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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미래 Aug 09. 2024

나도 누군가에겐 X년이다.

Part 3. 사람

살다 보면 싫어하는 사람이 생긴다. 이유 없이 좋은 사람이 있듯이 이유 없이 싫은 사람도 있다. 그리고 입장을 바꿔 다시 생각해보면 나 또한 누군가에게 끔찍하게 싫은 존재가 될 수 있다. 그 원인이 내 탓이건 아니건 간에. 어릴 땐 다른 친구가 나를 싫어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 무서웠다. 내가 뭘 잘못했나 싶어 괜히 평소보다 잘해주고 간식을 나눠주며 비굴한 애정공세를 펼쳤다. 물론 어릴 땐 그럴 수 있지만 지금 와 생각해보면 조금 바보같긴 하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나조차도 싫은 사람이 있으니까. 모두가 나를 좋아할 순 없는 노릇이다. 고등학교 입학 전에 페이스북을 통해 가장 먼저 알게된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모두의 애정을 갈구하던 친구였다. 어떤 친구와 친해지지 못하거나 가까워지지 못하면 침울해 하며 모두와 친하게 지내고 싶다고 했었다. 사실은 나도 그런 때가 있었다. 모든 친구와 친해지고 인사하는 사이가 되고 싶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친한 척을 하곤 했었다. 그리고 그 시기는 내 인생에서 가장 창피한 순간으로 남아있다. 그 때의 나를 기억하는 친구들이 만약 내가 지금 쓰고 있는 글을 읽는다면 갑자기 얌전한 척 하네, 놀고 있네 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부끄럼 없이 가장 창피했던 기억을 끄집어 내어 글로 쓸 수 있는 건 그 시기를 함께 보낸 친구들이 아직도 곁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활발하고 이리저리 쏘다니던 나와, 갑자기 차분해져 주변에서 이상하게 볼 정도로 변한 나를 모두 지켜본 친구들 중에서도 나와 멀어지지 않고 졸업한 후에도 그리고 지금도 함께 해주는 친구들이 있다. 결국은 나의 진짜 모습을 알아주는지 아닌지로 인연이 나뉘는 것이다. 그런 믿을 구석이 있기에 내가 누군가에게 썅년이어도 괜찮은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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