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원웨이브 Oct 20. 2024

검은 치마를 입은 할머니

일상영웅전 #3


영웅 Hero

영어 낱말 히어로(hero)는
문자 그대로 "보호자", "방위자"를 뜻하는 그리스어 낱말 헤로스(ἥρως)에서 비롯된 것이다






  유난히 피곤한 날이었다. 힘든 발걸음을 이끌고 집에 가는 길. 지하철 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잠시 잠이 들었던 거 같다.


  눈을 떠보니 앞에 검은 치마를 입은 나이 지긋한 할머니가 서 있었다. 굽은 허리에 서있는 것조차도 힘들어 보였다. 순간 무심하게 눈을 감고 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양보를 하려 일어나 말없이 옆으로 비켜섰다.


  당연히 할머니가 스스로 그 자리에 앉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할머니는 손을 잡고 있던 손자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없이 앉으라고 손짓했다. 분명 본인은 다리도 몸도 힘드실 텐데 손자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그 아이는 신난 듯이 털썩 그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아이는 창밖을 보며 눈을 빛내고 있었다. 그 순간 아이를 바라보는 할머니의 눈은 피곤함은커녕 소녀처럼 생기 있게 빛나고 있었다.





  자신도 힘들지만 아무 계산 없이 자연스레 사랑하는 이를 위해 도움을 주는 작은 행동은. 어떠한 초능력보다도 강하고 아름답다. 영웅처럼.

이전 02화 노란 화살표모자를 쓴 아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