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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도영 Mar 13. 2019

은은히 살을 내보이는 햇살같이

여행 소회 (6) - 오스트리아 빈


따사했지만 수분을 머금지 않았던 아침 공기. 쉽게 눈을 떴다. 파랗게 쨍한 여름 원피스가 선선한 아침 기온에 조금 서늘하게 느껴졌어도, 아무렴 8월의 여름인지라 괜찮았다.  



밤새 안녕을 제공한 호텔은 조용한 도시 외곽에 있었다. 호텔 앞 화단의 방울토마토가 이름 그대로 방울방울 노래를 해 앙증맞았다. 누구 입으로 들어갈지 꽤 필요 없는 상상으로 동생과 열띤 토론을 했다.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은 화려 했지만 또 수더분했다. 으레 새싹비빔밥 위에 올라가는 여린 잎들을 뿌려 둔 듯 연 노란 정원 앞에 웅장했던 그 궁전은 구름에 가려져도 은은히 살을 내보이는 햇살 같았다. 가끔 덩치가 커도 온 몸에 사랑스러움과 귀여움을 뒤집어쓴 사람이 있는데 그 도시가 그랬다.



상점가가 몰려 있는 도심은 수다스러웠다. 모두가 대화를 쉽게 건네고 쉽게 받았다. 파란색 원피스가 강렬했는지 머리가 곱실거리는 금발 남자가 내게 브라질리언이냐 물었다.


아닌데?


하며 장난스럽게 받아치니 이젠 일본인이냐 되물었다. 브라질과 일본의 간극은 너무 크지 않느냐며 내가 그를 놀려 볼까 싶었지만 그냥 얼굴을 살짝 찡긋하며 그를 지나쳤다. 기분이 좋았다. 나라는 사람의 색감이 남미에서 이웃나라까지 오고 갈 만큼 넓다면 나는 그것이 반가웠다.



점심을 먹기 위해 들린 식당이 위치한 골목도 오전에 본 궁전의 컬러와 꼭 닮았다고 생각했다. 노란 벽에 초록색 창틀. 작고 붉은 꽃.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남매들이 창을 열고 도레미를 노래할 것 같았다.

오스트리아에 대한 나의 인상은 예쁜 수녀님이 나오는 그 옛날 영화가 8할은 차지했는데, 그 영화가 오스트리아 그대로였다. 아니면 오스트리아가 그 영화 그대로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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