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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도영 Oct 13. 2019

바닷속에서 한 마디 뻐끔대지도 못한 채

여행 소회 (28) - 말레이시아 사바



맑아서 좋네 . 라는 수준에서 머무르는 칭찬은 안 될 일이었다. 뜨거운 태양을 받치고 있는 짙푸른 하늘은 퍼런 피가 철철 난 것처럼 농도가 진했다. 날씨의 혜택을 받으며 우리는 크지 않은 배를 타고 작은 섬으로 이동 중이었다. 배의 빠른 속력이 공기와 정면에서 맞부딪치자 바람이 온몸을 무심히 쓸고 지나갔다.



섬은 건강했다. 여행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고 싶어 각기 다른 진한 에너지를 내뿜고 있었음에도 오랜 시간을 함께 했기에 모두가 사이좋게 아름다웠다. 바다가 태양을 머금은 만큼의 햇살을 담고 층층이 빛났다.



아까운 건 시간 하나라 바로 스노클링 장비 하나와 구명조끼만 믿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대양의 파도는 바다 수영에 서툰 우리가 그녀의 품에 뛰어들자 목까지 차올라 끊임없이 출렁대며 우리를 압박했다. 분명 파도는 숨을 작게 쉬며 우리를 부드럽게 안아준 것이겠지만 바다에 비해 우리가 연약할 뿐이었다.



물속에서도 숨 쉴 준비를 마치자 우리는 잠수를 했다. 순식간에 소란이 멈췄다. 오직 물결의 힘에 저항하는 내가 있었다. 나는 산호의 손가락을 신호라 여기고 다른 무언가를 찾기 위해 앞으로 더 나아갔다. 오랫동안 찾아 헤매지는 않았다. 곧 여유를 부리며 천천히 유영하는 열대어 무리를 만났다. 그들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둥둥둥 몸에 힘을 빼고 일행인 척 다가가 함께 무리 지었다.



아.


바닷속에서 한 마디 뻐끔대지도 못한 채 강제로 침묵을 지켜야 했던 환호가 몸 안에서 피를 타고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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