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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도영 Mar 23. 2019

호이안을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

여행 소회 (9) - 베트남 호이안


보여주는 표정은 많았는데, 복잡하지 않았다. 예민하고 섬세했지만, 까탈스러운 것도 아니었다. 오래 맡아도 머리가 아프지 않은, 들숨과 날숨이 모두 편한 향기를 품었다. 연중 따뜻한 여름이 내내 지속되는, 그래서 날씨가 추워서 어깨 움츠릴 일 같은 건 없는 것이 이 어여쁜 도시에겐 정말 잘 어울렸다.



컬러감이 진하고 뚜렷한 올드타운에서 카메라를 든 손은 바빴다. 어느 앵글로 어디를 찍어도 모두 보기 좋았다. 바쁘게 자전거로 이동하는 인력거의 모습을 빠르게 카메라 셔터에 눌러 담았고, 집중해 수를 놓고 있는 작은 여인의 모습을 나도 모르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품었다.



호이안의 연등은 물론 베트남의 것이지만, 중국의 강하고 억센 혼도, 일본의 가냘프면서도 베일 듯한 날 선 미학도 엿보였다. 게다가 그러한 동양의 물감으로 이 도시를 붓질한 이는 금발에 파란 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호이안은 고대 베트남의 국제무역항이었다. 수많은 외지인이 드나든 역사는 글로 쓰여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지만, 이곳의 공기는 굳이 역사가의 입을 통해 듣지 않더라도 복잡하게 오갔던 교류의 흔적을 강렬하게 내뿜고 있었다. 호이안을 드나든 외국인들의 면면처럼 다양한 연등의 빛 감이 올드타운을 가로지르는 강에 번져 흘렀다.



손바닥 크기의 소원연등을 강에 띄우는 의식이라면 의식인 여행자의 버킷리스트를 수행하기 위해 나룻배에 탔다. 여기저기 후기에서 바가지 씌운다는 걱정스러운 우려가 많았는데, 우린 다행히 꽤 마음이 넉넉한 나룻배 임자를 만났다. 그녀는 사람 좋게 웃으며 빛으로 노랗게 번진 강 구석구석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불을 킨 연등을 조마조마하며 강에 흘러 보냈다.



마음 한 조각을 뚝 떼낸 것처럼 심장이 콕 아팠다. 바라는 일을 생각한 것인데, 마음을 찔렸네. 누군가 나의 연등을 구해 신에게 가져다주길 바랐는데 어찌 됐을까. 보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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