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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유한 식물 누나 Aug 05. 2021

별꽃이 피는 수수께끼 식물


마치 조화 같았던 그 식물


예전에 회사에 다닐 때 그러니까 식물에 대해서는 완전히 무지했을 때 우연히 눈에 들어온 식물이 있었다. 직원 휴게실 앞쪽으로 이따금 햇빛이 드는 커다란 창이 있었다. 창가 선반 위에 무심히 올려진 이 식물은 잎이 도톰하고 풍성했는데 매년 봄이면 연핑크 별꽃이 피어나곤 했다.


잎만 볼 때는 전혀 이런 꽃이 필 것 같지 않은 식물이어서 조화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던 기억이 있다. 잎도 두텁고 반짝반짝 윤이 나서 꼭 인공 식물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환상적인 별꽃마저 너무 비현실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청소 아주머니께서 한 번씩 물을 주시는 것으로 봐서는 진짜 식물이 분명해 보였다.  



당시 식물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해서 아주머니께 식물의 이름을 여쭤봤는데, '매년 때만 되면 꽃이 피는데, 진짜 예쁘제?' 하는 답변만 돌아왔다. 물도 한 달에 한두 번 줄까 말까 하는데 알아서 잘 산다고 하셨다.  


다른 직원들은 그때의 나만큼이나 식물에 대해 관심이 없어서 다들 남은 커피만 화분에 쏟아 버리곤 했다. 사람들의 무심함 속에서도 이 식물의 잎은 마치 왁스를 칠해놓은 듯 반짝반짝 윤이 났던 기억이 있다. 사무실 대박 나무라던 녹보수는 잎이 다 떨어지고, 금전수는 추위에 얼어 죽어도 이 식물만은 늘 싱그러웠다.



아, 네가 호야였구나! 


그 후로 우연히 식물에 빠지게 되어 이 아이의 이름을 알게 되었을 때, 휴게실 앞의 그 식물이 퍼뜩 머리를 스쳤다. '아, 그 친구가 바로 호야였구나!' 지금은 우리 집에서도 작은 호야들을 키우고 있다. 여러 원예 품종이 있다지만 나는 딱 기본적인 흔둥이가 좋다. 지금 글을 쓰는 이 시간에도 내 옆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호야.



호야는 적어도 5년은 키워야 꽃을 보여준다고 한다. 호야의 꽃은 도자기 꽃(Porcelain Flower)이라고 불릴 만큼 형태가 섬세하고, 잎만큼이나 은은한 광택이 난다. 게다가 그윽한 향기까지 선사해 주는데, 누군가는 초콜릿 향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호야를 키울 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호야는 덩굴성 식물인지라 줄기가 길게 늘어지면서 자란다. 하지만 늘어진 줄기가 치렁치렁 거추장스럽다고 잘라버리면 꽃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호야는 한 번 꽃을 피운 줄기에서 계속 꽃을 피우는 성질이 있으니, 꽃을 피운 줄기는 가지치기 하지 않는 편이 좋다.  너무 긴 줄기는 싹둑 자르기보다는 화분 안쪽으로 말아주거나 철사로 모양을 잡아주면 된다. 꽃 욕심이 없다면 가지치기한 줄기를 물에 꽂아두면 금세 뿌리가 내리고 수경재배로 쉽게 키울 수 있다.



환상적인 별꽃을 만나는 방법 


호야는 반그늘에서도 잘 적응하여 산다지만 꽃을 보기 위해서는 빛이 잘 드는 창가에서 키우는 것이 좋다. 또한, 욕심을 내어 너무 큰 화분에 분갈이하는 것보다는 뿌리가 가득 차더라도 분갈이는 미루는 게 오히려 꽃 피우는 데는 도움이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뿌리가 꽉 차 있을 때 오히려 개화가 촉진되는 것이 호야의 특성이다.  


호야는 꽃이 형성될 때 장소를 이동하지 않는 것이 좋다. 꽃을 잘 보겠다고 갑자기 화분의 위치를 옮기면 꽃을 피우지 못하고 꽃송이가 그대로 떨어지는 경우가 가끔 있다. 개화 전에는 빛이나 환경 변화를 최소화하고, 평소엔 건조에도 잘 견디지만 공중 습도도 조금 올려주면 좋다. 



호야는 추위에도 강한 편이니 베란다 월동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 겨울에 춥다고 실내로 들여 애지중지하는 것보다는 약간의 추위를 이겨내도록 내버려 두는 게 식물 건강과 개화에 도움이 된다. 우리 아이들을 키울 때도 지나치게 감싸주고 챙겨주는 것보다 넉넉한 테두리 안에서 스스로 이겨내는 힘을 길러줘야 하는 것과 같다.  



새집 증후군에 맞서는 호야

 

호야는 다육질의 잎을 가지고 있어 수분을 통통한 잎과 줄기에 저장해 두기 때문에 물 주기도 한 달에 두 번 정도면 충분하다. 장마철이나 겨울에는 물을 주는 주기를 더 늘리기도 한다. 지나친 관심보다는 내버려 둘 줄 아는 여유와 거리두기가 필요한 식물이 바로 호야다. 


호야는 포름알데히드와 자일렌 등 새집증후군을 유발하는 물질을 제거하는 유익한 공기정화 식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새집에 입주할 때나 리모델링, 새 가구를 들인 후에 실내에서 키우기 좋다. 



병충해 피해가 적은 튼튼한 식물이지만 건조하면 가끔 깍지벌레가 발생할 수 있다. 물을 줄 때 베란다나 욕실로 데려가 늘 샤워시키며 물을 주는데, 이렇게 물을 주면 병충해 예방에 도움이 되고 잎의 먼지도 씻겨 내려가 광합성에 도움을 준다. 이렇게 관리한 덕분인지 나의 무심함에도 아직 깍지벌레 발생은 없다. 


물도 자주 먹지 않고, 분갈이도 자주 필요 없어서 무심한 성격이거나 일상이 바쁜 식물 집사에게 잘 맞는 식물이다. 고가의 무늬종들이 유행하는 가운데 오리지널 호야는 요즘 트렌디한 식물은 아니지만, 반려식물로 함께 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5년을 기다려야 볼 수 있다는 그 섬세한 도자기 별꽃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함께 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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