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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미래 Aug 05. 2024

홀로 서기

Part 3. 사람


홀로 있는 게 가만히 있는 게 어려운 일인가요.

홀로 있어도 같이 있어도 외로운 건 같아요.

[홀로-이하이]



나는 사람을 만나는 걸 별로 즐기지 않는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어릴 때부터 쭉 그랬던 것 같다. 하교 후에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는 것보다 집에서 뒹굴거리며 예능프로를 보는 게 더 좋았고, 주말에도 밖에 나가 돌아다니기보다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했다. 혼자 보는 심야영화를 좋아하고, 혼자 먹는 밥도 여유롭고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안도감까지 들기도 한다. 이런 나를 보고 의아해하는 친구들도 많았다. 엄마와 시간을 보내는 때도 많았는데, 친구들과 안 놀고 엄마와 논다며 '너 찐따야?'라고 묻는 친구도 있었다. 그땐 나도 내가 이상한 줄 알았다. 화장실에 갈 때도 삼삼오오 그룹을 지어 몰려다니는 아이들이 정상인 줄 알았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내가 뭔가 문제가 있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나에게 찐따냐고 질문했던 그 친구의 말이 가스라이팅이라는 걸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적당히 어울렸던 친구들과 연락이 뜸해지고 각자의 삶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걸 보면서 이상하다는 생각보다는 '그래, 이게 정상이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시절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인연에도 어쩌면 기한이 있다. 그 기한이 끝난다고 영영 멀어지거나 관계를 단절하게 된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니라 굳이 늘 붙어 있지 않아도 그 사람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사랑이 뜨겁게 불타는 시기가 있듯이 친구도 사회에서 만난 인연도 그런 시기가 있는 것이다.


특히 십 대 때는 혼자 있는 게 좋아도 그렇다고 말하지 못했던 친구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화장실을 혼자 가고 싶어도, 집에 혼자 가고 싶어도 주위에 보이는 무리들을 보고 뭔가 박탈감이 들어 굳이 굳이 친구 한 명을 붙잡아 같이 가자고 하거나, 청소하는 친구를 기다리다가 30분이나 늦게 집에 돌아가기도 한다. 나도 물론 그랬었다. 그런데 조금 크고 나니 그게 얼마나 시간 낭비인지 깨닫지 않을 수 없었다. 화장실이야 어차피 칸이 나뉘어 있는데 인생이 걸린 중요한 이야기를 나눌 게 아니라면 그냥 혼자 가면 되는 거고, 집으로 돌아갈 때도 남은 하루를 조금이라도 알차게 보내고 싶다면 그냥 혼자 이어폰을 꽂고 여유롭게 가면 되는 거다. 그땐 뭐가 그렇게도 눈치가 보였던 건지. 지금의 내게 혼자 집에 간다고, 혼자 화장실에 간다고 찐따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적어도 나보단 나이가 적기를 간절히 바란다. 동갑이거나 연상이라면 그 사람의 정서가 심히 걱정될 것 같으니까.


이하이의 [홀로]라는 노래는 내가 성인이 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첫 가사를 듣고 그동안의 나의 생각에 맞장구를 쳐주는 노래라고 생각했다. 가사 그대로다. 혼자 있는 게 어려운 일인가, 정말로 혼자 있든 같이 있든 외로운 건 같다. 인간은 원체 외로운 존재라고 한다. 그 감정은 없애거나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고. 인체구조에 포함된 것과도 같은 외로움을 사람을 만나 없애 보려고 하고 바쁘게 지내며 무마시키려고 해도 소용없을 것이다. 평생 안고 가야 하는 감정이니까. 홀로 와 홀로 떠나는 존재에게 혼자 지내는 것이 익숙해지고 편안해지는 건 평생의 숙제와도 같다. 아이러니하지만 피할 수 없다면 즐길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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