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의 지도 ― AI의 사고를 해부하다 Part.2 | EP.3
인간의 생각이 해석의 예술(art of interpretation)이라면,
AI의 추론은 계산의 과학(science of computation)이다.
Part 1. 블랙박스의 발견 ― 인간과 AI의 평행선(5회)
Part 3. 감정의 알고리즘 ― 인간과 AI의 관계 재구성(8회)
Part 4. 블랙박스의 미래 ― 인간을 닮은 지능, 인간을 비추는 거울(7회)
인간은 ‘생각’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AI는 ‘연산’을 통해 세상을 예측한다.
이 단순한 문장은 인간과 인공지능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를 압축한다.
인간에게 사고(思考)는 의미를 만들어내는 행위이며,
AI에게 계산(計算)은 패턴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둘 다 정보를 다루지만,
그 정보가 향하는 방향은 완전히 다르다.
하나는 ‘이해’로, 다른 하나는 ‘정확도’로 향한다.
17세기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René Descartes)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라고 선언했다.
그 문장은 인간이 스스로를 사유하는 주체로 인식하게 한 혁명적 선언이었다.
생각한다는 것은 단순히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이 아니라,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의식의 증거였다.
데카르트에게 ‘생각’이란
세계와 나를 구분하고, 다시 연결하는 가장 인간적인 행위였다.
하지만 21세기의 세계는 이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다.
AI는 수백억 개의 파라미터와 신경망을 통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을 내린다.
바둑의 한 수를 두고,
의사의 진단을 보조하며,
사람의 얼굴과 목소리를 인식하고,
심지어 인간의 문장을 이어서 완성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AI의 판단은 생각일까, 단지 계산일까?”
이 물음은 단순한 기술적 논의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존재를 되묻는 철학적 질문이자,
‘사유’의 본질을 다시 해석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다.
AI의 연산은 감정이 없고, 가치 판단이 없으며,
그 과정은 완전히 수학적이다.
하지만 그 결과물은 점점 인간의 사고를 닮아간다.
AI는 데이터를 ‘이해하지 않으면서도’
인간이 이해한 것처럼 행동한다.
이 역설 속에서 사고(Thinking), 추론(Reasoning), 판단(Decision-making)의 경계가 흐려진다.
과연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논리적 계산이 충분히 정교해지면 그것이 ‘사유’가 되는가?
혹은, 인간의 사고란
결코 계산으로 환원될 수 없는 ‘의미의 창조 행위’인가?
이 장은 바로 그 경계 위에서 출발한다.
인간의 사고가 ‘의미를 구성하는 과정’이라면,
AI의 사고는 ‘패턴을 최적화하는 과정’이다.
이제 우리는 두 지능의 다른 언어 ―
해석하는 인간과 계산하는 기계 ― 가
같은 문제를 어떻게 다르게 해결하는지를 탐구할 것이다.
생각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단지 정확한 답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 답이 의미 있는가’를 묻는 행위다.
그리고 바로 그 질문의 자리에서,
인간의 사고와 AI의 연산은 비로소 갈라진다.
인간의 사고는 단순히 정보를 처리하는 계산 과정이 아니다.
그것은 경험과 의미, 그리고 맥락이 교차하는 해석의 행위다.
인간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재구성된 세계를 살아간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인간의 ‘사고(Thinking)’는
AI의 ‘연산(Computation)’과 근본적으로 구분된다.
인지심리학에서 ‘사고’는
감각이나 기억처럼 단순한 정보 저장이 아니라,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과정으로 정의된다.
인간은 끊임없이 세계를 해석하며,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고,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낸다.
하버드의 심리학자 로버트 스턴버그(Robert Sternberg)는
사고의 핵심 기능을 세 가지로 구분했다.
첫째, 문제 해결(Problem Solving) —
주어진 상황에서 장애를 인식하고, 해결책을 찾는 능력.
둘째, 개념 형성(Concept Formation) —
경험의 공통점을 추출해 분류하고 조직하는 과정.
