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정치를 습관으로 만들어야 하는가 1부 | EP.06
침묵은
나를 지키는 방어막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내 자리를 내어주는 일이다.
2부. 성공하는 시민들의 3가지 습관(11회)
3부. 관심의 원을 영향력의 원으로 확장하기(8회)
‘주민설명회’라는 현수막이
아파트 단지 입구에 붙었다.
주제는 ‘인근 재개발 구역 내 초등학교 이전 논의’.
나는 그냥 지나쳤다.
“나랑 무슨 상관이야.”
“우리 단지는 재개발 아니니까.”
며칠 뒤, 친구가 말했다.
“이번에 옆 동네 학교 없어지면
여기 초등학교는 1학년 반당 35명 넘을 거래.”
그제야 알았다.
이건 ‘우리 동네 일’이었다.
왜 몰랐을까?
왜 무관심했을까?
나는 누구보다도
뉴스를 보고,
정책에도 관심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막상 ‘동네 일’은 몰랐다.
왜일까?
어느 지방 도시에서
새로운 산업단지가 들어선다.
주민 간담회는 있었지만
참석자는 12명.
전체 인구의 0.1%였다.
그런데 나중에 문제가 생겼다.
대기오염, 교통정체, 인근 부지 땅값 폭등.
누군가는 말했다.
“그때 왜 아무도 신경 안 썼대요?”
하지만
‘아무도’가 아니라
‘대부분이’ 몰랐던 거다.
그리고 ‘누군가’는 알고 있었고,
그 사실을
아주 잘 활용했다.
서울시의 한 정책 결정문.
8페이지짜리 PDF.
아무도 안 읽는다.
왜냐하면
어렵고,
길고,
나랑 무관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기엔
예산의 흐름이 있고,
사업의 방향이 있고,
누가 혜택을 받는지가
또렷이 적혀 있다.
“왜 나만 관심이 없을까?”
아니다.
당신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시민이 관심이 없게 만들어졌다.
정보는 어렵고,
공청회는 평일 오후 2시고,
의견 수렴 기간은 짧고 조용히 지나간다.
시민이
자리를 비운 순간,
그 빈자리는
누군가가 채운다.
우리는
모르는 사이에
‘공백’이 된다.
그 공백은
누군가에겐
기회다.
그 기회를
가장 잘 활용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을
‘기득권’이라고 부른다.
기득권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들은 늘 조용히 움직인다.
그리고
‘아무도 안 보는 틈’을 기다린다.
� 첫째, 정보를 어렵게 만든다
정책 자료는
보통 50쪽이 넘는다.
용어는 행정적이고,
표는 복잡하고,
주석은 잘 안 보인다.
문제는
‘일반 시민이 알아볼 수 있도록’ 쓰지 않는다는 것.
알아보지 못하게 하면,
묻지 않게 되고,
묻지 않으면
그대로 통과된다.
그것이
가장 고요한 승리다.
� 둘째, 의사결정의 시점을 숨긴다
중요한 공청회는
보통 평일 오후 2시.
직장인은 올 수 없다.
견 수렴 기간은
연휴 사이, 방학 시즌, 명절 직전처럼
언론이 바쁠 때 조용히 지나간다.
이건 우연이 아니다.
‘시민의 부재’를
계산한 시간표다.
� 셋째, 복잡한 절차로 참여를 포기하게 만든다
정보공개청구, 주민제안, 민원신청.
이런 제도는 있지만
제출 서류, 형식, 조건이 많다.
그리고
‘검토 중’이라는 말로
반년 넘게 지나간다.
기득권은
시민이 한두 번 시도하다
지치는 것을 안다.
그래서 기다린다.
‘스스로 포기할 때까지’.
� 넷째, 일부 단체나 기업과만 의견을 교환한다
대기업은
사전에 자료를 요청하고,
로비 창구를 통해 입장을 전달하고,
회의에 초대받는다.
하지만 시민은
최종안이 확정된 뒤에야
언론을 통해 알게 된다.
