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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웨이브 Dec 25. 2022

정말 쉬고 싶다면, 멈춰라

휴식의 시작은 멈추는 것이다


  정말 일상이 피곤하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우리는 쉬고 싶어 한다. 절실하게 휴식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쉴 시간이 생기면 노느라 도무지 쉬질 않는 것이다. 그러니 피곤은 풀리지 않고 그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다. 


쉰다고 생각하지만
쉬지 않는 우리들,
뭐가 문제일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며 더 많은 것들을 하는 우리들 



  한 조사기관에서 직장인 504명을 대상으로 직장인들이 스트레스를 푸는 나만의 해소법을 조사했다. 결과는 1위 취미활동(19.1%), 2위 맛있는 음식 먹기(18.1%), 3위 뒷담화(12.1%) 였다. 우리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다양한 취미활동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니며 열심히 누군가의 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출처. 이지서베이. <대한민국의 기둥 직장인의 현주소> 


  요즘 취미부자라는 말이 있다. 정말 다양한 취미를 가지고 여가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려는 사람들이 많다. 예전에는 취미가 독서, 영화감상, 등산과 같이 누구나 아는 것들이었면 요즘은 조금 다르다. 암벽등반, 플루트연주, 베이킹, 가죽공예 등 다양한 취미생활을 하고 있다. 취미활동을 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즐겁게 쉬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떻게 보면 더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채우고 있는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서는 먼저 맛있는 음식점을 찾아야 하고 어디를 갈지 비교평가를 통해 선택을 해야 한다. 그리고 맛있고 유명한 집은 늘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오랜 기다림의 끝에 행복하게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기대했던 분위기와 맛에 기분이 좋고 뿌듯할 수도 있지만 가끔은 너무나도 높았던 기대에 실망하고 아쉬워하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활동은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준다. 체력도 충만하고 자신의 의도에 따라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은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휴식이 필요할 때도 이런다는 것이다. 우리는 일상을 보내며 많은 에너지를 쓰고 원치 않는 일들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면 몸과 마음은 휴식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다양한 방식으로 준다. 그때 우리는 '휴식'을 취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때조차도 무엇이든 열정적으로 하고 더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백과사전에서는 휴식을 이렇게 정의한다. 


휴식(休息)은 하던 행동을 멈추고 잠시 쉬는 것을 말한다.
  - 위키피디아

휴식()은 특정한 노동(정신노동, 육체노동 둘 다) 후 지친 몸이나 머리를 쉬게 하는 것이다.
  - 나무위키


  휴식의 정의와 같이 휴식은 무언가를 더 '하는 것' 아니라 '멈추는 것'이다. 지친 몸이나 머리를 위해서는 멈추고 쉬어야 한다. 쉬는 것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멈추는 것이고,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것이다. 힘들고 지칠 때 아무것도 안 해야 할 때, 우리는 더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찾고 더 많은 것들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쉬는 방식이 서로 다를 수도 있고, 오히려 더 창의적으로 의욕적으로 무언가를 해내기 위해서 다양한 활동을 한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은 무언가를 더 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있는 것을 멈추고 쉬어야 하는 것이다. 



멈춤은 단순히 정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휴식은 쉬는 것이며 지금 당장 멈추는 것이다. 우리가 멈추는 이유와 의미를 생각해 보자. 우리는 더 잘 멈추거나 영원히 멈추기 위해서 멈추는 것이 아니다. 이 멈춤을 통해 우리는 또 다른 것을 위한 틈을 만들고 에너지를 채우는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Ⅱ⟫에서 이렇게 말했다. 
삶의 진정한 단계는 지배적인 사상이나 감정이 상승하고 하강하는 사이의 중간에서 잠시 동안 정지하는 시간이다. 여기서 다시 한번 충족이 나타난다. 
  - 장재형, ⟪마흔에 읽는 니체⟫, 유노북스, p134


  니체는 삶의 진정한 단계가 무언가를 이루고 해내는 순간이 아니라 그 순간들 사이에서 잠시 동안 정지하는 시간이라고 했다. 그 시간이 있어야 우리는 채울 수 있고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는 판단중지(判斷中止)를 뜻하는 에포케(epoché, epokhế, εποχη)라는 말이 있다. 고대 그리스어의 에페케인(삼가다·멈추다)에 유래한다. 회의론자는 어떠한 생각에도 반론(反論)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에 판단을 중지해야만 한다고 하여 이를 에포케라고 불렀다. 끊임없이 회의적인 생각을 떠올려 밤잠을 못 이루는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답'이 아닌 '정지'인 것이다. 이러한 판단중지를 통해서 스스로의 생각이 회의적인 사고로 번져나가는 것을 막고 그 순간을 더 선명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혜민스님도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책을 펴내면서 멈춰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고 했다. 무언가를 더 하고 싶다면 먼저 멈춰야 한다. 그래야 니체가 말한 것처럼 더 채울 수 있고 그리스 철학자가 말한 것처럼 회의적으로 빠지지 않고 순간을 더 선명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억지로 멈춰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멈춰야 한다. 



  우리는 스스로 행동을 통제할 수 있으며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다. 멈추는 것 또한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방식으로 할 수 있는 것이다. 단순하게 정지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더 의미 있는 것들을 하기 위한 멈춤은 오히려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신기하게도 그 멈춤이 스스로의 선택이 아닌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와야 시작된다. 몸이 갑자기 아파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오거나 갑자기 전기가 나가서 원하는 것을 쓸 수 없는 상황이 오는 것처럼. 이는 자신이 의도한 멈춤이 아니라 어떤 일로 주어진 멈춤이다. 그러한 멈춤은 어색하고 불편하다. 스스로 의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자신의 의지로 멈추어야 한다. 그 방법은 아주 단순하다. 그냥 지금 이 순간 멈추는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이 글을 이어서 읽는 것이 아니라 잠시 눈을 감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 다음은 나의 기분과 몸은 어떤가 지켜보는 것이다. 우리는 매 순간 매초 어떤 것을 하고자 하는 의도와 의지로 끊임없이 행동을 한다. 그래서 스스로를 지켜볼 시간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잠시 멈추고 내가 하려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어떤 기분으로 그랬는지 내 몸은 어떻게 반응하는지 지켜본다. 



정리하자면 이게 전부이다.


멈춘다 > 바라본다







  우리는 피곤할 때 가만히 앉아 TV를 보거나, 침대에 누워 웹툰을 보거나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는 것이 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그것은 쉬는 것이 아니다. 정말 쉬고 싶다면, 멈춰라. 늘 자연스레 이어지는 행동들. 그것들을 끊어냈을 때 비로소 쉴 수 있다.  


휴식의 시작은
쉬는 것이 아니라
멈추는 것이다. 
 





출처


사진. Pixabay


- [인포그래픽] '대한민국의 기둥' 직장인들의 현주소는?

- 장재형, ⟪마흔에 읽는 니체⟫, 유노북스,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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