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은 결국 데이터 전송 속도입니다.
GPU가 아무리 강력해도, 서버 간 데이터를 제때 주고받지 못하면 성능은 발목을 잡힐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반도체 업계가 ‘광(光)반도체’, 즉 실리콘 포토닉스(SiPh) 에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엔비디아와 TSMC의 연합 전선
지난 8월 ‘핫칩스 2025’에서 엔비디아는 자사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을 공개했습니다.
데이터 전송량은 2배, 신호 품질은 60배 이상 향상됐다는 설명이 뒤따랐습니다.
핵심은 전력 소모와 병목 현상을 동시에 줄였다는 점입니다.
제조 파트너는 다름 아닌 TSMC. 이미 아야랩스(Ayar Labs),
라이트매터(Lightmatter), 셀레스티얼AI 등 미국 유니콘 스타트업들도 TSMC와 손을 잡고 있습니다.
이 생태계가 차세대 AI 데이터센터의 표준을 만드는 그림입니다.
중국의 ‘광모듈 3인방’
중국 역시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중지시우창(Zhongji Innolight), 신이셩(Eoptolink), 톈푸퉁신(Tianfu Communication) 등 이른바 ‘광모듈 3인방’이 빠르게 시장에 진입했습니다.
중지시우창: 이미 800G 모듈 상용화, 1.6T 개발 중
신이셩: 2022년 미국 알파인 옵토일렉트로닉스 인수, SiPh 기술 확보
톈푸퉁신: 광엔진·FAU 부품에서 경쟁력, 엔비디아 공급망 참여
이들의 공통점은 기존 통신 모듈 사업을 광반도체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의 수출 규제라는 변수는 있지만, 내수와 자체 생태계만으로도 규모가 큽니다.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20년 넘게 국책 연구기관에서 연구는 이어졌지만
상용화 단계로 연결되지 못한 사례가 많습니다.
삼성전자가 브로드컴과 협력하며 포토닉스 개발에 나서고 있고,
스타트업 라이팩이 광 패키징 분야에서 해외 시장을 두드리고 있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입니다.
투자자가 주목할 포인트
수요 측 지배자: 엔비디아(NVDA)
GPU와 네트워킹을 동시에 잡으며, 향후 CPO(Co-Packaged Optics)의 최대 수혜주입니다.
파운드리·패키징: TSMC(2330.TW), 브로드컴(AVGO)
제조 공정과 IP를 쥐고 있어 광반도체 생태계의 허브 역할을 합니다.
부품·소재: Coherent(COHR), Lumentum(LITE), Corning(GLW)
레이저, 광소자, 광섬유에서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큽니다.
중국 A주 기회: 중지시우창(300308.SZ), 신이셩(300502.SZ), 톈푸퉁신(300394.SZ)
내수 중심이지만, 기술 전환 속도와 정책 지원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습니다.
한국 변수: 삼성전자(005930.KS)
메모리 강자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파운드리와 패키징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그림
2025~2027년은 800G 고도화와 1.6T 초기 도입, 그리고 CPO 상용화의 변곡점이 겹치는 시기입니다.
아직은 불확실성이 크지만, 분명히 구조적 성장의 파도가 몰려오고 있습니다.
투자자라면 단일 기업에 올인하기보다는 ‘수요(엔비디아)–제조(TSMC·브로드컴)–부품(Coherent·Lumentum·Corning)’ 체인을 함께 가져가는 전략이 안정적입니다. 여기에 중국과 한국 기업은 ‘양념’처럼 포트폴리오에 담아두는 정도가 적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