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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Jan 05. 2024

SNS 속에서 살게 될 너에게 (세상은 요지경_신신애)

사회화와 가식 사이에서 갈팡질팡 고민하게 될 거야...

세상은 요~지경/요지경속~이다/잘난~ 사람은 잘난대로 살고/못난 사람은 못난대로 산~~~다/

야 야 야들아/내 말좀 들어라/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짜가가 판~친~다/인생 살면 칠팔십년/

화살같이 속히 간다/정신~차려라/요지경에 빠~진~다/싱글벙글 싱글벙글//도련님 세~상방실방실 방실방실/아가씨 세~상/영감 상투 삐뚤어지고/할멈 신발 도망갔네 허//

세상은 요~지경/요지경속~이다/잘난~ 사람은 잘난대로 살고/못난 사람은 못난대로 산~~~다/

세상은 요~지경/요지경속~이다/잘난~ 사람은/잘난대로 살고/못난 사람은/못난대로 산~~~다

야 야 야들아/내 말좀 들어라/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짜가가 판~친~다/인생 살면 칠팔십년/

화살같이 속히 간다/정신~차려라/요지경에 빠~진~다/싱글벙글 싱글벙글//도련님 세~상방실방실 방실방실/아가씨 세~상/영감 상투 삐뚤어지고/할멈 신발 도망갔네 허//

세상은 요~지경/요지경속~이다/잘난~ 사람은 잘난대로 살고/못난 사람은 못난대로 산~~~다/


-세상은 요지경, 신신애



그러니까 언젠가부터의 일이다. 

나는 언젠가부터 아이와 즐겁게 노는 일상을 SNS상에 올리기 시작했고, 내 아이의 일상을 내 지인들은 쉽게 접할 수 있었다. 굳이 아이를 만나지 않고도 내 지인들은 얼마나 아이가 컸는지를 알 수 있게 되었고, 어떻게 아이가 자라고 있는지, 말은 어느정도로 늘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진지한 글보다는 잔재간이 있는 글에 좀 더 재주가 있는지, SNS 상으로는 그런 사진과 그런 글만 올렸을 때 반응이 더 좋았다. 어렸을 때는 페이스북을 더 많이 했던 것 같은데 요새는 인스타그램을 더 많이 했고, 좀 더 이미지에 특화된 매체이다보니, 사진을 부지기수로 찍어댔다.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아이의 일상을 공개하며 그들에게 받는 좋아요 만큼이나 나는 어릿광대가 되는 것 같았다. 아이와 항상 특별한 일들을 해야 하고, 아이와 즐거운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서 대부분의 시간을 핸드폰을 쥔 채로 보내는 나의 일상이 뭔가 이상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감행한 이직은 가뜩이나 더 혼란스러웠다. 



혼란함이 가중된 것은 COVID-19. 코로나의 시대가 대창궐하면서, 다양한 생활양식을 가졌던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 단일한 생활양식으로 자리잡을 때였다.사람들이 모여사는 사회에서 살기 위해 사회성을 가르치는 재택근무를 하게 되고, 줌으로 화상회의를 하게 되는 시대가 창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SNS에 자신의 생활방식을 더 공개하게 됐다. 살아온 삶이나 가치관보다는 지금 사는 집, 지금 하는 일 등의 즉시성을 가진 사진이나 영상들을 보면서, 이상하게도 자꾸만 내가 살아온 방식과 가치관을 비교하고 검증했다. 


그러다  SNS와 실제를 거리조정을 못하게 된 사건이 있었다. 내 SNS에는 무조건 좋아요와 댓글을 누르며 스토리에 말을 거는 한 팬(!)을 자처하는 지인이 있었는데, 상호관계가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항상 현타가 왔다. 팬의 SNS를 보다보면, 그 자신 자체가 SNS와 실제 자신의 괴리감이 상당했다. 심지어 공개계정과 비공개계정의 괴리도 상당했다. 


사실은 다들 이렇게 생각하면서 저렇게 행동했던 건가? 실제로는 이렇게 말하면서, 속으로는 다들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고? 그 팬의 "진짜" SNS를 볼 때마다 감정조절이 걷잡을 수 없이 힘들어지면서 사실 너무도 괴로운 시간들을 거쳐야 했다. 


사람의 말과 행동을 보면서, 그 사람의 진짜 의도는 따로 있을 거야 저건 진심이 아닐거야,하고 곧이 곧대로 믿지 못하게 되는 순간은 어찌나 비참한 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내게 보여주고 믿게 했던 사람의 진짜 모습이 실은 가짜 모습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 켜켜이 쌓이는 배신감이란.


모두가 이렇게 사나? 모두가 이런 외로움과 거리감을 겪으며 사나? 


