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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예민하고 소심한 나에게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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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유우유우 Oct 13. 2022

나를 사랑하자

진부하지만 꼭 지켜야 하는 것

제목이 너무 진부해서 놀라셨죠? 그런데 우리에겐 가장 힘든 일일 겁니다. '오늘부터 사랑하자!' 해서 사랑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랑이라는 말 자체가 너무나 오묘하고 각자 다르기에 더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내가 세운 규칙도 많고 완벽주의 성향이 강하니 자책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유형은, 제일 나에 대한 기대가 큰 유형이기도 해요. 나에 대한 기대가 큰데, 내가 그에 맞게 나를 대해주지 않으니 괴리감이 생깁니다. 아이러니하게 외부에서 상처를 안받고 싶어 애쓰는데, 내면에선 자신을 채찍질 하고 있습니다. 늘 말하지만, 제가 그렇습니다.

외부에서 상처 받지 않기 위해 말을 아끼지만 내면에선 남들한텐 절대 하지 않을 말들을 나에게 막 하게 됩니다. 이 정도도 못하나, 왜 나는 이렇게 밖에 행동하지 못하나, 난 바보같고 나만 이상하다, 등등 더한 말도 하곤 합니다. 내가 가장 소중해서 상처 받기 싫어하면서, 가장 가까운 사람인 나 자신이 나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습니다. 내가 날 상처주고 있으니 누군가 나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상황에도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타인에게 인정받는 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듯합니다. 자신을 온전히 인정해줄 수 있는 건 나뿐입니다. 타인에게 인정 받으려고 노력하기보단 내가 나를 인정해주는 게 우선이었습니다. 내가 나를 잘 알고, 좋은 면이든 나쁜 면이든 애써 바꾸려 하지 않고 인정해주며, 지금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면 분명히 어떤 묶여있던 틀에서 해방될 것입니다. 이런 것들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나에 대해 공부해야 합니다.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내 트라우마와 잊지 못하는 과거는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한지, 내가 하고 싶은 건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색깔이나 향기까지도. 천천히 꾸준히 적어보며 나를 탐구해봅시다.

자책이 심한 저에게 의사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이 있습니다. 상황에 대해 자책하기 전에 우선 내게 벌어진 일을 멀리서 바라보는 듯한 시각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현재의 마음과 현재의 상황을 명상하듯 차분히 바라보는 것입니다. 한 발짝 물러난 상태에서 해결방안이 있는지 찾아보면 좋고, 어떤 상황인지 객관적으로 인지하는 게 시작입니다. 뭔가 해결할 수 없는 사항이라면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할 수 있습니다. 혼자 버겁게 쥐고 있지 말고 한번쯤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해 봅시다. 그런데,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은근히 많더라고요. 물러나서 생각해보면 다른 시각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꼭 해결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만으로 나아지기도 합니다. 불명확한 불안함을 쥐고 있다보면 계속해서 그 함정에 빠져 살게 되는 것 같아요. 나의 마음과 나를 멀리 떨어뜨려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한 게 분명합니다. 사실 이렇게 상황을 명상하듯 바라본다는 건 쉽지 않습니다. 명상이라는 것 자체가 어려운데, 내 어려운 상황마저 명상하며 바라보라니. 그래도 계속 해보는 겁니다. 해보려고 계속 시도하는 것입니다. 저도 시도 해보곤 합니다. 열번 하면 한두번 성공하니까 여러분도 하실 수 있습니다. 하다보면 한 번이 두 번 되고 두 번이 세 번 되더라고요.

추가적으로, 나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사람들 중엔 자만심이 많은 사람을 종종 보게 됩니다. 자기애가 너무 넘쳐서 남들까지 힘들게 하는 사람이 분명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그럴 유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그렇게 선 넘는 것도 싫어하고, 그렇게 선 넘는 사람이 나라는 건 더더욱 못 참을 겁니다. 예민한 기질을 가졌는데 자존감이 단단한 사람들을 보면,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나를 자책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으면 소심함도 넓은 배려심이 됩니다. 우리가 단점이라고 생각해서 힘들었던 부분들이 어느 순간 장점이 되기도 합니다.

항상 어떤 괴리감 속에 살고 있었는데 날 괴롭게 하는 사람 중에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자신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걸 깨달으니 그 괴리감을 줄일 수도 있겠구나 싶어집니다. 다른 사람 대하는 건 너무 어려워서, 차라리 내가 나를 대하는 건 쉬울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까지는 어려웠죠. 사실은 어렵다기보단 '나'를 늘 빼먹고 무시했던 것입니다. 이젠 나를 먼저 챙겨가며, 내 마음을 먼저 바라보며 살아야겠습니다. 우리 같이 사랑합시다.

남을 배려하느라 어느새 나를 소홀히 하진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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