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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프라는 이름의 예술가들

by 원웨이브


오늘은 지난번 <열린예술극장> 이야기의 연장선에서, 조금 더 깊이 있는 경험을 나눠보고자 한다.






<열린예술극장>은 시민이 만들고 시민이 즐기는 예술 공간이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55곳의 야외무대에서 82개 팀의 전문 아티스트와 아마추어 공연팀이 참여해, 매주 주말마다 연간 900회 이상의 공연을 펼치는 프로젝트였다.


당시 전체 예산은 10억 원이 조금 넘었다. 겉으로는 큰 금액처럼 보이지만, 900회 이상 공연을 나눠보면 회당 100만 원 남짓. 여기에 제작물, 온라인 홍보, 음향 장비, 공연팀 개런티까지 포함되니 막막함이 앞섰다. 회사에서 투입된 인원은 3~4명, 외부 전문가 5~6명, 현장 스태프는 장소당 2명씩 약 60명이 매주 동시에 움직여야 했다.


결국, 이 프로젝트가 원활히 돌아가기 위해선 각 현장요원이 그 공간의 주인이 되어야 했다. 공연팀도 각자 악기와 시스템을 자비로 준비해야 했기에,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초기 몇 주는 말 그대로 전쟁이었다. 회사 직원들과 팀장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현장을 순회했고, 각 현장마다 수많은 변수가 터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스태프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공연장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갔다.


스태프들은 공연장에 먼저 도착해 현장을 점검하고, 트렁크에 담긴 현수막과 엠프, 전기 릴선을 꺼내 세팅했다. 이어 공연 전 멘트, 진행, 사진 촬영까지 모든 역할을 도맡았다. 매뉴얼은 있었지만 결국은 각자의 판단력과 실행력이 모든 걸 좌우했다.



그 중 한 명, 아직도 기억에 남는 스태프가 있다.


작은 체구의 대학생 여성이었는데, 늘 조용히 문제없이 공연을 이끌어냈다. 어느 날 그녀와 공연이 끝난 후 잠시 커피를 마시며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엔 이게 무슨 아르바이트인가 싶었어요. 교육 때 제 몸보다 큰 트렁크를 받고, 모든 일을 두 명이서 하라니 너무 벅차더라고요. 현장 세팅, 공연팀 연락, 소개 멘트, 전단지 배포까지… 처음엔 두려웠지만, 점점 공연팀과 관객을 챙기다 보니 자신감이 생겼어요. 특히 서울시의 한 공간을 제 손으로 문화로 물들인다는 생각이 들 때면, 책임감도 생기고 뿌듯함이 밀려왔죠. 주말 몇 시간의 일이지만, 저에겐 큰 경험이자 자랑이에요. 이 일을 통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겠다는 용기도 얻었어요. 이런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그녀와 헤어져 다음 공연장으로 향하는 길, 나는 내내 그 말을 곱씹었다. 우리는 늘 공연자와 관객만 생각했지만, 그 공간을 만드는 스태프들 역시 이 프로젝트의 주인공이었다. 그들 또한 문화 속에 녹아들고 있었던 것이다.



예술이란


결국, 누가 무대에 오르느냐보다 그 무대를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기에 완성된다.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사람들. 나는 그날, 한 스태프의 성장 이야기 속에서 또 하나의 유니크한 삶의 가능성을 보았다.





지난 <열린예술극장> 이야기


https://brunch.co.kr/@onewave/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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