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린 감정노트-5화
1화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https://brunch.co.kr/@onionny/142) 나는 나라고 해서 365일 먹을 것에 집착했을 리는 없으며, 음식이 당기지 않는 날도 분명 있었을 거라는 내적 확신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게 소식의 문으로 들어가는 열쇠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는 음식을 폭식한 날 왜 그랬는지에 대한 경험치는 무척 많았지만, 음식을 적당히 그러면서도 건강하게 먹은 날 내가 어떻게 해서 그럴 수 있었는지에 대한 데이터는 전무하다시피했다.
그런 날 나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내가 어쩐 일이지? 어쩌다 보니 이런 날도 있네"
"사실은 이게 평범한 거지"
나는 좋은 행동을 낳은 나의 생각이나 감정, 상황 등은 살펴보지 않았다.
그러나 좋은 행동이라고 해서 그게 '당연한' 건 아니다. 적당한 양을 먹고 건강한 음식을 택하는 건 특히나 나에겐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좋은 행동을 했을 때 축하와 함께 스스로에게 질문했어야 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를 말이다.
감정 노트를 쓰기 시작한 초반, 나는 내게 여러 권의 감정 노트가 생길 거라고 생각지 못했다.
감정노트를 꾸준히 쓰면서 내가 그동안 성공의 경험을 (의식했던 못했던) 적지 않게 해왔고, 노력하면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순간순간 기록해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보석 같은 사실이다.
기록 속 과거의 나에게서 배웠다.
미래의 나도 기록 속 현재의 나로부터 무엇인가 배울 게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계속해서 감정노트를 쓰는 이유다.
스스로에 대해 '나는 이러저러한 사람이다'라고 틀을 만들어두면 변화가 어렵다. 선입견은 무서운 것이다.
나에 대해 선입견을 만들어두었음을 알아차린 나는 그것에 계속해서 의문을 던졌다. 일부러 그 틀을 깨는 노력을 계속했다. 수정이 필요하다면 수정을 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감정을 현미경으로 보듯이 세밀하게 관찰한 결과, 내게도 식욕이 없는 날이 종종 찾아온다는 기막힌 사실을 발견했다. 과거의 나는 그럴 때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신호로 보고 힘을 내기 위해 음식을 더 챙겨 먹곤 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몸이 보내는 신호와 반대로 행동하는 건 자연을 거스르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식욕이 좀 없는 날도 있을 수 있는 거지 하고 가볍게 한번 받아들여보기로 했다.
굳이 밥을 열심히 챙겨 먹지 않을 거니까
장을 안 봐도 되고,
간단히 먹으니 요리를 안 해서 편하고,
먹은 게 적으니 설거지할 그릇도 적었다.
몸이 편하네?!
입맛이 없어도 먹어야 한다는 건 (혹은 잘 먹어야 한다는 건) 주변에서 듣고 학습된 것이었을 뿐이지 내 몸의 순리에는 맞지 않았다.
흔히 밥을 먹지 않으면 기운이 없어서 안된다고들 한다. 그런데 가끔 식욕이 없는 경우라면 먹는 양을 줄여도 별 문제가 없더라.
몸이 아프지도 않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원래대로 식욕이 돌아오더라.
이걸 알게 된 후로 어느 날 식욕이 없어졌을 때 나는 그것에 이렇게 이름을 붙였다.
"식욕이 휴가를 갔다"
식욕아 푹 쉬다 와.
그때까지 나는 나대로 자유롭게 살고 있을게.
(이 얼마나 좋은 휴식의 기회냐!! 나이스으~!!!)
#소식 #방법 #소식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