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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뉴 Jan 10. 2024

2024년 새해를
뉴욕 타임스 스퀘어에서!

김성주 작가의 뉴욕 여행기

실례합니다. 혹시 이 줄이 타임스 스퀘어(Times Square) 입장 대기 줄인가요? 그렇다고요, 천만다행입니다. 새벽같이 나왔는데 입구라고 공지되어 있던 곳마다 아무 표시가 되어있지 않아서 어찌나 맘 졸였던지요. 경찰들도 하나 같이 모르겠다면서 답이 없지 뭡니까. 발 동동 구르며 6번가까지 온 보람이 있군요. 이미 줄 서 계신 것을 보니 꽤 일찍 나오신 듯한데 몇 시에 오셨습니까? 여덟 시요, 역시나 뉴욕 타임스 스퀘어에서 새해를 맞이하려는 분들이 많군요. 앞으로 자정까지 14 아니 어휴, 15시간이 남았네요. 그래도 이제 광장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벌써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저도 이날을 오랫동안 꿈꿨거든요. 뉴욕에서 맞는 새해 첫날을. 


뉴욕은 여행으로 오셨습니까? 네, 저도 여행 중입니다. 11월 말에 왔으니 벌써 한 달이 넘었네요. 오늘을 위해 엊그제 오셨다고요. 조금 더 빨리 오셔도 좋았을 텐데요. 지난 한 달간 정말이지 하루도 쉴 수가 없었습니다. 화려한 도시다 말로만 들었지 이렇게 12월 한 달이 통째로 축제 기간일 줄은 상상 못 했다니까요. 자정까지 하루가 길 테니 지금 서 있는 6번가 그리고 한 블록 너머 5번가를 배경으로 펼쳐진 뉴욕 축제 이야기들을 들어 보시겠습니까. 혹시 모르죠, 내년에는 연말을 내내 뉴욕에서 보내고 싶을지도.



| 매일, 곳곳이 축제 분위기

뉴욕에서의 12월

ⓒ 김성주 작가



11월 마지막 주부터 이 5, 6번가 그리고 타임스 스퀘어까지가 통째로 축제장이 되더군요. 추수감사절에는 6번가에서 그 유명한 메이시스 퍼레이드(Macy's Thanksgiving Day Parade)가 열렸습니다. 미국 그리고 뉴욕을 상징하는 커다란 캐릭터 풍선부터 고적대, 응원단, 댄서, 유명 연예인, 셀러브리티까지 두 시간 넘는 긴 퍼레이드가 이어졌습니다. 



ⓒ 김성주 작가



추수 감사절이 끝나면 곧장 크리스마스 파티가 시작되죠. 12월 9일은 너도나도 산타 복장을 하고 거리를 활보하는 산타콘(SantaCon) 행사가 있었습니다. 산타 복장을 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식당과 술집 앞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을 보기만 해도 즐겁더군요. 저기 보이는 라디오 시티 뮤직 홀(Radio City Music Hall)에서는 크리스마스 스펙타큘러(Christmas Spectacular) 공연이 열립니다. 크리스마스, 연말 시즌을 대표하는 공연이니 챙겨 볼 가치가 있죠. 다분히 미국 그리고 뉴욕다운 음악과 군무가 가득한 흥겨운 공연이었습니다. 



ⓒ 김성주 작가



그 외에도 곳곳에서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모습들이 퍽 감동적이었습니다. 언젠가 저녁을 먹고 나오는데 건물 로비에서 피아노와 트럼펫 앙상블이 펼쳐지더군요. 촛불 몇 개에 겨우 의지한 어둑어둑한 공간에서 듣는 밴드 음악이라니. 무척이나 감동적인 순간으로 기억합니다.



ⓒ 김성주 작가



여러 나라들을 가 봤지만, 뉴욕 사람들만큼 크리스마스에 열정적인 이들도 드물 겁니다. 뉴욕에 있는 유명한 트리 장식들만 보기에도 바쁘니까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크리스마스 장식인 록펠러 센터(Rockefeller Center) 앞 트리. 맞습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어김없이 생각 나는 영화 <나 홀로 집에 2 - 뉴욕을 헤매다>(1992)에 나온 그 트리입니다. 맞은편에 있는 삭스 백화점 벽면의 장식도 매년 화제가 되죠. 


올해는 롯데 뉴욕 팰리스(Lotte New York Palace) 호텔 앞의 트리 그리고 허드슨 야드 쇼핑몰의 장식이 특히 인기가 많았습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브루클린 남쪽 다이커 하이츠(Dyker Heights)에 가 봐도 좋겠습니다. 동네 전체가 인형과 조명으로 장식이 되어 있거든요. 이 외에도 말씀드릴 것이 많습니다만 잠시 미루죠. 분위기를 보니 곧 광장에 입장하려는 모양입니다. 



|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새해맞이

타임스 스퀘어 볼 드롭

ⓒ 김성주 작가



이렇게 다시 뵙는군요. 쏟아지는 인파에 휩쓸려 다시 못 뵐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행사 정말 지루하지 않습니까. 1시간에 10분 남짓 사회자와 가수가 몇 마디 하는 걸 빼면 끝없는 기다림이군요. 명성에 비해 그리고 이만큼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한 준비로서 정말 형편없습니다. 12월 31일 밤에 이 광장에 한 자리 차지하고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오랜 소망을 이뤘습니다만. 



ⓒ 김성주 작가



그나저나 볼 드롭이라는 명칭이 원 타임스 스퀘어(One Times Square) 건물 꼭대기에 있는 크리스털 볼 때문에 붙었다는 것 알고 계셨습니까. 공이 있는 줄도 모르셨다고요, 저도 그렇습니다. 새해 1월 1일 0시에 맞춰 세계에서 가장 큰 3.65m짜리 크리스털 볼을 낙하시키는 것이 1907년부터 시작된 전통이라더군요. 그래도 광장을 채운 사람들 모두 즐거워 보입니다. 이곳에서 새해를 맞는다는 의미 그리고 다가오는 날들에 대한 희망 때문이겠죠. 그렇게 생각하니 새삼 대단한 행운아가 된 것 같습니다.



ⓒ 김성주 작가



긴 하루 그리고 한 해의 끝이 보입니다. 11시 59분이 되니 60개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됐습니다. 일 초가 이렇게 빨랐군요. 0시 그리고 2024년 1월 1일이 되면 하늘에선 꽃가루가 쏟아지고 그 유명한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의 ‘뉴욕, 뉴욕(New York, New York)’이 광장을 가득 채울 것입니다. 그땐 다시 휩쓸려 뵐 수 없을 테니 미리 인사를 해 두죠. 


2023년의 마지막 날을 함께해서 영광이었습니다. 누군가는 그저 여러 날 중의 하루라고 하지만 우리가 의미를 둔다면 얼마든지 특별해질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날마다 설레는 맘으로 보내시길 바랍니다. 새로운 여행의 첫날처럼. 마지막으로 외쳐 볼까요. 5, 4, 3, 2, 1. 해피 뉴 이어!


이 글은 포토그래퍼 김성주 작가가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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