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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웨이브 Oct 13. 2024

노란 화살표모자와 함께한 여행길

일상영웅전 #2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일곱 살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자 길 중간에 있는 마을에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날이 저물어 어둑해진 골목으로 한 순례자가 추위와 배고픔에 지쳐 힘겹게 걸어왔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던 아이는 자신이 가진 작은 빵을 그에게 주었다. 그리곤 마을에서 숙소를 운영하는 옆집 아저씨에게 그를 안내를 해 잠자리를 찾도록 도와줬다. 


  다음날 기력을 찾은 순례자는 아이에게 너무나도 고맙다고 이 호의는 평생 잊지 못할 거라고 했다. 그의 진심 어린 말에 아이는 처음으로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그래서 그런 일을 더 많이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는 고작 일곱 살이지만 늘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고 고민했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자 길은 거의 모든 갈림길에 노란 화살표로 순례자에게 길을 안내해 준다. 정갈하게 비석으로 표시되어 있을 때도 있지만 나무나 바닥, 벽, 쇠로 된 이정표에도 표시가 되어 있어 순례자들은 온전히 나아가는 길과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가 사는 마을의 이정표는 훼손되어 많은 순례자들이 길을 헤매고 있었다. 그래서 아이는 마을의 갈림길에서 노란 화살표가 그려진 모자를 쓰고 의자에 하루종일 앉아 있었다. 순례자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노란 화살표가 그 아이의 소중한 시간에 의해 이어졌다. 그 아이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걸어가는 길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산티아고 순례자 길을 걸을 때 실제로 한 마을에서 노란 화살표모자를 쓴 할아버지를 만났었다. 마을의 갈림길에서 무심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었다. 할아버지를 지나쳐 계속 가던 길을 갔지만 아직도 나는 노란 화살표 모자가 잊히지 않는다. 할아버지는 언제부터 그곳에 앉아 있었을까? 왜 그곳에 앉아 있게 되었을까? 생각하며 걸음을 재촉해 갔다. 누군가의 작은 행동이 갈림길에서 헤매는 사람에게 엄청난 힘이 될 수 있다. 영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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