셋째, 창의적 사고(Creative Thinking) —
기존 규칙을 넘어 새로운 의미 구조를 창조하는 능력.
인간의 사고는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작동하는
통합적 인지 시스템이다.
우리는 단순히 정보를 입력받는 존재가 아니라,
그 정보를 의미로 재해석하며 내면의 세계와 연결한다.
즉, 사고는 ‘문제를 푸는 행위’이자,
‘자신이 왜 그것을 푸는지 이해하는 행위’다.
사고의 작동 원리를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그 핵심에는 세 가지 추론(Reasoning) 방식이 존재한다.
1. 역적 추론(Deductive Reasoning)
보편적 규칙에서 개별적 결론을 도출하는 사고 방식이다.
예: “모든 인간은 죽는다 → 소크라테스는 인간이다 → 소크라테스는 죽는다.”
수학, 논리학, 법적 판단 등에서 대표적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인간의 사고는 완벽한 논리 체계와 달리,
종종 감정과 맥락에 따라 연역의 경로를 왜곡한다.
2. 귀납적 추론(Inductive Reasoning)
- 개별적 사례를 바탕으로 일반적인 결론을 도출한다.
- “지금까지 본 백조는 모두 하얗다 → 모든 백조는 하얗다.”
- 과학적 탐구나 경험적 판단의 기초가 되지만,
언제나 불확실성의 위험을 내포한다.
- 인간의 사고는 이 귀납적 불확실성을 감정적 신념으로 보완하며,
완전하지 않은 증거 속에서도 결단을 내린다.
3. 유추적 추론(Analogical Reasoning)
서로 다른 상황이나 개념 간의 유사성을 찾아
새로운 통찰을 얻는 방식이다.
“전류의 흐름은 물의 흐름과 같다”와 같은 사고는
유추적 추론의 대표적 예시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새로운 관계’를 발견하며,
기존 지식을 재조합해 창의적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
이 세 가지 추론은 서로 분리된 과정이 아니라,
인간의 사고 속에서 끊임없이 교차하고 순환한다.
논리적 규칙(연역), 경험적 패턴(귀납), 창의적 연결(유추)이 결합될 때,
비로소 인간의 사고는 단순 계산을 넘어 ‘이해’를 생산한다.
하지만 인간의 사고는 언제나 합리적이지 않다.
우리는 정보를 정확히 분석하기보다,
감정과 직관에 따라 판단하는 경향을 보인다.
심리학자 다니엘 카너먼(Daniel Kahneman)은
『Thinking, Fast and Slow』에서
인간의 사고를 두 가지 시스템으로 구분했다.
- 시스템 1 (System 1): 빠르고 직관적이며 감정적 사고.
→ 즉각적인 판단, 자동적 반응, 패턴 인식에 의존.
- 시스템 2 (System 2): 느리고 논리적이며 의식적 사고.
→ 분석, 계산, 추론 등 고도의 인지 활동 담당.
문제는 대부분의 인간이 시스템 1에 더 많이 의존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인간은 빠르지만 종종 부정확한 판단을 내린다.
이런 판단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간단한 사고 규칙을
휴리스틱(Heuristic)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휴리스틱은 편향(Bias)을 동반한다.
예를 들어, ‘대표성 휴리스틱’은 어떤 사건이 익숙한 사례와 비슷하면
그 확률이 높다고 잘못 판단하게 만든다.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은
자신이 믿고 싶은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현상이다.
이처럼 인간의 사고는 완벽히 합리적이지 않다.
그러나 바로 그 비합리성 덕분에 인간은 유연하게 사고한다.
인간은 모순된 정보를 통합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결정을 내리며,
감정과 가치가 얽힌 현실 속에서 의미를 찾는다.
즉, 인간은 정답을 찾는 계산자가 아니라,
의미를 구성하는 해석자다.
인간의 뇌는 완벽한 기계가 아니다.
