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업계가 오랜만에 숨통을 트고 있습니다.
지난 2년 넘게 이어졌던 전기차 배터리 부진이 끝날 기미는 아직 뚜렷하지 않지만, 그 공백을 메우는 새로운 수요처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ESS(에너지저장장치)입니다.
ESS란?
쉽게 말해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큰 배터리’와 같습니다.
밤처럼 전기가 남아도는 시간대에 전기를 저장해 두었다가,
낮처럼 전력이 많이 필요한 시간에 다시 꺼내 쓰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ESS는 재생에너지 시대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태양광이나 풍력은 날씨나 시간에 따라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그대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어렵습니다.
ESS는 이러한 들쭉날쭉한 발전량을 보완해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도록 돕습니다.
또 전기가 저렴할 때 충전해 두었다가 가격이 비쌀 때 사용하는 방식으로 전기요금을
절감할 수 있어 경제적입니다.
마지막으로 병원이나 데이터센터처럼 전력 공급이 끊기면 안 되는 곳에서는 정전 시에도
ESS 덕분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습니다.
바닥 탈출 시그널이 잡히다
9월 들어 양극재·음극재·분리막 등 핵심 소재 수출이 25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습니다.
반전의 배경에는 ESS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재생에너지 확대,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전력을 효율적으로 저장·공급하는 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대형 계약으로 확인된 수요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굵직한 수주 소식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7월 43억 달러 규모의 LFP ESS 배터리 장기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삼성SDI는 올해 3월 미국 넥스트에라에너지와 4,300억 원 규모 계약을 맺으며 유틸리티 ESS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SK온도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최대 7.2GWh 공급 계약을 확보했습니다.
이처럼 ESS 물량이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탈중국 기류, 한국엔 기회
정책 환경도 호재로 작용합니다. 미국은 내년부터 중국산 ESS 배터리에 58% 관세를
매기겠다고 예고했습니다.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던 중국 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고,
이는 한국 기업들에 반사이익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희망적인 흐름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반등인지에 대한 확신은 아직 조심스럽습니다.
실제로 글로벌 배터리 출하량의 약 70%는 여전히 전기차용입니다.
ESS 비중이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규모 차이가 크다는 사실은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더군다나 유럽 시장에서는 중국 LFP 배터리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어, 국내 기업들이 NCM(니켈·코발트·망간) 중심의 전략만으로는 방어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투자 인사이트
이번 흐름을 투자자의 시각에서 해석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 확실한 수주와 북미 고객 기반이 강점.
엘앤에프,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 LFP 양극재 전환, ESS 전용 라인 투자 여부가 관건.
넥스트에라에너지, 플루언스 - 프로젝트 단위로 시장 확대.
투자자는 ESS 성장 모멘텀과 EV 수요 회복 타이밍을 함께 추적해야 합니다.
두 축이 맞물리는 순간, K-배터리는 진짜 반등의 사이클에 진입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