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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선생 Jan 02. 2017

한국인과 일본인의 심리적 차이

주체성 자기 vs 대상성 자기

한국인과 일본인은 얼마나 다를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다른 점이 많다는 분들도 계시겠고 비슷비슷하다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사실 한국과 일본은 동북아시아의 유교문화권 국가들로 비슷한 점이 많은 나라입니다. 인종적으로, 언어적으로, 문화적으로 그렇지요.


심리학에서는 세계의 문화를 비교적 간단한 기준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개인주의 vs 집단주의죠. 개인주의 vs 집단주의에 대해서는 다음의 글(https://brunch.co.kr/@onestepculture/111)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이 분류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은 집단주의 문화에 들어갑니다. 집단주의 문화란 행동의 기준이 자신이 속한 집단이 되는 문화입니다. 예를 들면, 집단주의 사람들은 내가 행복한지 판단할 때 가족이나 주변사람들의 영향을 함께 고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내가 개인적으로 아무리 기분이 좋아도 아버지 사업이 어렵거나 어머니가 편찮으시면 '난 행복해'라는 생각이 잘 안드는 것이죠. 반면, 개인주의 문화의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행동의 기준이 됩니다. 내 상태를 기준으로 자신의 행복을 판단하는 것이죠.


심리학에서 집단주의는 동양(대표적으로 중국)의 농경문화에서 기인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공동작업이 많고 그만큼 집단의 평판이 중요한 농경문화권에서는 자신이 속한 집단이 자신의 행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밖에 없었겠지요.


어찌보면 꽤 직관적인 이 분류(개인주의 vs 집단주의)는 문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던 90년대의 주류심리학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엄청나게 많은 연구가 개인주의 vs 집단주의 문화를 대상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집단주의 문화의 대표로 주로 일본과 한국, 중국 등의 동아시아 국가들이 고려되었죠. 이것이 '비교문화심리학(Cross-Cultural Psychology)입니다.


다시 말해, 주류 심리학(비교문화심리학)의 관점에서 한국과 일본은 같은 집단주의 문화권으로 이해된다는 말씀입니다. 심리학에서는 한국인들이나 일본인들이나 비슷한 이유에 의해서 비슷한 행동을 할 것이라는 가정이 존재한다는 겁니다. 


실제로 심리학의 비교문화 연구들을 찾아보시면(SSCI가 아니라 SSCI 할아버지라고 해도) 한국인과 일본인의 차이에 대한 것들은 극히 드뭅니다. 집단주의 문화의 일원으로 비슷한 특성을 갖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을 뿐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문화심리학에서 지적하는 비교문화심리학의 문제점은 개인주의 vs 집단주의의 구분이 너무나 단순하다는 점입니다. 한국과 일본을 같은 집단주의로 이해하게 되면 한국과 일본의 차이는 설명할 도리가 없어지는 것이죠.


연구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긍정적 환상(positive illusion)'이라는 주제인데요. 긍정적 환상이란 주변에서 일어나는 불행한 일들이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적 사고입니다. 예를 들어, 60대의 암 발병률이 30%라고 한다. 당신이 60대가 되면 암에 걸릴 확률은 얼마나 될까? 하는 질문에 30%보다 낮은 대답을 하면 긍정적 환상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질문들을 개인주의 문화와 집단주의 문화 사람들에게 하면 차이가 나오는데요. 개인주의 문화에서는 긍정적 환상이 나타나는 반면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긍정적 환상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개인주의 문화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또 자신에 대한 평가에 집단의 영향력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에게 나쁜 일이 생길 확률을 남들에 비해 낮게 추정한다는 것이죠. 반면에 집단주의 문화 사람들은 자신이 남보다 더 나을 것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집단의 조화를 해치지 않기 때문에, 나쁜 일이 자신에게 생길 확률이 남들과 같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비교문화심리학의 가정에 따르면 같은 집단주의 문화인 한국과 일본은 긍정적 환상이 나타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과 일본의 차이가 나타납니다. 한국사람들은 긍정적 환상을 갖고 있는 반면에(20점 만점에 8.61) 일본인들은 긍정적 환상이 거의 없었습니다(20점 만점에 0.13).

몇 차례의 연구로 결론을 내리긴 이릅니다만, 한국인과 일본인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요? 어떤 이유 때문에 한국인들에게 긍정적 환상이 나타나는 것일까요?


자기관의 차이

한국인과 결혼하여 한국에서 20년 이상 생활한, 문화심리학자 이누미야 요시유키 박사는 그 이유를 한국인과 일본인의 '자기관'에서 찾았습니다. 자기관은 자기(self)를 어떤 존재로 보느냐 하는 관점을 뜻하는 개념입니다. 특히 다른 이들과의 관계에서 자기를 어떤 존재로 인식하느냐 하는 것이 자기관입니다.


