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의 무대 위에서 늘 부딪히던 두 주인공이 있었습니다.
미국의 램리서치와 일본의 JSR.
한쪽은 식각·증착 장비의 절대 강자였고,
다른 한쪽은 세계 포토레지스트 시장을 지배해 온 최강자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두 회사가 뜻밖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법정 다툼까지 이어진 특허 분쟁을 접고, 차세대 핵심 소재인 무기물 포토레지스트(Metal Oxide PR)
공동 개발에 손을 맞잡은 것입니다. 경쟁자에서 동맹자로 바뀐 순간이었습니다.
왜 무기물 PR인가
반도체의 초미세화가 진행될수록, 기존의 유기물 기반 포토레지스트는
더 이상 한계를 숨기지 못합니다. 회로의 선폭이 얇아지고,
균일한 패턴이 필요할수록 재료의 물성이 중요해집니다.
무기물 PR은 금속 산화물을 활용해 기존보다 단단하고 정밀한 회로 형성이 가능합니다.
특히 ASML이 준비하는 High-NA EUV 노광 기술과 결합될 경우,
이 소재는 미래 반도체 제조의 ‘게임 체인저’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이번 협력은 곧 다가올 세대 교체의 서막과도 같습니다.
한국 기업의 과제
국내에서도 삼성SDI, 동진쎄미켐, 디엔에프 등이 무기물 PR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그러나 상용화에 성공한 곳은 아직 없습니다.
만약 양사가 규모와 특허를 무기로 시장을 장악한다면,
한국 기업은 개발 단계에서조차 설 자리를 잃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산화와 현지 생산 체계 구축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기업 간의 제휴가 아닙니다. 글로벌 소재 공급망의 판이 재편되는 신호입니다.
동진쎄미켐은 이미 EUV 유기물 PR 양산 경험이 있어, 무기물 PR까지 연결할 수 있다면
새로운 성장 축을 만들 수 있습니다.
삼성SDI 전자재료 부문은 배터리로 알려져 있지만 반도체 소재 포트폴리오도 보유해,
중장기적 확장이 기대됩니다.
디엔에프 역시 국산화 프로젝트의 수혜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편, 글로벌 차원에서 보면 JSR과 램리서치 모두 협력 효과를 장기간 누릴 수 있는 구조를 마련했습니다.
투자자에게는 단기 뉴스가 아니라 장기 지형 변화를 읽는 것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