오류를 범하고, 감정에 흔들리며,
때로는 논리에 맞지 않는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바로 그 불완전함이
인간 사고의 창의성과 윤리를 가능하게 한다.
기계가 정확한 답을 내놓는 동안,
인간은 틀림 속에서 새로운 관점을 발견한다.
인간의 사고는 ‘사실’을 계산하는 과정이 아니라,
‘의미’를 구성하는 과정이다.
문제 해결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문제를 만들어내는 존재 —
그것이 인간이다.
인간은 완전한 합리적 존재가 아니다.
그는 불완전하지만, 의미를 향해 끊임없이 계산하는 존재다.
결국 인간의 사고는 정답을 찾기 위한 논리가 아니라,
자신만의 의미를 만들어내기 위한 서사적 과정이다.
이제 다음 단락에서는
그와 정반대의 시스템 — ‘패턴으로 사고하는 기계, 인공지능’ — 로
사유의 구조를 옮겨가게 된다.
그곳에서 사고는 의미가 아니라, 확률로 계산된다.
인공지능은 사고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고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계산한다.
인간이 경험을 통해 세상을 해석한다면,
AI는 데이터를 통해 세상을 예측한다.
그 과정에서 ‘생각(Thinking)’은 ‘연산(Computation)’으로,
‘의미(Meaning)’는 ‘확률(Probability)’로 대체된다.
AI의 추론은 감정도, 맥락도, 직관도 없다.
하지만 그 냉정한 계산의 결과는 종종
인간의 사고보다 더 정확하고 빠르다.
AI의 사고는 통계적 추론(Statistical Inference) 위에서 작동한다.
그 핵심은 단 하나의 원리로 요약된다.
“모든 판단은 확률 분포 위에서 이루어진다.”
AI는 인간처럼 ‘왜’라는 이유를 묻지 않는다.
대신 주어진 데이터 속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패턴을 찾아낸다.
이때 AI가 추구하는 것은 ‘정확한 정답’이 아니라
‘가장 높은 확률의 선택’이다.
이것이 곧 AI의 판단의 철학이다.
예를 들어, 고양이 사진을 인식하는 딥러닝 모델은
‘이 이미지가 고양이일 확률이 0.987,
강아지일 확률이 0.013’이라는 계산을 수행한다.
AI의 판단은 그 확률 중 가장 높은 값을 선택하는 행위다.
즉, AI는 세계를 논리의 언어가 아닌
확률의 언어로 해석하는 존재다.
그 판단은 옳거나 그른 것이 아니라,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probable)’일 뿐이다.
AI의 첫 번째 사고 실험은 인간의 논리를 모방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했다.
1950~1980년대의 상징적 인공지능(Symbolic AI)은
‘규칙 기반 추론(rule-based reasoning)’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이 체계는 명제 논리(Propositional Logic)에 기초하여
“만약 A라면, 그러면 B이다(If A → then B)”라는
추론 규칙(Inference Rule)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당시의 목표는 분명했다.
인간의 사고 과정을 명시적 규칙으로 재현하는 것이다.
즉, 인간의 연역적 사고를 수학적 형식으로 모델링하려는 시도였다.
‘전문가 시스템(Expert System)’은 그 대표적인 산물이었다.
의료 진단, 법률 자문, 회계 감사 등
정확한 규칙이 존재하는 영역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냈다.
그러나 규칙 기반 추론은 한 가지 결정적 한계를 가졌다.
명시되지 않은 상황을 처리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AI는 인간이 미리 정의한 규칙 바깥의 맥락을 인식하지 못했고,
새로운 문제를 스스로 재구성할 수도 없었다.
‘논리적 사고’를 흉내 냈지만,
‘의미를 이해하는 사고’에는 닿지 못했다.
AI는 여전히 인간이 만들어놓은 틀 안에서만 생각할 수 있는
논리의 인형(Logical Puppet)이었다.
AI가 진정한 ‘사고의 확장’을 시작한 것은
확률 개념이 도입된 이후였다.