‘참여 기회’는
동등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접근 가능한 자만이
의견을 남긴다.
� 다섯째, 일단 통과시키고 나중에 사과한다
논란이 예상되는 정책은
최소 공지, 빠른 결재, 제한된 회의로
우선 실행된다.
그리고 문제가 되면
“향후 보완하겠다.”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
라는 말로 마무리된다.
이 구조를 아는 기득권은
알고도 강행하고,
나중에 미안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바뀐 건 돌아오지 않는다.
이 모든 흐름은
한 가지를 전제로 한다.
시민이 관심 없을 것이라는 전제.
시민이 모를 것이라는 전제.
시민이 말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
그리고
그 전제는
놀랍게도
자주 맞는다.
� 첫 번째 결과: 예산의 독점
2023년 서울시 생활SOC 예산 중
가장 많은 비율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배정되었다.
인구 대비 예산 비율은
타 자치구의 1.7배에 달했다.
왜일까?
그 지역은
지자체 회의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입주자 대표, 학부모 모임, 상인회가 있다.
민원은 체계적이고,
자료는 정리되어 있다.
한마디로,
말하는 구조가 존재한다.
그에 비해
취약계층 밀집 지역은
조직화가 어렵다.
그리고
조용하다.
정치는
말하는 곳으로 예산을 준다.
조용한 곳은
예산에서도 조용하다.
� 두 번째 결과: 정책 결정의 기울어짐
모 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교통영향평가 보고서 초안을
지자체보다 먼저 받아본다.
왜?
그들은 조직된 이해 집단이고,
정책 설계의 ‘이해당사자’로 불린다.
반면,
해당 지역 주민 대다수는
‘이해당사자’로 지정조차 되지 않는다.
그들은 단지
“관심 없는 시민”일 뿐이다.
결과적으로
정책은
정책을 미리 아는 사람들에게 유리하게 짜인다.
� 세 번째 결과: 입법과 규제의 비대칭
환경단체가 5년 동안 요청한
“소형공장 미세먼지 배출 기준 강화안”은
국회 상임위에서 4년 넘게 잠자고 있다.
반면
대기업이 요청한
“의료데이터 개방 범위 확대안”은
6개월 만에 통과되었다.
누가 빠르고,
누가 느린가?
그건
‘요청의 내용’보다
‘요청의 구조’ 때문이다.
� 네 번째 결과: 권력의 사유화
기득권은
정책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고,
그 정책으로 권력을 유지한다.
그리고 그 권력으로
다음 기득권을 만든다.
이게
정치의 순환 구조다.
시민이 빠진 정치는
이 순환을 멈출 수 없다.
조용한 시민이 많아질수록
큰 목소리를 가진 소수가
더 많이 가져간다.
그들은
우리가 지쳐있을 때 움직이고,
우리가 외면할 때 설계하며,
우리가 침묵할 때 결정한다.
기득권은
공백을 원한다.
시민이 없는 회의석,
의견이 없는 보고서,
질문이 없는 뉴스,
참여 없는 행정절차.
그 모든 공백을
그들은 아주 잘 채운다.
정치는 공백을 싫어하지 않는다.
정치는 그 공백을 기회로 삼는다.
시민이 침묵하는 순간,
그 공간은
누군가의 전략이 된다.
회의장은 비어 있고,
보고서는 읽히지 않고,
절차는 형식적으로만 흘러간다.
그런 틈에서
기득권은
자신의 계획을 설계한다.
침묵은 무기가 아니다.
침묵은 권력의 통로다.
시민이 물러나면
기득권은 들어선다.
시민이 묻지 않으면
기득권은 답을 만든다.
시민이 알지 못하면
기득권은 아는 대로 조정한다.
정치는 소리를 듣는 구조다.
하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으면
그 구조는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의 목소리만 듣는다.
침묵은
나를 지키는 방어막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내 자리를 내어주는 일이다.
침묵은
불편함을 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불편함을 더 크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물어야 한다.
묻는 순간,
그 구조는 우리를 고려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참여해야 한다.