비교문화심리학에서는 개인주의 문화의 자기관을 '상호독립적 자기(independent self)', 집단주의 문화의 자기관을 '상호협조적 자기(interdependent self)'라고 합니다. 개인주의 vs 집단주의 문화를 바탕으로 Markus라는 미국인 심리학자와 Kitayama라는 일본인 심리학자가 만든 개념이지요.


상호독립적 자기는 '다른 사람들과 내가 서로 독립적인 존재라는 생각'입니다. 다른 사람의 영향력과 관계없이 자신의 목표와 지향을 우선하여 행동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편 상호협조적 자기는 '나는 다른 사람들과 서로 의존하고 협조하는 존재라는 생각'입니다. 내 행동은 다른 이들의 존재와 기분, 생각을 고려한 뒤에 나올 수 있겠죠. 


따라서 자기 자신에 대한 지나친 긍정적 인식(긍정적 환상)은 상호독립적 자기관(개인주의)을 가진 이들에게는 나타날 수 있지만 상호협조적 자기(집단주의)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나타나기 힘듭니다. 만약, 한국인과 일본인들이 모두 상호협조적 자기를 가졌다면 긍정적 환상은 두 나라 사람들 모두에게 나타나서는 안되는 것이죠.


한국인들에게 긍정적 환상이 나타났다는 것은 한국인의 자기관은 상호협조적 자기로만은 설명되지 않는 다른 특성이 있다는 뜻일 겁니다. 이누미야 박사는 그러한 한국인 자기관의 특징을 '주체성 자기'라고 이름붙였습니다. 주체성 자기란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미치려고 하는 나'입니다.

주체성 자기

한국인의 주체성 자기와 대비되는 일본인들의 자기관을 '대상성 자기'라고 하는데, 이는 '다른 사람들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려고 하는 나'를 뜻합니다. 주체성 자기와 대상성 자기는 '다른 이들과 나 사이에 작용하는 영향력의 방향'에 따라 구분됩니다. 그림의 화살표의 방향을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대상성 자기

그러니까 주체성 자기 vs 대상성 자기는  한국인과 일본인들의 행동이 자기관, 즉 자신을 어떤 존재로 보는가에 대한 생각에서부터 달라진다는 이론입니다. 그러한 차이에서 사람들의 행동방식이 달라지고 결국 문화의 양상이 달라진다는 생각이죠. 


주체성 자기가 우세한 사람들은 자신을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또 행사하고 싶어하는 존재로 봅니다. 자신이 다른 이들보다 더 능력있고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을 좋아하지요. (어떻습니까? 한국인들이 이런가요?)


대상성 자기가 발달한 사람들은 자신을 다른 사람들의 영향력을 받아들여야 하는 존재로 봅니다.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고 다른 사람이 하자는 대로 잘 맞춰주는 사람이지요. 자신은 다른 사람들보다 나을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떻습니까? 일본인들이 이런가요?)

긍정적 환상에서의 한국과 일본의 차이는 이러한 주체성 자기와 대상성 자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요?


남들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존재로 자신을 바라보는 한국인들은 자신의 가치, 능력, 비전을 높이 평가합니다. 60살이 되었을 때 남들은 30% 확률로 암에 걸려도 나는 안 걸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반면, 일본인들은 타인들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데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자기 인식조차도)이 다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전체의 화합을 해치지 않는지 늘 고려합니다. 남들이 30% 확률로 암이 걸린다면 나도 그 정도는 되겠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긍정적 환상에 대한 한일비교 연구는 세계의 문화를 개인주의와 집단주의로 구분하는 비교문화심리학의 가정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집니다. 한국과 일본 같은 집단주의 안에서의 차이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하는 것이죠. 그리고 주체성 자기 vs 대상성 자기 이론은 그 질문에 대해서, 특히 한국과 일본의 심리적 차이에 대해서 꽤 매력적인 대안이 되어 줍니다.



*'아닌데? 내가 아는 일본인들은 안 그렇던데?'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문화의 패턴에 관한 제 이전 글(https://brunch.co.kr/@onestepculture/105)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문화의 차이는 개인에게 공유된 문화적 패턴의 차이로 봐야지 개인차로 이해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입니다.


*주체성 자기 vs 대상성 자기 이론은 기존의 심리학으로 설명하지 못했던 한국인과 일본인들의 행동을 상당 부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인들과 일본인들의 흥미로운 여러가지 차이들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인과 일본인의 심리에 대한 내용이 책으로 나왔습니다. 한선생의 책(https://brunch.co.kr/@onestepculture/424) <선을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일본인>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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