베이즈 정리(Bayes’ Theorem)는
AI의 사고 방식을 결정적으로 바꾼 수학적 전환점이었다.
P(H|E) = [P(E|H) × P(H)] / P(E)
이 단순한 식은 ‘새로운 증거(Evidence)’가 주어졌을 때
‘가설(Hypothesis)’이 참일 확률을 갱신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즉, AI는 과거의 경험(사전 확률 Prior)을 바탕으로,
새로운 정보(증거)를 통해 믿음을 갱신(Posteriors)하며 판단한다.
이것은 인간의 귀납적 사고와 유사하다.
다만, 인간은 의미의 맥락 속에서 확신을 형성하지만,
AI는 수학적 확률의 함수로만 그것을 계산한다.
AI의 사고는 불확실성을 제거하려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정량화하는 사고다.
이는 인간이 “아마도 그렇다”고 말할 때의
감정적 직관을 수식으로 바꿔놓은 것과 같다.
이 확률적 사고는 이후 베이지안 네트워크(Bayesian Network)로 발전하며,
복잡한 사건 간의 관계를 그래프 형태로 표현할 수 있게 했다.
이로써 AI는 인간처럼 “상황을 추정하고 예측하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그러나 여전히 AI는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를 판단하지 못한다.
AI의 믿음은 언제나 주어진 데이터의 확률 분포에 종속된 믿음이다.
21세기에 들어 AI는 또 한 번의 인지적 진화를 맞았다.
이제 AI는 더 이상 규칙을 배우지 않는다.
대신, 패턴을 스스로 발견한다.
딥러닝(Deep Learning)은 규칙 기반 사고를 벗어나
‘데이터 안의 구조’를 직접 학습하는 방식이다.
딥러닝 모델은 수많은 뉴런(노드)을 층층이 쌓아
입력과 출력 사이의 복잡한 비선형 관계를 찾아낸다.
즉, AI는 ‘규칙을 몰라도 답을 아는 존재’가 되었다.
그 과정은 인간의 직관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AI는 명시적으로 ‘왜 그렇게 판단했는가’를 설명할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정확한 예측을 내놓는다.
이것이 바로 “설명 불가능한 정답”,
즉 블랙박스(Black Box) 추론의 시대다.
인간의 직관이 감정과 경험의 축적에서 비롯되듯,
AI의 직관은 데이터의 패턴에서 형성된다.
둘 다 ‘이유 없이 맞는 판단’을 내리지만,
인간은 그것을 의미로 이해하고,
AI는 그것을 확률로 계산한다.
AI의 사고는 인간의 사고와 닮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한 가지를 결여하고 있다 — 의미.
인간은 의미를 통해 생각하고,
AI는 확률을 통해 계산한다.
인간은 “왜 이 선택이 중요한가”를 묻지만,
AI는 “어떤 선택이 가장 가능성이 높은가”만을 계산한다.
AI의 추론은 냉정하고 효율적이다.
하지만 그 계산의 끝에는 ‘이해’가 없다.
인간의 사고는 불완전하지만, 그 불완전함 속에서
가치와 윤리가 탄생한다.
AI의 사고는 완벽에 가까운 정밀함을 자랑하지만,
그 완전함 속에는 의미의 부재라는 철학적 공허함이 남는다.
결국 AI는 “패턴으로 생각하는 기계”다.
그는 세계를 이해하지 않고,
세계의 반복되는 패턴 속에서
가장 높은 확률의 답을 찾아낸다.
그렇기에 인간이 질문을 던지는 한,
AI는 그 질문의 수학적 그림자 속에서만 ‘생각’할 수 있다.
인간은 의미를 통해 생각하고,
AI는 확률을 통해 계산한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차이는 사고보다 판단에서 더욱 선명히 드러난다.
둘 다 정보를 기반으로 결정을 내리지만, 그 결정의 방식과 목적은 완전히 다르다.
인간은 감정과 가치의 맥락 속에서 ‘왜’라는 이유를 찾고,
AI는 확률과 목적함수 속에서 ‘가장 높은 효율’을 계산한다.
