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영웅전 #5
작은 마을에 회색 머리띠를 한 소녀가 있었다.
그 소녀는 집 앞마당에 작은 텃밭을 가꾸며 소소한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상추를 잘 키워 친구들과 함께 먹는 게 소원이었다. 그러나 상추는 생각보다 천천히 자랐고, 소녀는 매일 아침 상추를 바라보며 마음이 급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녀는 친구에게 상추가 잘 자라게 만드는 비법을 들었다.
"앞마당에서 상추를 직접 키운다고?"
"응. 상추를 어서 키워서 너희들과 함께 먹고 싶어."
"정말 좋은 생각이네. 어디선가 들었는데 상추 물주는 걸 참 좋아한데. 그래서 물을 자주 많이 주면 더 금방 자란다고 들었던 것 같아."
비법을 알게 되어 기쁜 마음에 소녀는 서둘러 집에 돌아와 상추에 물을 듬뿍 주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금방 자라는 것 같지 않아 사람처럼 아침 점심 저녁으로 물을 더 자주 듬뿍 주었다. 그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다른 일은 잊어도 상추에게 물 주는 것은 잊지 않고 꼬박꼬박 물을 주었다.
하지만 며칠 지나자 상추는 오히려 시들시들해지기 시작했다. 잎이 누렇게 변하더니 줄기마저 힘없이 늘어졌다. 소녀는 마음이 더 급해져 상추를 만지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왜 이렇게 빨리 자라지 않는 거지? 물이 부족한 걸까?"
그러다 지나가던 마을 어르신이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욕심을 부리면 오히려 식물이 상해버리는 거야. 상추는 상추 나름의 속도로 자라야 해. 물을 필요한 만큼만 줘야 하는 거란다."
그제야 소녀는 자신이 너무 욕심을 부린 탓에 상추가 힘들어졌다는 걸 깨달았다. 그 어르신의 말을 따라 물을 조금씩만 주고, 마음을 차분히 가지며 기다리기로 했다. 얼마 후, 상추는 다시 파릇파릇해졌고, 드디어 소녀는 정성스레 키운 상추로 친구들과 쌈을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
무엇이든 각자 자기만의 속도가 있다.
무언가를 도와주려는 마음이 과하면 그 행동이 오히려 대상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 마치 악당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