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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솔 Sep 05. 2024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되다니!

운명의 수레바퀴가 몸을 기울였다.

#1


오늘 출근 하려 엘리베이터 호출 버튼을 눌렀는데 웬걸, 층마다 서는 것이다!


기다리는 걸 싫어하는 나는 속으로 툴툴거리면서도

처음에는 '원솔, 너 어른이잖아. 인생이 뜻대로만 되는 게 있어?'라고

달래는 천사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이내,


'아오 그래도 아침부터 너무한 아니오!!'라는 악마의 의견이 합리적인 같아 수긍하고 만다.


욱하는 마음을 꾹꾹 눌러 담고 지하주차장으로 가 시동을 건 순간,

나도 모르게 소리 질렀다.


"이런, 내 가방!" 


지금은 저녁 시간이라 담담히 말하지만 진짜, 환장하는 줄 알았다.






#2


인생은 결코 우리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출근길 엘리베이터 정체부터 대학 입시, 취업, 연애, 사랑, 결혼, 출산, 양육 등

단계마다의 경우의 수들이 만나 인생이라는 넓은 강을 이룬다.


부지런히 앞만 보고 굴러가던 운명의 수레바퀴가 돌부리 하나를 잘못 밟기라도 하면,

어어 휘청거리며 전혀 다른 향으로 몸을 기울인다.


내겐 8월의 제주가 돌부리였다. 그것도 아주 큰.

모종의 이유로 제주에 머물다 감당할 수 없는 시상에 완전히 압도되었으니 그럴만했다.


사실 여행 목적으로 간 것이 아니라 정해진 일정들을 소화하며 업무도 봐야 했는데

속 시적 아이디어가 떠오르니 골치 아팠다.


해안도로를 운전하다 만난 윤슬이 시 주제로 자기 어떠냐며 유혹했고,

우연히 틀어놓은 장범준의 노래가 지금 뭐 하냐고 질책했다.


글도 잘 못쓰고 더군다나 시는 학생 때 몇 편 써본 게 다라 외면하고 싶었다.

그런데도 계속 저러니 어쩌겠는가 일단 써야지.

내가 무슨 힘이 있다고.


일정을 마친 후 새벽까지 시상을 정리하며 일단 써 내려갔다.

새벽 3시에 잠들었다 6시에 눈이 떠져 다시 하던 일을 반복했다.


몸은 정말 죽을 듯이 피곤하고 힘들어도 깊은 감정과 사색이 즐거웠다.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일이 카타르시스를 안겨줌을,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3일 동안 열두 편의 시를 완성한 후, 사람들에게 내가 쓴 시들을 소개하고 싶어졌다.

'뭐가 좋을까, 블로그? 인스타? 둘 다 안 하는데 어쩌지?'


그러다 떠오른 것이 '브런치'였다.



#3


어디 보자, 브런치에 글을 연재하려면 작가 신청을 먼저 해야 한다고?

작가소개에, 연재 계획에 컨셉까지 써야 하네, 예시 글도 제시하고.

카카오 요즘 말이 많던데 콧대가 높구만. 그래도 일단 직진이다!


"저는 원솔입니다 블라블라

써놓은 작품도 있고요 목차도 정해놨습니다

일단 시 주제는 사랑입니다. 이래 봬도 감수성 예민합니다. 진짭니다.

사람 겉만 보고 판단하시면 안 됩니다."


최대한 나를 예쁘게 포장해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한 지 4시간 만에,


예쓰! 그렇지!


사실 고백하건대 작가로 선정될 거라 100% 확신했다. 시가 이제 운명의 일부라면,

적당한 무대가 마련되리라 믿었으니까.


서울로 올라온 지금도 업무와 일상에 꼭 필요한 일 외에는

오직 글 생각과 시상을 떠올리느라 여념이 없다.

피곤해도 즐겁다, 정말.


여러 작가님들의 글을 보며 조악한 글에 쭈구리가 되는 마음은 어쩔 수 없지만

이제 시작이니, 괜찮다.


브런치 독자님, 그리고 작가님들, 앞으로 제 성장을 지켜봐 주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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