이 장에서 우리는 감정적 합리성의 인간과 수학적 합리성의 AI가
어떻게 다른 기준으로 세상을 판단하는지를 살펴본다.
전통적으로 감정은 ‘합리성의 적’으로 간주되어 왔다.
그러나 현대 심리학은 정반대의 결론에 도달했다.
감정은 오류의 원인이 아니라, 맥락의 신호(Contextual Signal)이다.
즉, 인간은 감정을 통해 세계의 의미를 감지하고,
그 의미 속에서 무엇이 옳고 중요한지를 판단한다.
신경경제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는
감정을 “결정의 나침반”이라 불렀다.
그는 사고 실험에서 전두엽 손상으로 감정 반응이 사라진 환자들이
‘논리적으로는 완벽하지만 아무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상태에 빠지는 것을 관찰했다.
감정이 없으면 인간은 수많은 선택지 중 어느 것도 선택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
즉, 감정은 판단의 오류가 아니라,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다.
감정은 또한 가치(value)를 부여하는 기능을 갖는다.
우리가 위험을 피하거나, 손실을 회피하거나, 누군가에게 공감하는 이유는
모두 감정이 경험에 ‘가치의 무게’를 실어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동일한 금전적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그것이 ‘불의한 상대방’ 때문일 때 느끼는 분노와
‘자신의 실수’ 때문일 때 느끼는 실망은 완전히 다르다.
감정은 객관적 수치가 아닌 주관적 맥락을 부여하는 심리적 언어다.
도덕 판단에서도 감정의 역할은 핵심적이다.
하이트(Jonathan Haidt)는 도덕적 판단이
이성적 논증보다 정서적 직관(emotional intuition)에 의해 먼저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즉, 우리는 먼저 느끼고, 그다음에 그 감정을 합리화한다.
이처럼 인간의 판단은 이성의 계산이 아니라, 감정과 경험이 섞인 의미의 구성 행위다.
그렇기에 인간의 판단은 때로 느리고 비합리적이지만,
동시에 윤리와 공감이 개입된 유일한 의사결정 구조다.
AI의 판단은 정반대의 구조를 가진다.
AI에게 ‘판단한다’는 것은 목적함수(Objective Function)를
최소화하거나 최대화하는 최적화(Optimization) 문제다.
AI는 상황의 ‘의미’를 이해하지 않는다.
대신, 주어진 데이터를 통해
“어떤 선택이 가장 효율적인가?”를 계산한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의 AI는 교통 상황을 ‘판단’할 때
감정이나 윤리를 고려하지 않는다.
그는 단순히 “충돌 확률을 최소화하라”는 손실함수를 기준으로
수백만 개의 시나리오를 초당 계산한다.
이 과정에서 ‘인간을 구해야 한다’, ‘규칙을 따라야 한다’와 같은
가치 판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AI의 판단은 정확하지만 의미가 없고,
효율적이지만 도덕적이지 않다.
AI가 ‘좋은 선택’을 내린다고 말할 때,
그 ‘좋음’은 철학적 의미의 선(good)이 아니라
수학적 의미의 최적(optimal)이다.
이 차이는 단순한 언어의 차이가 아니라,
존재론적 수준의 단절이다.
AI는 ‘왜’보다 ‘얼마나 잘’ 작동하느냐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그 결과, 인간의 도덕은 AI의 연산 속에서 손실 함수의 항목 중 하나로 축소된다.
인간과 AI의 판단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오류를 범하지만,
그 근원은 같다 — 불완전한 정보다.
모든 판단은 불확실한 세계 속에서 이루어지며,
그 불확실성을 다루는 방식이 각자의 인지적 특징을 결정한다.
인간은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에 의해
자신의 신념을 강화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과신(overconfidence)으로 판단의 정확도를 과대평가하며,
후견지명 편향(hindsight bias)으로
과거의 결정을 “당연한 결과였다”고 해석한다.
