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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스타 Mar 07. 2023

공급자 관점 vs 고객 관점

필자는 성인 교육 도메인에서 기획 일을 하고 있다. 상품을 구성하는 요소는 가격, 콘텐츠, 서비스, 품질, 마케팅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배적이다. 상품의 가치는 고객이 구매했을 때부터 시작되고, 고객이 상품을 구매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단지 재고(또는 추억)에 불과할 뿐.


필자는 필자의 상품이 재고로 취급되지 않고 일했던 시간들이 추억으로 남지 않도록 하기 위해, 상품 구매의 주체인 고객을 잘 이해하고 싶었다. 지인, 동료, 상사, 책, 유튜브, 블로그 등을 통해 '직접 내 상품의 고객이 돼라'는 조언을 가장 많이 들을 수 있었는데, 필자는 이미 내 상품의 공급자가 됐고 내 상품의 고객으로 되돌아갈 수 없게 됐다.



어차피 다시 돌아갈 수 없게 된 거 고객인 척할 것이 아니라,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 공급자 관점으로 상품을 보는 눈과 고객 관점으로 상품을 보는 눈을 구별하여 각각 훈련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마침 훈련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됐다. 필자는 기획 회의에서 대표님의 "고객이 겪고 있는 고통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 덕분에 고객 관점이라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고, 신디 엘버레즈의 저서 '린 고객 개발' 덕분에 고객 관점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이후 매일 같이 맨땅에 헤딩을 하고 시장에서 실패를 하면서 공급자 관점으로 상품을 보는 눈과 고객 관점으로 상품을 보는 눈을 훈련하고 있다. 필자가 몸소 경험을 통해 느낀 공급자 관점과 고객 관점은 한 끗 차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 vs 필요한 것

공급자는 내 상품을 설명할 때, 고객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강조하고 중요한 것을 통해 타사와의 차별점을 어필한다. 반면 고객 관점으로 상품을 설명하면 고객에게 필요한 것을 강조하게 된다. 공급자가 중요한 것을 어필하는 오류를 범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고객에게 필요한 것은 기본적인 것으로 보이고 중요한 것은 좋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객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인 것일 가능성이 크다.


상품은 고객의 문제 해결 수단이다. 고객은 본인의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을 구매하기 때문에, 상품은 고객의 문제 해결 과정에 가장 필요한 요소가 가장 좋아야 한다. 기획자는 고객이 목표 달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객에게 필요한 것을 먼저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을 제공하는 건 그다음 순서다.



새로운 것 vs 익숙한 것

공급자는 계속 새로운 것을 찾고 새로운 것을 통해 우리의 상품은 타사와 다르다는 것을 강조한다. 고객 관점에서 보면 새로운 것은 고객이 모르는 것이고 익숙한 것은 고객이 아는 것이다. 공급자가 새로운 것을 강조하는 이유는 고객이 새로운 것을 좋아할 것이라는 착각에서 비롯된 행동이다.

하지만 고객은 본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 이미 본인이 이전에 문제를 해결했던 익숙한 수단과 방법을 먼저 떠올리고 찾는다. 익숙한 수단과 방법을 사용해서 본인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을 때, 그제야 더 나은 대안을 찾기 위해 새로운 것으로 시선을 돌린다.


공급자가 고객에게 새로운 것을 제안할 경우, 고객이 새로운 것을 학습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고객은 우리를 위해 충분한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지 않기에, 기획자는 고객이 따로 학습할 필요가 없는 익숙한 방식으로 먼저 고객을 설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고객에게 새로운 것을 먼저 제공하고 싶으면, 고객이 익숙하게 생각하는 틀 안에서 새로운 요소 하나를 압도적으로 제공하고 새로운 요소를 반드시 경험하게 만드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



업무 중심 vs 고객 중심

공급자는 내 상품을 볼 때 본인이 해야 할 업무가 먼저 보이고, 자연스럽게 업무 중심으로 일하기 쉽다. 고객 관점으로 상품을 보면 고객의 행태가 먼저 보일 것이다.

혹자는 고객 중심으로 일을 하는 것이 당연한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게 생각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성과도 중요하고 팀도 중요하고 고객도 중요한 걸 너무나 잘 알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안위기 때문에 상품을 보며 내 일을 먼저 생각하고 내 일이 편했으면 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업무 방식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방해된다면 업무 방식을 바꾸는 것이 옳다. 기획자는 고객이 내 상품을 경험하는 행태를 관찰하고 분석하면서 고객이 상품을 통해 본인의 문제를 빨리 해결할 수 있도록 리소스를 투입해야 한다.


고객 중심의 끝판왕


회사에서 주로 일을 시작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기획자로서 필자가 경험한 공급자 관점과 고객 관점은 정말 한 끗 차이지만, 이로 인해 생기는 일 하는 과정과 성과의 차이는 천차만별일 것이다. 결국 중요한 건 고객에 대한 관심으로 빚어낸 고객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의 이야기 끝.




긴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래 글을 함께 읽으시면 고객 관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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