그리고나서 바라본 SNS 속 사람들의 관계란 정말 허망하기 그지없었다.

좋아요 하나에 왔다갔다거리는 것 같은 호감도, 팔로우 하나에 끊겨버리는 관계.



해결책은 간단했다. SNS를 한동안 끊는 것. 그리고 필요할 때만 하는 것.

난 그와의 SNS를 끊으며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제는 SNS에 마음을 너무 두지 않으려 한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잘나가는 SNS를 보면서 와 대단하다! 할 수도 있고, 에이, 저거 별거 아냐. 할 수도 있다. 또 다른 사람의 SNS를 보면서 예쁘다~ 할 수도 있고, 이거 다 포토샵이네, 할 수도 있다. 이런 태도를 선택하는 것은 온전히 나의 몫이다. 누군가의 목적이 될 필요도 없고, 누군가의 대상이 될 필요도 없다. 그냥 SNS의 나는 내 일부분이고, 또 어떤 알지 못하는 곳에서의 나는 그것조차 내 일부분일 거다. SNS상에 올리는 것은 내 자유고, 좋아요를 누르는 것은 그들의 자유거나 혹은 알고리즘의 영향일 것이다. 한동안 끊어본 결과, 나는 SNS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할 것을 깨달았으며, 아이와 함께 한 기록장으로서 SNS를 선택했다. 



"너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쏟아부을 수 있는 사람은, 그만큼 부정적인 감정을 쏟아부을 수 있다는 것도 명심해야 해."


자초지종을 들은 한 현명한 선배의 말이다. 괜히 선배가 아니었지.


사람은 정말 다채로운 모습을 가지고 있다. 나에게 보이는 일면만이 정답은 아니고, 나에게 보이는 것만으로 판별하는 것은 코끼리를 만져본 장님 같은 일이다. 엊그제 나에게 행복함을 느끼게 해줬던 이가 오늘 내게 불행함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 그것은 그 이의 잘못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 이에게 내 감정을 결정할 수 있게 곁을 내 준 내 선택의 결과다.  


이제는 더 활발해진 SNS속 소통을 보면서 떠올려본다. 아이는 친구와 DM으로 얘기할 것이고, 페톡으로 하루내 소통할 것이며, 가끔은 라이브를 켜서 반 친구들에게 공지를 할지도 모른다.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을 더욱더 헤쳐나갈 것이며, 그런 와중에 겪게 되는 인간관계는 또 얼마나 다면적이며 다양할지 나는 감히 짐작조차 못하겠다. 


누군가의 일상을 엿보며 아이는 와, 부럽다. 할 수도 있고, 엄마, 우리도 이렇게 하자.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 나는 왜 그래야 하는지나 왜 그러면 안되는지에 대한 나름의 로직을 가지고 있어야 할 텐데. 과연 내가 그럴 수 있을까?




세상은 정말 요지경이다. 잘난 사람은 잘난대로 살고 있고, 못난 사람도 못난대로 어찌저찌 살고 있다. 그런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어울리지 않는 것도 모두 선택은 나의 몫이다. 지금처럼 내가 보여주고자 하는 부분만 선택적으로 선택할 있는 SNS 세상을 나아갈 나의 아이에게 나는 어떤 교훈을 먼저 보여줘야 할까.


남을 믿지 말아라?

너를 포장하지 말아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해라?


하지만 오프라인이라고 이러지 않을까. 오프라인 역시도 인감도장, 보증은 절대 조심해야 하고, 자신의 일부분을 포장해내서 사람들 앞에 서야 하며, 때로는 하기 싫은 일들도 억지로 해내야 한다. 그것을 우리는 사회화라고 부른다. 


아이가 SNS 속 사람들의 일면에 환멸을 느낄 때 나는 뭐라고 해줘야 할까. 겉과 속이 다른 사람도 세상에는 존재한다는 것? 아니면 겉과 속이 같은 사람과 어울리라는 것? 나는 너무도 남을 믿고, 포장해야만 팔릴 있는 사회에 살고 있으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무엇인지조차 헷갈리는 중이다. 그런 어른으로서, 그런 인간으로서 아이에게 나는 딱히 해줄 말은 없다. 아직 나조차도 갈팡질팡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는 가끔 내 인스타에 들어와 자기의 릴스를 보며 킬킬댄다. 


엄마 이거 보여줘, 엄마 이거 더 만들어줘. 

하면서 릴스의 배경음악이었던 의미없는 외국 가요나 음악을 흥얼거린다.


언젠가 아이가 엄마의 SNS에 팔로우를 거는 날이 올까? 

조용히 차단을 누르는 날이 더 빠르겠지. 


내가 엄마의 카카오톡 프로필이 바뀔 때마다 확인하고 어이쿠, 하고 읊조리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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