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린 감정노트 - 9화
예전에 회사 근무시간이 낮~밤에 걸쳐있던 적이 있었다. 이왕 여건이 이렇게 된 거 올빼미형으로 살아보자 해서 퇴근 후 새벽에 잠이 들고 다음날 해가 환하게 방을 비출 때서야 일어나는 생활을 1년 넘게 했을까. 올빼미형 생활이 나에게 맞지 않음을 알게 됐다. 그 회사를 나온 후 나는 다시 아침형 인간으로 돌아섰다.
충분한 잠을 자는 것은 참 중요한데 몇 시에 잠들어서 몇 시에 일어나는 게 적당한지는 사람마다 다른 듯하다. 아침형 인간이 한 때 유행하고 한동안 잠잠하더니 미라클 모닝이 유행하면서 아침형 인간으로 사는 사람이 는 것도 같다.
세포 재생이 가장 활발한 시간대가 밤 10시에서 새벽 2시 사이라고 하던데, 실제로 나는 10시~12시 사이에는 잠을 자야 푹 잤다고 느낀다.
몇 시에 잠드는지와 더불어 저녁에 음식을 몇 시에 먹는지도 신경을 쓴다. 밤에 야식을 먹으면 다음날 이상하게 아침에 몸이 무겁기 때문이다. 일어나기 싫어서 조금만 더 자야지 하다가 늦게 일어나게 되고, 늦게 일어나면 밤에 늦게까지 잠이 안 온다. 그래서 늦게 잠들면 다음날 또 늦게 일어나는 바람직하지 않은 순환이 시작된다.
그래서 가급적 7시 이후에는 음식 섭취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매일. (아마도 평생…?!)
이른 저녁을 먹는 데 성공해도 잠들기 전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뭐가 먹고 싶어지는 순간이 유령처럼 찾아온다. 배가 고픈 것도 아닌데 ‘갑자기’ 이러면 스스로도 내가 왜 이러나 싶다.
허기짐에 냉장고나 부엌 찬장을 열고 배를 조금 채워주기를 며칠 거듭했다. 나는 이 ‘갑자기’ 순간이 몇 시에 찾아오는지 기록해보기로 했다.
-밤 9:50
-밤 10:30
-밤 10:30
-밤 10:15
-밤 9:15
그때그때 시간은 조금씩 달랐지만 특정한 시간대에 찾아왔다.
밤 9시~ 10시 30분.
좋은 식습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의지력, 감정관리 (스트레스 관리 등)도 중요하지만, 몸이 보내오는 신호를 잘 읽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하기 전 사람들은 지금처럼 늦게까지 깨어있기 어려웠을 거라는 걸 떠올리며 나는 밤중에 내 몸이 내게 무슨 말을 하려던 건지 이해해보려고 애썼다. 그러자 꽤 일리 있는 추리를 해볼 수 있었다.
해가 졌는데도 몇 시간 동안 잠 잘 생각을 하지 않는 주인에게 내 몸은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주인님! 잘 시간이 됐는데도 저를 안 재우고 이렇게 계속 쓰실 거면 음식을 넣어주세요!”
몸의 입장에서는 하루의 배터리가 소모되어가는데 주인이 잘 생각을 하지 않으면 불안할 것이다. 연료가 충분치 않다고 판단되면 주인에게 호르몬으로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몸이 나에게 갑자기 음식이 먹고 싶다는 신호를 보내온 시간대가 마침 이상적인 내 취침 시간과 일치했기에 나는 이렇게 해석하기로 했다.
=이제 잠잘 시간이야. 하던 거 다 멈추고 이불속으로!
밤중에 갑자기 뭔가 먹고 싶은 순간이 찾아온다면 그건 유령이 아니라 '최적의 잘 시간’ 이다. 그 신호가 왔을 때 음식을 먹을 게 아니라 하던 일을 멈추고 이불속으로 들어가 잠을 청하기로 오늘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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