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시즌이면 항상 보는 영화가 따로 있다. 어릴 때는 집 앞 비디오테이프 대여점에서 '나 홀로 집에' 시리즈를 빌려 봤다면, 지금은 아이와 함께 '해리포터' 시리즈를 본다. 매년 이맘때면 항상 보는 영화지만 질리지도 않는다.
주요 관심사가 식물이다 보니, 해리포터 영화를 보면서도 식물이 눈에 들어온다. 후려치는 거대한 버드나무라던지 뽑으면 소리를 지르는 맨드레이크 같은 것들 말이다.
맨드레이크는 사실 영화나 전설 속에만 있는 식물이 아니라 우리 세계에 실존하는 식물이다. 지중해 남부와 중동 지방에 자생하는 가지과 식물로, 어두운 잎이 로제트 형상으로 펼쳐지고 보라색 꽃이 핀다.
맨드레이크는 식물의 모든 부분에 강력한 독성이 있다. 쓰임에 따라 고통과 불안을 잊게 하고 진정 효과가 있지만 환각을 불러일으키며 심하면 의식 불명이나 사망에 이를 정도의 치명적인 독성을 가지고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맨드레이크 와인이 수술 시 환자를 마취시키는 데 사용되었다고 한다.
맨드레이크의 잎과 꽃이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건 사실이지만, 사실 이 식물의 공포스러움은 뿌리에서 나온다. 맨드레이크 뿌리는 인간의 형체를 꼭 닮았다. 작은 악령이 이 식물에 산다고 믿어진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교수대 밑에 자라는 풀로 사형수의 정자에 의해 발아했다는 황당무계한 소문도 있었으며, 그 뿌리에는 죄수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도 했다.
맨드레이크를 땅에서 뽑으면 끔찍한 비명 소리를 듣게 되는데, 이로 인해 청력을 잃는 것은 기본, 사망에 이를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서 맨드레이크를 뽑는 방법이 따로 있었으니...
먼저, 맨드레이크 줄기를 개에 묶은 다음 사람은 아주 멀리 피신한다. 그런 다음 멀리에서 휘파람을 불러 개를 부른다. 그러면 개가 뛰어가면서 맨드레이크가 뿌리째 뽑히게 되는데 이로 인해 개는 죽고 말지만 귀한 약재인 맨드레이크는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개의 희생이 필요한 아주 비윤리적인 방법이라 많은 동물 애호가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이야기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다. 맨드레이크가 아주 귀하게 사용되는 약재라 마녀들은 이 식물을 아무나 뽑아가길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뿌리를 뽑으면 악마의 비명소리가 들린다는 소문을 퍼뜨렸을지도 모른다. 목숨이 아깝거든 그 식물을 그냥 거기 놓아두라... 그런 것 아니었을까?
악령이 깃든 것처럼 광기를 불러온다는 이 식물은 아주 오래전부터 마녀들에 의해 사용되었다. 맨드레이크의 마약성 환각 성분은 자신을 날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데, 마녀들은 맨드레이크 성분을 바른 빗자루에 타고 올라 스스로를 위로하고 환락의 시간을 즐겼다고 한다. (사실 마녀라고 불리는 이들은 숲에서 혼자 살며 약초를 다루는 외로운 여자들이었으니... )
맨드레이크는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식물이다. 영화에서 맨드레이크는 저주받은 사람을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약효가 있는 해독제로 등장한다. 강력한 독이자 해독제.. 죽음이자 쾌락인 신비한 식물이다.
전설 속 식물이 아니라 실존하는 식물이라는 것도 놀라운데, 숨겨진 이야기들도 하나하나 찾아 읽어보니 정말 흥미롭다. 식물에 대한 나의 호기심과 흥미는 끝이 없다. 다음에는 또 어떤 놀라운 식물 이야기를 만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