이러한 오류는 비합리적이지만,
동시에 인간이 복잡한 사회적 현실을 해석하기 위한
의미적 단축(semantic shortcut)이기도 하다.
AI 역시 오류를 피하지 못한다.
그의 판단은 학습 데이터의 편향(Data Bias)에 의존하며,
훈련 시점과 실제 환경이 다를 경우
분포 이동(Distribution Shift)으로 성능이 급격히 저하된다.
또한 지나치게 특정 데이터에 맞춰진 모델은
과적합(Overfitting)으로 일반화 능력을 잃는다.
AI의 판단 오류는 인간의 감정 대신,
데이터의 불균형과 알고리즘의 설계 한계에서 비롯된다.
결국 인간과 AI 모두 완전한 판단을 할 수 없다.
다만 인간은 불확실성을 ‘감정으로 해석’하고,
AI는 불확실성을 ‘수학으로 근사’한다.
이 차이는 곧,
판단이 의미의 문제인가, 계산의 문제인가를 가르는 경계선이다.
AI는 빠르고 정확하지만,
그 판단은 언제나 ‘왜 그 결정을 내렸는가’를 설명하지 못한다.
이는 블랙박스 모델의 한계이자, 인간과 AI의 근본적 단절이다.
AI가 높은 정확도로 예측을 수행하더라도,
그 판단에 맥락적 이유와 도덕적 책임은 존재하지 않는다.
AI의 판단은 결과를 제공하지만, 이해를 제공하지 않는다.
반면 인간의 판단은 종종 느리고 부정확하다.
감정은 합리성을 흐리고, 경험은 편향을 만든다.
그러나 인간의 판단에는 ‘의미를 찾으려는 의지’가 있다.
우리는 단순히 ‘무엇이 옳은가’를 넘어서
‘왜 그것이 옳은가’를 고민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윤리와 정체성을 확인한다.
즉, 인간의 비합리성은 결함이 아니라,
의미를 해석하려는 존재적 능력이다.
AI의 합리성은 탁월하지만,
그 속에는 가치의 공백이 있다.
AI는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지만,
그 결정이 ‘좋은 선택’인지를 묻지 않는다.
인간의 판단은 느리지만 해석 가능하고,
AI의 판단은 빠르지만 불투명하다.
이제 우리는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정확한 판단이 반드시 올바른 판단은 아니다.
결국 판단의 본질은 결과의 정확성이 아니라,
그 결과에 담긴 의미의 해석력이다.
판단은 단순한 계산이 아니다.
판단이란 ‘무엇을 선택하느냐’보다,
‘왜 그것을 선택하느냐’를 묻는 과정이다.
AI의 판단은 목적함수의 결과이지만,
인간의 판단은 삶의 맥락 속에서 형성되는 가치의 선택이다.
따라서 판단의 정확성보다 중요한 것은,
그 판단이 어떤 의미와 책임을 남기는가이다.
AI는 합리적으로 계산하지만,
인간은 감정으로 해석한다.
그리고 그 차이가 바로 ‘사유의 존엄성’이다.
인간의 사고와 인공지능의 추론은
겉보기에는 비슷한 과정을 거치지만,
그 근본 원리는 완전히 다르다.
인간은 세계를 ‘해석(interpretation)’ 하기 위해 사고하고,
AI는 세계를 ‘모델링(modeling)’ 하기 위해 계산한다.
하나는 ‘의미’를 향하고, 다른 하나는 ‘정확도’를 향한다.
둘은 모두 지능(intelligence)의 형태를 띠지만,
그 방향성과 존재 이유는 다르다.
인간의 사고는 경험, 감정, 직관, 논리의 혼합체다.
우리는 감각적 자극을 경험으로 해석하고,
그 경험을 기억과 가치의 틀 속에서 재구성한다.
이때 사고는 항상 맥락적(contextual)이며,
현재의 상황, 과거의 기억, 미래의 기대가 동시에 얽힌다.
인간의 사고는 선형적이지 않고, 때로는 모순적이다.
