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영웅전 #3
유난히 피곤한 날이었다.
힘든 발걸음을 이끌고 집에 가는 길. 지하철 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잠시 잠이 들었던 거 같다.
눈을 떠보니 앞에 갈색 치마를 입은 나이 지긋한 할머니가 서 있었다. 굽은 허리에 서있는 것조차도 힘들어 보였다. 순간 무심하게 눈을 감고 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양보를 하려 일어나 말없이 옆으로 비켜섰다.
당연히 할머니가 스스로 그 자리에 앉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할머니는 손을 잡고 있던 손자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없이 앉으라고 손짓했다. 분명 본인은 다리도 몸도 힘드실 텐데 손자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그 아이는 신난 듯이 털썩 그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아이는 창밖을 보며 눈을 빛내고 있었다. 그 순간 아이를 바라보는 할머니의 눈은 피곤함은커녕 소녀처럼 생기 있게 빛나고 있었다.
자신도 힘들지만 아무 계산 없이 자연스레 사랑하는 이를 위해 도움을 주는 작은 행동은. 어떠한 초능력보다도 강하고 아름답다. 영웅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