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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미래 Aug 02. 2024

나의 이상형

Part 2. 사랑

고등학교 때 백일장 주제였다. 심드렁하고 뻔한 주제들 가운데 이상형이라는 단어 때문에 선택했다. 처음에는 나도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의 외형적인 부분에 대해서 쓰려고 했다. 키는 나보다 컸으면 좋겠고, 나보다 마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뭐 이런 것들. 그런데 나랑 같은 주제를 선택한 친구들이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것을 듣고 갑자기 마음이 삐딱선을 탔다. 


왜 외형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써야 하지?


한 문장이 마음속에서 맴돌았다. 나는 외형적인 모습이 아니라 그 사람의 행동과 생각에 대한 나의 이상적인 기준에 대해 썼다. 가물가물하게 기억이 나는 것들을 말해보자면 '영화를 볼 때 말 걸지 않고 조용히 함께 감상해 주는 사람, 생각의 다름을 인정할 줄 아는 사람' 대략 이런 것들이었던 것 같다. 살다 보면 외모보단 성격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나는 어쩌면 조금 어릴 때부터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 아닐까.


조금 더 크고 나서는 이상형의 대상에 대한 범위가 넓어졌다. 내 글에 사랑의 대상이 사람뿐만이 아니라는 말이 자주 등장 했는데, 정말이지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다양하다. 집 안에 들이치는 오후의 그림자를 사랑하고, 곁에서 같이 깔깔 거리며 웃어주는 엄마를 사랑하고, 친구 둘과 모여 쓸데없는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사랑하며, 늦은 새벽 가끔 생각이 나 꺼내보는 묵은 편지들을 읽어보는 시간을 사랑한다. 나의 세계는 사람만 존재하지 않는다. 공간, 분위기, 감각. 이 모든 것들이 나를 살아가게 한다. 


이상형이라는 사랑스럽고 신비로운 틀에 굳이 이상적인 연인의 모습만 꾹꾹 눌러 담을 필요는 없다. 이상적인 모습에 대한 대상과 기준은 각자 모두 다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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