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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미래 Aug 12. 2024

타인의 시선

Part 3. 사람


우리는 누누이 말하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말고 본인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내가 아무리 '나는 재미있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해도 타인이 보기에 그렇지 않으면 재미있는 사람으로 각인되지 않는다. 어떤 사람에겐 지루한 사람으로 어떤 사람에겐 엉뚱하고 이상한 사람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내 행동으로부터 나의 이미지가 형성된다고 생각하지만 나를 보는 그 사람의 시선과 생각으로부터 나라는 사람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비치게 된다.


나라는 인간은 외부에서 객관적으로 나를 보는 타인들로부터 만들어진다. 말 한마디로 나를 판단하는 사람도 있고, 행동 하나로 나를 나쁜 사람 취급하는 사람도 있고, 실수 한 번으로 쓸모없는 인간 취급하는 사람도 있다. 나를 평가하는 가지각색의 말이 여기저기에서 모여 눈덩이처럼 불어나면 그 눈덩이는 발길질 한 번에 무너지지 않는 단단한 얼음덩이가 된다. 타인의 시선과 말이란 무서운 법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말라는 용감한 말을 던지는 걸까?


성인이 되고 첫 알바를 시작했을 때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영 쉽지 않았다. 모두가 싫어하는 매니저의 험담에 끼고 싶지 않아 두루뭉술하게 얼버무리면 뒤에서 다 들리게 '그냥 얘기에 끼기 싫어하는 것 같던데?'라며 사회성 없는 사람 취급했고, 낯을 좀 가리는 편이라 말을 하지 않고 있으면 겉으로는 상냥하게 대하면서 뒤에서는 흘깃흘깃 쳐다보며 외톨이 취급을 했고, 일을 열심히 해도 너무 열심히 한다며 자기가 할 일을 빼앗아 간다고 불평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이러나저러나 욕할 사람은 욕할 테니, 그냥 내 맘대로 살자. 나 자신은 내가 컨트롤할 수 있지만 타인의 생각까지 내가 통제할 수는 없으니까.


타인이 별생각 없이 툭 던지는 말 한마디에 상처 입고 마음 아파하기에는 나 자신이 너무 소중하다. 그냥 한 순간 나를 보고 내뱉는 말을 일일이 신경 쓰면 어떤 행동도 마음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알량한 시선 안에 갇혀 살기엔 내 시간이 너무 아깝다. 누가 뭐라고 하든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내가 입고 싶은 옷을 입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시간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나를 지킬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과도 같다. 나를 포함한 모두가 스치는 바람처럼 휙 지나가는 수많은 말들을 붙잡지 않고 놓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나의 작지만 큰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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