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영웅전 #7
바쁜 하루를 보낸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오랫동안 한 프로젝트에 매달렸지만, 예상한 성과는커녕 제자리인 것 같은 느낌에 지쳐가고 있었다. 모든 것이 헛수고처럼 느껴졌고, 힘겨운 하루를 위로하기 위해 혼자 자주 찾는 작은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늘 앉던 창가 바에 자리를 잡고 조용히 식사를 주문했다. 그리고 그때, 옆자리의 낯선 중년 남자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그 남자는 곤색 작업복을 입고 있었고, 피곤해 보였지만 얼굴엔 온기가 서려 있었다.
“오늘 참 고된 하루였네요. 일하는 게 참 쉽지 않죠?”
중년의 남자가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주저하던 남자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화를 시작했다.
“저도 일이 잘 안 풀려서, 노력해도 계속 같은 자리에 있는 기분이 들 때가 많아서요.”
중년의 남자는 잠시 생각하더니, 조용히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나사를 조이는 일도 자주 하게 되죠. 나사를 조일 때 보면, 나선 모양의 나사가 한 바퀴를 돌면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조금씩 더 깊이 들어가고 있어요.”
남자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중년의 남자가 설명을 이어갔다.
“사람의 인생도 그렇지 않나요? 가끔은 같은 자리를 맴도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조금씩 더 나아가고 있는 거예요. 나선처럼 말이죠. 수평으로 보면 같은 자리에 머무는 것 같아 보여도, 수직으로 보면 한층 더 올라가 있는 거예요.”
그 말에 남자는 순간 멍해졌다.
그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작은 변화들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비록 눈에 띄는 성과는 없었지만, 예전의 자신이라면 쉽게 포기했을 어려운 상황들을 견뎌낸 순간들이 떠올랐다. 그 순간들 하나하나가 사실은 작은 성장이었음을 깨달았다.
원을 그리며 계속 같은 자리를 돌고 있는 것 같아도, 실제로는 나선이었다. 위에서 보면 보이지 않았지만 옆에서 보면 조금씩은 성장하고 있었다. 곤색 작업복 남자가 돌리던 나사는 나에게 돌아와 내 삶을 다른 방향에서 보게 만들었다. 영웅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