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붙잡고 있는 어쩌지 못하는 마음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를 지키기 위해 만들었던 강한 기준들을 떠올려 봅시다. 저는 상처받기 싫어서 말을 아끼다 보니 이젠 남들과 대화가 안 될 지경입니다. 이러면 어쩌지, 저러면 어쩌지 망설이다가 작은 일에도 심약해지며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절벽 끝에 선 기분이라 한 걸음도 내딛지 못했습니다. 그런 제가 받은 조언은 '내려놓기' 입니다. 내가 그토록 아프게 붙잡고 있는 강한 틀을 내려놓는 것을 말합니다. 손 한 번 떼면 한걸음 물러날 수 있는데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손을 떼지 못하고 있던 겁니다. 어떤 집착하는 마음이 만들어 내는 고통은 나를 한없이 끌어내립니다. 내가 만들어 낸 지옥이라고 저는 표현합니다.
저는 정말 소심해서 남들 앞에 서는 게 부담스럽습니다. 그런 제가 숨지않고 계속 남들 앞에서 말하려고 하는 건 하나씩 내려놓는 과정입니다. 서비스직에서 자주 일했고, 최근까지도 계속 서비스직을 찾아 갔던 건 제가 굳게 가지고 있는 저의 모습을 깨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서비스직에서 다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존재합니다. 저를 그냥 그 두려운 상황에 놓이게 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렇게 매일 낯선 사람에게 말걸고 낯선 사람을 대하는 게 마음 한켠으로는 매우 불안합니다. 막상 고객을 마주하면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는데, 너무나 강한 무의식으로부터 불안한 마음이 올라옵니다. 결국 마음 한켠의 불안함을 못 견뎌 실패를 자주 하며, 그럼에도 저는 계속 해봤습니다. 바쁘다보면 두려움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어지는 때가 오기도 했습니다. 고객과 마음이 통해서 진심이 담긴 미소가 나오는 순간이죠. 그 순간을 맛보려고 저는 계속 해봤습니다.
최근에는 정말 외향적인 모임에 일부러 참가한 적이 있습니다. 저 혼자 내향형 인간이었죠. 잠깐 망설였지만 요즘 내려놓기가 목표였으니까, 한번도 안하본 거 해보자 싶었습니다. 낯선 사람들을 그냥 만난 것도 아니고 만나서 차를 마시며 인생에 대해 얘기하다니..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모두 제가 더듬거리면서 말해도 귀 기울이면서 경청해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시간 가는 게 아까울 정도로 좋은 대화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이처럼 안하던 짓을 해보는 게, 내려놓기에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알 수 없는 두려움으로 낯선 사람 만나기를 기피해오던 저인데 막상 하고 나니 별 거 아니었습니다. 나를 가두고 있던 건 나 자신이었구나 깨달았습니다.
내려놓는다는 게 다소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제가 해봤던 행동들을 예시로 보면 대충 어떤 건지 감이 오시리라 생각합니다.
놓지 못하는 게 나를 한정시키는 말일 수도 있고, 두려움과 상처일 수도 있고, 심지어 애착이나 자기애일 수도 있습니다. 당신의 상처를 이제는 정면으로 직시합시다. 당신의 사랑을 이젠 제대로 파악합시다. 어떤 긍정적으로 느껴지는 단어도 어쩌면 놓지 못해서 힘든 원인일 수 있습니다. 모든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인지하며 하나하나 놓아보는 건 어떨까요? '이건 절대 안돼'의 마음을 놓아버리는 겁니다. 내 두려움을 날것 그대로 꺼내보고 똑바로 해부해보는 겁니다. 그 과정은 정말 고통스럽지만, 그 과정이 없어도 고통스러운 마음은 그대로입니다.
사실 계속해서 글을 쓰면서, 모든 얘기가 상통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어쩌면 답은 간단하게 풀릴 수도 있겠구나 싶으면서도, 어쩌면 한 번 꼬이면 모든 게 꼬이겠구나 싶기도 합니다. 여전히 놓지 못하는 것들을 생각합니다. 꼬이게 될 걸 생각하다가 이미 꼬일대로 꼬여서 풀릴 일만 남은 제 인생을 생각합니다. 이 기간이 얼마나 갈 진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걸어가야 하는 게 운명이라면 계속 해보겠습니다.
내가 놓지 못해 괴로운 건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