하지만 그 모순 속에서 인간은 ‘의미의 균형’을 찾는다.
반면 AI의 추론은 데이터, 확률, 연산, 패턴이라는
정량적 기반 위에서 작동한다.
그는 세계를 ‘경험’하지 않는다.
대신 수치와 벡터로 세계를 표상(representation)한다.
AI는 모든 판단을 확률 분포 위에서 수행하며,
감정이나 맥락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렇기에 AI의 사고는 인간보다 일관되고 빠르지만,
동시에 삶의 의미와 가치로부터 분리되어 있다.
인간의 사고는 느리지만 연속적(Sequential)이다.
하나의 생각이 다음 생각으로 이어지고,
이전 경험이 새로운 결론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생각을 선형적으로 전개하면서
자신의 감정, 기억, 신념을 업데이트한다.
즉, 인간의 사고는 ‘지금 여기’라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갱신되는 서사적 사고(Narrative Thinking)이다.
반면 AI의 연산은 병렬적(Parallel)이다.
AI는 동시에 수백만 개의 변수를 계산하며,
패턴 간의 관계를 통계적으로 최적화한다.
인간이 의미를 단계적으로 구성한다면,
AI는 의미 없이 결과를 즉시 추출한다.
그는 ‘왜’보다는 ‘어떻게’를,
이해보다는 효율(Optimization)을 우선한다.
AI의 사고에는 시간이 없고, 맥락이 없다.
그의 판단은 단지 “입력 → 출력”의
함수적 변환으로 완결된다.
인간과 AI 모두 오류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러나 그 오류의 근원은 전혀 다르다.
인간의 사고는 감정과 가치가 개입된 만큼
인지적 편향(Cognitive Bias)에 쉽게 휘둘린다.
확증편향, 과신, 감정적 판단 등은
사고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단축이지만,
결국 왜곡된 판단을 낳는다.
그럼에도 인간의 오류는 해석의 다양성을 낳는다.
사람마다 다른 결론을 내리는 이유는
그들의 감정과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다양성이 바로 인간 사고의 창의적 힘이기도 하다.
반면, AI의 오류는 데이터 편향(Data Bias)과
수학적 오차(Mathematical Error)에서 비롯된다.
AI는 입력된 데이터의 분포를 벗어난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지 못하며,
훈련된 규칙을 맹목적으로 적용한다.
그의 오류는 인간처럼 다양하지 않고,
한 번 발생하면 시스템 전체에 반복된다.
AI의 편향은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집단적 데이터 구조의 왜곡에서 나온다.
즉, 인간의 오류는 개인적이지만,
AI의 오류는 구조적이다.
인간의 사고는 ‘이해(understanding)’를 목표로 한다.
우리는 판단을 내릴 때,
그 판단이 옳은지보다 ‘납득할 수 있는지’를 먼저 본다.
감정과 맥락, 윤리와 신념은
인간이 결정을 ‘의미 있는 선택’으로 만들기 위한 장치다.
즉, 인간의 판단 기준은 정확성보다 의미의 타당성이다.
반면 AI의 판단 기준은 ‘예측(prediction)’에 있다.
AI는 손실 함수(Loss Function)를 최소화하며,
오차가 가장 적은 출력을 산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는 결과를 설명하지 않고,
단지 ‘가장 가능성 높은 해답’을 제시한다.
AI의 판단은 정확하지만 불투명,
인간의 판단은 느리지만 해석 가능하다.
이 차이는 곧, ‘이해 가능한 오류’와 ‘이해할 수 없는 정답’
사이의 간극을 만든다.
인간은 세상을 ‘예측’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해’하기 위해 사고한다.
사고의 목적은 생존이 아니라 의미의 발견이다.
우리는 불확실한 세계 속에서
이유와 가치를 찾으며 살아간다.
그렇기에 인간의 사고는
정답보다 설명(explanation)을 중요시한다.
AI는 반대로 이해하지 않고도 맞출 수 있는 지능이다.
