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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도영 Mar 13. 2019

온통 바다이니 당신이 어디로 가든

여행 소회 (7) - 대한민국 통영/거제


이탈리아를 아직 가보지 못했다. 그래서 나폴리를 잘 몰라 통영에게 “너 정말 한국의 나폴리구나” 칭찬하긴 어려웠다. 하지만 나폴리든 베니스든 이 도시는 아름다웠다. 바다색 페인트로 멋을 낸 하얀 배가 항구도시의 짠내와 유쾌하게 합이 맞았다.



생선들은 줄을 서서는 분홍빛 속내를 드러내며 때를 기다렸다. 그 마저도 참 고와 가족들은 줄을 서가며 생선들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검푸른 바다와 핑크빛 생선이라니. 통영 다운 포토존이었다.


 

사실 그전까지 나는 생굴을 먹지 못했다. 가끔 명절에 굴의 바다내음이 밀가루 반죽에 푹 담긴 굴전이나 먹는 정도였다. 말캉한 비린내가 아직 어렸던 내게 잘 와 닿지 못한 모양이다. 하지만 이 날 생굴이든 익힌 굴이든 꿀떡꿀떡 잘만 넘겼다. 지금까지의 굴이 모두 가짜처럼 느껴졌다. 나는 이날 이후로 석화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거제의 외도로 가는 길도 온통 바다였다. 생선은 어딜 가나 흔했고 가게 주인은 커다란 조개껍데기를 자랑하듯 문 앞에 전시해 두었다. 선착장으로 가는 길엔 “당신이 어디로 가든 좋아”라고 말하듯 의미심장한 표지판이 있었다. 한참 웃었다. 진지한 영화 속 우스운 대사처럼 다가왔지만, 어디를 가든 길이라는 철학적인 생각을 한 것이라 해몽하고 지나갔다.


배 위에 바람은 거셌다.



남해의 겨울은 우습게 볼 만한 것이 아니었고, 머리카락은 계속 바람에 날렸다. 하지만 바다 한가운데서 바라본 그 바다는 마냥 좋았다. 자유롭기도 했고 강했다. 아마 나는 그 날의 바다에 반했던 것 같다.



도착한 섬은 공기는 겨울인데 색감은 여름의 그것이었다. 발을 내딛자마자 계절마다 오고 싶다는 생각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신선한 공기, 잘 관리된 푸른 정원, 고소한 냄새로 손님을 부르던 뜨거운 붕어빵. 삼합이었다. 차갑지만 따뜻했다.

마치 여름날 포근한 이불을 덮고 선풍기를 틀 듯 그 여행엔 내내 그러한 균형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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