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미래 Aug 16. 2024

말과 사람

Patr 3. 사람

'너는 왜 이렇게 말을  안 해?'


내가 알바를 처음 시작했을 때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묵묵히 일을 하고 있으면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다가 '너는 왜 말을 안 해?'라며 잔잔한 나에게 돌덩이를 던지곤 했다. 물론 그 질문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 대해 더 알아가는 방법은 대화만큼 효과적인 게 없으니까. 하지만 나는 그렇게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그저 미소만 띄울뿐이었다. 진심으로 대답하면 벙찐 표정을 지을 게 뻔하니까. 도무지 그들과 할 말이 없는데 무슨 말을 한단 말인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도 씨끌벅적하게 떠드는 편은 아니다. 나와 결이 맞는 사람들이 주변에 머물게 된 것인지 만나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다. 이따금 대화의 긴 공백이 쌓이기도 한다. 그 공백이 전혀 불편하지 않다는 것이 내 관계의 편안함의 증거이다. 갑자기 떠오른 말이 있으면 건네기도 하고, 묻는 질문에 대답해주기도 하고, 쓸데없이 던지는 시시껄렁한 농담에 눈총을 쏘아붙이며 장난을 치기도 한다. 


쉴 새 없이 말을 주고받고 웃음이 끊이지 않는 것이 친밀함이나 편안함의 기준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결에 따라 각자에게 맞는 대화를 할 뿐이다. 말 한마디 나누지 않아도 침묵 속에서 편안함을 즐기는 이들도 있고, 왁자지껄 웃으며 그 시간을 즐기는 이들도 있을 뿐이다. 그저 나는 전자에 속할 뿐이고. 


시간이 흐를수록 나와 결이 맞는 사람을 찾는다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결이 맞는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찾을 에너지가 도무지 생기지 않는다. 일상에 지쳐서 그런 것인지 사람에게 지쳐서 그런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좁고 깊은 나의 인간관계가 원망스럽지는 않다. 그저 묵묵하고 진득하게 나만의 세상이 축적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전 11화 타인의 시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