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린 감정노트-6화
아침 식사하시나요?
보면 아침을 꼭 먹어야 한다는 사람이 있고, 아예 안 먹는 사람이 있죠. 그런가하면 아주 간단히 아침 ‘대용’식을 먹는 사람도 있는데요.
저는 살면서 이 세 가지 방식으로 두루 지내보았습니다.
먼저, 아침을 꼭 먹던 시기.
이 시기는 제가 태어나서 초중고 학창 시절까지 인데요. 저희 집에서 아침을 먹는 건 당연한 문화였습니다.
저는 아침을 먹지 않으면 학교를 못 가는 줄 알았어요 (농담입니다). 그만큼 저에게는 아침이 당연했어요. 키가 크려면 아침을 거르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죠.
이제 막 일어나 떠지지 않은 눈을 비벼가며 식탁에 앉아서 한 숟가락이라도 뜨고 학교에 갔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아침을 거르기라도 하면 수업시간에 배가 고파 점심시간을 기다리기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두 번째. 아침을 일부러 먹지 않은 시기.
아침을 늘 먹던 저는 대학교 3학년 무렵에 문득 아침을 안 먹어보기로 합니다. 계기는 어느 일본인 저자가 쓴 책이었는데요.저자는 아침을 먹지 않는 게 인간의 몸에 잘 맞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오랜 역사에서 인류가 지금처럼 아침을 먹기 시작한 게 불과 얼마 안 됐다면서 말이죠. 농사 기술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먹을 것이 변변치 않던 그 시절에는 아침에 해가 뜨면 집을 나서서 그날 먹을 양식을 구하기 위해 사냥을 하거나 열매를 채취하러 다녔고,
오전 내내 빈속에 활동했다는 거죠.
오후가 되면 식량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와 가족과 나누어 먹고 저녁에 배를 채우고 잠이 들었다는 겁니다.
당시 저는 그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저녁에는 마음껏 먹고 자도 된다는 게 독특했는데요. 이 식사법에 따라 저녁에 밥을 든든하게 먹었을 경우에 다음날 아침에 공복을 유지하고 낮 12시쯤 점심을 먹게 됩니다.
LED 등도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에는 해가 저물면 7시나 8시에 저녁을 먹고 잠이 들었을 테니 긴 공복시간이 생깁니다. 거의 16시간을 공복이니까 지금으로 치면 간헐적 단식이네요.
저자는 빈 속에 활동하는 오전에 인체가 위장을 비우고 혈관을 청소하게 된다,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는 아침 먹는 게 귀찮을 때가 있었는데 잘 됐다 하며 원시시대의 인류처럼 살아보기로 합니다.
장시간 공복을 유지하면 혈관청소에 도움이 되고 위장과 대장이 쉴 수 있는 시간을 주어서 건강에 이롭다는 그의 생각에 동의했어요.
그 외에 매력을 느낀 건 점심과 저녁에 맛있는 것을 몰아서 먹어도 된다는 사실이었죠. 입맛이 돌지 않는 아침에 의무감으로 칼로리를 채우기보다는 식사를 맛있게 할 수 있는 점심과 저녁에 푸짐하게 먹으면 비슷한 칼로리로 더 큰 행복을 얻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난생처음 아침을 먹지 않는 학생이 되었습니다. 처음엔 심플해서 좋았어요. 잘 넘어가지 않는 아침밥을 먹지 않아도 되고, 학교 갈 준비를 하는 데 시간 여유도 생겼죠.
그리고 생각보다 배가 고프지 않았어요.전날 마음껏 먹어두었기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저녁이 되면 내일 공복에 미리 대비해두려는 마음이 생기더군요.
‘이렇게 먹어서는 내일 오전에 배고플 거야. 내일 아침에 안 먹을 거니까 조금 더 먹어야지’
그런데 저녁을 넉넉하게 먹었더니 속이 불편했어요.
아침에 일어날 때 몸이 무거웠고 낮에는 피곤했어요.
저자의 이론대로라면 건강에 좋아야 하는데, 과연 저녁에 많이 먹는 게 건강에 좋은 게 맞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소화를 다 시키지도 않고 잠을 잔다? 원시시대에는 그랬는지 몰라도 현대에는 맞지 않는 게 아닐까?
불편을 느낀 저는 이후 저녁식사 양을 적당히 줄여나갔어요. 그러자 오전에 학교에서 강의를 들으면서 배가 고픈 시간이 점점 앞당겨졌어요. 아직 1교시밖에 안 지났는데 일찍부터 배가 고팠죠.어느 날엔 당이 부족해 강의 내용이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배 속에서는 빨리 음식을 넣어달라며 요동을 쳤어요.
학교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버스로 환승하고 학교 정문을 지나 강의실로 올라가는 여정 자체가 많은 칼로리를 소모하게 만드는 데다가,
수업을 들으며 머리를 쓰다 보니 저는 날이 갈수록 아침 공복이 버거워졌습니다.
이만하면 몸이 적응할 때도 된 것 같은데 왜 적응이 안 되지?
하면 할수록 왜 힘이 들까?
어렴풋한 옛날이라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침 공복을 최소 한 달 이상 지속했던 것 같은데요. 결국 저는 위 속 쓰림으로 아침 공복을 그만두었습니다. 이후 위염치료를 위해 양배추즙을 갈아서 마셨던 기억이 납니다.
세 번째. 아침을 간단히 먹은 기간.
배고플 때는 먹고 배고프지 않으면 먹지 않는 습관을 들인 이후로 간식을 줄이고 소식을 하는 데 수월해졌는데요.여기에 익숙해지다 보니 아침을 먹고 싶지 않으면 그냥 먹지 않고 출근을 하곤 했습니다.
너무 배가 고플지 모르니까 간단히 견과류나 바나나를 챙겨갔어요.
30대가 되어서일까요? 이렇게 해도 예전보다 배가 쉽게 고프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저녁에 퇴근이 늦다 보니 잠을 늦게 자게 됐고, 아침에 눈을 뜨면 밥을 먹느니 잠을 20분 더 자는 쪽이 좋았어요.
여하튼 그렇게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먹어도 평소에 먹는 양이 적다 보니 위가 줄어든 건지 배가 그렇게 고프지 않았습니다.
그후 다시 아침을 먹는 시기.
현재 이야기입니다. 저는 요즘 아침을 제대로 챙겨 먹고 있습니다. 그동안 소식하는 데는 신경을 썼지만, 식사시간을 지키지 않는 건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던 것 같아요.
배가 고프면 그때 먹으면 된다는 생각에 별 일이 없는 날이면 아침을 10시에 먹고, 점심을 3시나 4시에 먹기 일쑤였는데요.이렇게 되면 8시에 저녁을 먹게 되고 배가 불러 수면시간이 뒤로 밀려나게 되더군요. 아침형인 제가 밤에 잠이 없는 날이 많았습니다.
올해 컨디션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꼈는데, 이런 불규칙한 식사와 수면이 이유가 아니었나 싶어요.
아점이 아닌 ‘아침’ 먹기.
며칠 전부터 다시 지키고 있습니다.
정해진 때에 규칙적으로 식사하기는 생각보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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