참여하는 순간,
그 흐름은 우리의 방향을 감지한다.
정치는
텅 빈 공간 위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정치는
시민의 존재를 전제로 작동한다.
존재하지 않는 시민에게
정치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질문이 되어야 한다.
의견이 되어야 한다.
참석 명단에 이름이 있어야 한다.
그 자리에
우리의 자리가 있어야 한다.
정치는 자리 위에서 움직입니다.
그 자리가 비면
누군가 채웁니다.
그 자리를 우리가 지키려면,
작은 참여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 ① 주민 공청회 일정 확인하기
지자체 홈페이지에 접속해
‘공지사항’ → ‘주민참여’ 항목을 클릭해보세요.
지금 당신 동네에서는
무엇을 결정하고 있는지
생각보다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 실천 팁:
– 알림 설정을 해두고
– 주제 하나만 골라 읽어보세요.
– 익숙해지는 것부터 시작입니다.
� ② 정보공개청구제도 사용해보기
모든 시민은
정책 문서, 회의록, 예산 사용내역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예산은 왜 여기에 쓰였을까?”
“이 회의는 누구와 함께 열렸을까?”
질문 하나만 있어도
정보 공개는 가능합니다.
� 실천 팁:
– 정보공개포털(open.go.kr)에 접속해보세요.
– 10분이면 청구서 작성 완료!
� ③ 의회 회의록 읽기 습관
시·군·구의회는
매 회기별 회의록을 공개합니다.
그 안엔
지역의 크고 작은 이해관계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 예시 검색어:
“○○구의회 회의록”,
“○○시의회 행정감사 자료”
� ④ 참여예산제에 신청해보기
당신의 아이디어가
예산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골목에 가로등이 필요해요”
“청년을 위한 무료 심리상담센터 만들고 싶어요”
시민이 제안하고,
시민이 심사하고,
시민이 예산을 배정합니다.
� 실천 팁:
– ‘서울시민참여예산’, ‘전주시 시민참여예산’ 등
– 지역 이름 + 참여예산으로 검색해보세요.
� ⑤ 작은 민원부터 시작하기
불편한 도로,
위험한 횡단보도,
작은 놀이터 개선 요청.
민원은
가장 빠르고 강력한 정치 참여입니다.
한 명의 민원이
행정의 속도를 바꾸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조정합니다.
시민이 없으면
그 자리는 기득권이 채웁니다.
우리가 채우지 않으면
누군가가 대신 설계합니다.
그 설계도에
내 이름이 남지 않기를 원한다면,
오늘 작은 실천을 시작해보세요.
� “나는 언제 그 자리를 비워두었나요?”
� “그 자리는 누가 대신 채웠을까요?”
� “오늘, 나는 어떤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요?”
정치는
참석한 사람의 편입니다.
질문한 사람의 편입니다.
문서를 읽은 사람,
민원을 제기한 사람,
참여를 포기하지 않은 사람의 편입니다.
우리는 너무 오래
그 자리를 비워두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자리를 채울 수 있습니다.
작은 실천 하나로도
정치는 다시
우리의 것이 될 수 있습니다.
1) 정보공개포털 – 대한민국 공공정보 청구 시스템
3) 주민참여예산 의견수렴 – 전북특별자치도
5) 지방의회 회의록 열람 시스템 – 대한민국 시·군·구의회
� 각 지역 의회 홈페이지 참고
『성공하는 시민들의 3가지 습관』
� 8화: 성공한 사람과 성공하는 시민의 차이
에서는 ‘개인의 성공’과 ‘공동체의 성공’을 어떻게 구분하고
왜 지금 시대에는 시민의 성공이 중요한지를 이야기합니다.
스펙이 아닌 영향력으로 성장하는 삶,
그 차이를 다음 회차에서 함께 들여다봅니다.
성공은 혼자만의 목표가 아니라
함께 잘 사는 방법에서 시작됩니다.
당신이 꿈꾸는 성공은 어떤 모습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