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원 Oct 28. 2022

완벽한 제로웨이스터 vs 대충 하는 제로웨이스터


책 [전지적 지구 시점]을 읽은 독자분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가 있어요. 환경을 위한 실천을 완벽하게 하지 않아도 된다, 각자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하자는 말이 좋았다고 말씀들을 해주셨어요.


많은 분들이 ‘환경’하면 매일 환경을 생각하고 매 순간 진심 이어야 하지 그렇지 않고 변덕스럽다면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신 게 아닌가 싶은데요.


잠깐 어떤 상황을 상상해볼게요. 사람이 많은 번화가에서 어떤 환경단체가 부스를 세워놓고 캠페인을 하고 있어요. 환경과 관련된 이슈를 시민들과 나누고 서명을 받는 자리예요. 그런데 여러분이 지나가다가 이 단체의 활동가가 일회용 컵에 담긴 음료를 마시는 걸 보게 돼요. 이 순간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세요?


또 다른 상황 하나를 가정해볼게요. A, B  두 사람이 있어요. A라는 사람은 환경에 전혀 관심이 없어요. 가까운 거리도 자동차를 타고요, 에어컨을 빵빵 틀고 실내에서는 긴팔을 입어요. 재활용되는 캔이나 플라스틱을 일반 쓰레기통에 버려요.


B라는 사람이 있어요. 주변에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어요. 이 사람은 제로 웨이스트에 진심이에요. 그런데 이 사람이 제로 웨이스트를 9번 잘하다가 마지막 10번째에 그만 일회용품을 쓰고 말았어요.


여러분들은 A, B 두 사람 가운데 어떤 사람의 행동에 더 눈이 가시나요?


제가 봤을 때 많은 경우에 사람들의 관심이 B에게 더 가는 듯합니다. 두 상황에 대한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면요, 저는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앞에서 말씀드린 환경단체 활동가와 방금 말한 B라는 사람은 평소에 환경을 생각하며 노력하는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그날은 어떤 사정으로 (시간이 없었거나, 날씨가 너무 더워서 목이 말랐거나, 잊어버리고 텀블러를 안 들고 왔거나) 일회용을 쓰게 된 거겠죠. 다회용을 썼으면 좋았겠지만 피치 못하게 일회용을 쓰는 날도 있을 수 있어요. 그런데 잘한 9번은 당연하고, 못한 그 한 번이 사람들에게 왜 그렇게 크게 다가갈까요?


제가 좋아하는 배우 공효진 씨도 환경을 위해서 노력하는 연예인 중 한 명이예요. 예전에 [공책]이라는 환경 에세이를 냈고, 업사이클 의류 브랜드를 만들기도 했어요. 얼마 전에는 생일이 다가오자 팬들에게 정중히 선물을 거절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어요. 환경적인 이유 때문이지요.


작년이었던가요. 공효진 씨가 배우 엄지원 씨 개인 유튜브 채널에 나왔어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모여서 리스를 만들고 있었는데요 리스를 만들다가 말고 공효진 씨가 이렇게 말해요.


“나 갑자기 생각났는데 내가 이렇게 나무를 자르는 거 괜찮을까? 저 나무 심어야 되는 사람인데…”

이어지는 영상에서는 지금 리스용으로 쓰는 가지가 나무를 벤 것이 아니라 잔 가지라고 설명해줬어요. 시청자들의 오해를 방지하기 위함이었겠죠.


사람들 앞에서 어떤 발언을 하고 나면 언행일치가 아닐 경우에 비난을 받을 리스크가 있죠. 저는 공효진 씨가 그런 점에서 부담감을 느끼는 것 같았고, 그 모습이 인간적으로 다가왔어요.


사실 환경을 위한 실천은 언행일치를 완벽히 적용할 수가 없는 분야입니다. 매일 같이 먹는 채소만 하더라도 포장 없이는 살 수 없는 상황이잖아요. 환경을 위한 행동만 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런데요. 우리가 환경에 매일 매 순간 진심이 아니면 아예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되는 걸까요? 어떤 날은 텀블러를 쓰고 그다음 날은 일회용을 쓰면 위선인 걸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한 가지 가정을 해볼게요. A, B라는 두 그룹이 있어요.  A는 단 한 명의 사람이에요. 이 사람은 제로 웨이스트를 엄청 열심히 해서 10번 중의 10번 모두 다 제로 웨이스트를 해요. B그룹은 어떨까요. 여기는 인원수가 많아요. 10명이에요. 그런데 이 그룹은 제로 웨이스트를 하기는 하는데 가끔 해요. 빈도가 낮아요. 여러분은 A, B 두 그룹 가운데 어느 그룹이 더 나아 보이세요?


저는 제로 웨이스트를 너무 열심히 하지 마시고 대충 해도 된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어요. 한 사람이 10개의 쓰레기를 안 만들기는 어려워요. 그런데 10명의 사람이 각자 1개의 쓰레기를 줄이는 거는 그 보다 훨씬 쉬워요. 그런 사람이 100명이 모이면 100개의 쓰레기를 줄일 수 있고 1000명의 사람이 각자 1개씩만 줄여도 1000개의 쓰레기가 줄겠죠.


저는 우리가 스스로에게 그리고 서로에게 관용의 시선을 가지면 좋겠어요. 어떤 날은 환경을 위한 행동을 할 수도 있고, 어떤 날은 이런저런 상황상 못할 수도 있다고 말이죠.


완벽하지 않을 거면 하지 않는 게 아니라 각자가   있는 선에서 뭐라도 하는  낫습니다. 저는 이게 현실적이면서도 지속 가능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전 08화 나는 어떤 계기로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