온라인 강의를 들었던 강사의 오프라인 강의를 수강했다. 금액이 비싼 만큼 소규모로 강의가 진행됐고, 온라인으로는 알 수 없는 꿀팁들과 노하우들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오프라인 강의는 나에게 또 다른 좌절감을 주었다.


오프라인 교육은 메인 강사가 강의를 하고 보조 강사들이 옆에서 도와주었다. 유튜브로도 자주 보던 사람들이라 처음에는 연예인이라도 만난 듯 신기했지만, 이 사람들 대부분이 나보다 늦게 사업을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마음이 철렁했다. 몇 천만 원의 매출과 수익을 인증하며 마인드 세팅을 도와주는 저 사람들이, 나보다 한참 늦게 시작한 사람들이라니. 참 부끄러웠다. '내가 간절하지 않았는가?' 아니다. 저들만큼 나 또한 간절했으리라. 그런데 왜 나는 이 자리에, 저 사람들은 저 자리에 있는 걸까? 마치 내가 실패자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오프라인 강의장.. 여기서 퇴사를 꿈꿨는데...


난 잡생각이 너무 많다. 너무 많은 것을 깊게 생각하고 고민한다. 생각이 꼬리를 무는 경우가 많고 자꾸 상상의 나래를 펼쳐 부정적인 시나리오를 써 내려간다. 그래서 저 사람들이 부러웠다. 마치 목표가 있으면 다른 생각 없이 앞만 보고 실행하는 것 같았다. 나처럼 내 탓을 하고, 실패를 자책하는 시간 낭비 따위는 안 하는 것처럼 보였다. 보조 강사의 '그래도 잘하시네요, 조금만 더 하시면 매출도 크게 뛰겠는데요.'라는 조언이 마치 나를 아래로 내려다보는 것 같은 자격지심으로 이어졌다. 강의장에서는 '이 악물고 더 열심히 하자.'라고 다짐을 했지만 현생에서는 그렇지 못한 나를 자각할 때마다 자괴감이 들었다. '그 많은 일을 혼자 한다고 하면 어쩌냐 멍청아..'라던가 '팀장이 저녁 먹자는 거 거절했어야지 모질아..' 같이 현실과 타협하는 내가 미웠다.


그래도 정말 아팠을 때에 비해 한층 성장했음을 느끼기도 했다. 내 목숨을 지금까지 지켜준 것이나 다름없는 '운동', 오랫동안 나에게 좋은 영향을 준 고마운 '상담 선생님', 나의 가치관과 생각을 잘 정리해 놓은 '나의 글', 그리고 항상 나의 세상을 넓혀주는 '독서'가 항상 좌절의 늪 입구에서 막아주었다.


부정적인 생각의 꼬리를 끊어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상담 선생님은 항상 '상상하지 말고 현상을 보라.'라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말씀하셨다. 나의 현상은 '회사 생활 병행'과 '그래도 수익이 났다.'였다. 탄탄한 대기업의 월급을 받고 있기 때문에 더 맘 편히 도전을 병행을 하는 것이고 실제로 매출도 성장세인데, 너무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혔고 그건 나에게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보상의 수레바퀴는 천천히 돈다.' 그래도 나는 하루는 매일매일 나아지고 있고, 일 년 전만 해도 알지 못한 세상을 배워가고 있다.




내가 힘들 때마다 꺼내보는 핸드폰의 메모 중 특히 좋아하는 문구들이 있다. 소설, 자기 계발서, 웹툰, 웹소설 등 어떤 경로든 나에게 충격을 준 문장들은 다 적어놓았다. 아침에 출근할 때, 마음이 힘들어 산책할 때, 책을 읽는 게 조금 귀찮을 때 나는 그 메모를 꺼내 읽는다.


'인생이 꼭 두려움과 미봉책, 불안, 후회로 점철될 필요는 없다. 다른 좋은 감정들로 채워보자.' 어디서 보고 적었는지 모르겠지만 힘들 때마다 자주 보는 문장이다. 지금의 더딘 성장과 퇴사하지 못함에 대한 자책, 후회, 불안감은 잠시 접어두는 연습을 했다. 그보다는 계속해서 들어오는 월급 외의 수입들, 그것이 나에게 주는 희망과 자신감으로 내 생각을 채워보기로 했다. 일 년 전 나는 절대 알지 못했던 그리고 지금의 회사 동료들 대부분이 아직도 모르는 세상을 경험을 하고 있음에 풍족함을 느껴보고자 했다.


'지금의 열정이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현재의 무기력이 평생 갈 거라고 생각하지 말자.' 갑자기 가슴이 조여올 때마다 주문처럼 외우는 말이다. 다시 아프지 않기 위해 힘을 빼는 연습을 해야 했고, 현재의 고통으로부터 무작정 도망치지 않기 위해 항상 가슴에 새겼다. 그러나, 나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회사에서 느끼던 무기력이 사라지고,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던 내 일에 대한 열정이 신기한 방식으로 되살아날 줄은...


'22년 10월, 회사에서 대규모 조직개편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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