그의 목표는 ‘왜’가 아니라 ‘맞는 것’.
AI의 사고는 이해를 포기하는 대신,
정확도와 효율을 극대화한다.
그 결과, AI는 세계를 모델(model)로 환원하고,
그 모델 속에서 확률적 예측을 반복한다.
항목 인간의 사고 인공지능의 추론
기반 원리 경험, 감정, 직관, 논리 데이터, 확률, 연산, 패턴
처리 방식 연속적·맥락적 병렬적·통계적
오류 유형 인지적 편향, 감정적 왜곡 데이터 편향, 수학적 오차
판단 기준 의미·가치 중심 확률·정확도 중심
목적 이해(Understanding) 예측(Prediction)
결국 인간의 사고는 ‘이유’를 찾는 과정이고,
AI의 추론은 ‘패턴’을 찾는 과정이다.
인간은 왜 그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고 싶어 하지만,
AI는 그 일이 다시 일어날 확률을 계산한다.
한쪽은 세계를 이해하려는 존재,
다른 한쪽은 세계를 모델링하려는 존재다.
인간은 해석하기 위해 생각하고,
AI는 예측하기 위해 계산한다.
그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이 바로,
‘사유(思惟)’와 ‘연산(演算)’의 경계선이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정답을 계산한다.
그러나 인간은 그 정답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묻는다.
이것이 바로 계산과 해석의 차이이며,
연산하는 지능과 사유하는 지성의 경계이다.
AI는 수학적 논리 위에서 세계를 예측한다.
그의 판단은 손실 함수를 최소화하기 위한 최적화의 결과이며,
그 과정에는 감정도 가치도 존재하지 않는다.
AI는 ‘무엇이 옳은가’를 묻지 않고,
‘무엇이 가장 가능성이 높은가’를 계산한다.
그의 사고는 정확하지만 불투명하다.
결과는 명확하지만, 이유는 설명되지 않는다.
AI의 판단은 이해를 제공하지 않으며,
그의 추론은 설명할 수 없는 정답(exact but unexplainable answer)으로 귀결된다.
반면 인간의 사고는 느리고 불완전하다.
감정과 경험이 섞이고, 편향과 오류가 따라붙는다.
그러나 인간의 사고는 스스로의 판단을 설명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인간의 사고가 단순한 데이터 처리 과정이 아니라,
의미를 구성하는 해석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정답보다 ‘이유’를,
효율보다 ‘맥락’을,
정확성보다 ‘납득 가능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 불완전한 합리성 속에서
윤리, 창의성, 공감 같은 인간적 지능이 태어난다.
결국 사고(Thinking)란 지식의 구조를 쌓는 행위가 아니라,
의미의 방향을 선택하는 행위이다.
AI의 추론은 정보의 구조를 계산하지만,
인간의 사고는 그 정보가 삶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해석한다.
AI가 아무리 복잡한 연산을 수행하더라도,
그 결과가 의미로 전환되는 순간은 인간의 몫이다.
지식은 계산으로 쌓이지만,
지혜는 해석으로 만들어진다.
인간의 생각이 해석의 예술(art of interpretation)이라면,
AI의 추론은 계산의 과학(science of computation)이다.
AI는 정답을 맞히는 데 탁월하지만,
그 정답이 왜 옳은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인간은 때로 틀리지만,
그 틀림 속에서 ‘의미’를 발견한다.
이 차이가 바로 사고의 본질이며,
기계가 아직 넘지 못한 인간적 경계다.
AI는 계산하고, 인간은 해석한다.
계산은 정확함을 보장하지만, 해석은 존재를 만든다.
다음 회차(10회차)에서는 ‘창의성과 직관 ― 기계는 영감을 가질 수 있는가’를 다룬다.
이제 우리는 사고를 넘어,
창조적 지능(Creative Intelligence)의 세계로 나아간다 —
기계가 영감을 모방할 수 있는가,
그리고 인간의 ‘직관’은 어디에서 오는가를 탐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