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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니언수프 Oct 24. 2022

9월 기록 (임신 9주~12주)

체덧 절정, 입덧 좋아짐, 1차기형아 검사

꾸준히 기록을 남기려고 했는데 쉽지가 않다.

날짜 단위로는 기록하지 않아서 어렵지만 이 시기에 느꼈던 것 위주로 적어 본다.


8월 31일 ~(9주~10주)

입덧 계속.

입덧이 심한 임산부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음식이 덜 제한된 것 같아 정말 다행이었다.

정말 토덧 심해서 크래커나 토마토로 연명하시는 분들도 많음......ㅠㅠ


구운고기는 고깃집 앞에 지나다니면 냄새가 싫어서 엄두가 안 났고, 

회나 해산물 안 땡겼고, 좋아하던 새우가 먹기 싫었던 기억.

라면 먹으면 소화 아예 안되고, 콩나물국밥, 뼈해장국, 순대국, 순두부찌개, 김치찌개 등

얼큰하고 뜨거운 탕국, 찌개 위주로 먹으며 생활했던 시기.

국물음식이 아니면 식사가 내려가는 거 같지가 않아서 ㅠㅠ

전에는 회사 아저씨들의 입맛이 진짜 싫었는데 (또 순두부찌개야?) 이제는 적극 찬성. 

그래도 가끔 헤비한 치킨, 피자, 떡볶이는 먹을 수 있을 거 같아서 먹기도 했었다.


식사 후에는 으레 

'누가 내 식도에서부터 명치까지 꽉 쥐고 안 놓아주는 느낌' 으로 지냈다.

저녁에는 이 느낌(=체덧 이라고들 함)이 너무 심해서 트림을 시도해도 원체 트림 시원하게 못 하고,

그렇다고 겁나서 토하지도 못하고 양껏 먹지도 못하고 괴로워하고,

집에서 만드신 매실액 한숟갈 꿀떡 삼키고 산책 20~30분 돌아 주면 그나마 쪼금 괜찮았다.

보통 매실액은 탄산수나 따뜻한 물에 타서 많이 먹는데, 그러면 안 그래도 가득찬 위장이 액체를 뿜어낼 것 같아서 나는 원액 한 숟가락을 삼키곤 했다.

식욕 자체가 별로 없고 그나마 먹고 싶은 만큼 양껏 먹지도 못하는 삶은 얼마나 괴로운 것인지...


지금까지 안 질리고 제일 잘 먹는 건 방울토마토.

간식용으로 쟁인 곤약젤리, 과자류는 원래도 단 걸 안 좋아하는데 가공된 단맛이 뒤에 오래 남는 게 혀가 찝찝해서 손이 잘 안 감. 귤, 사과, 토마토가 좋고 주스도 단맛 강한 건 별로였다.


암튼 먹는게 너무 힘들어서 배는 똥배처럼 나오는데 몸무게는 오히려 줄었다. 

이 시기에는 먹은 음식 사진도 없고 기록도 없이 살았다.

아무리 식사 후 체기가 힘들어도 산책은 짧게 5분이라도 매일같이 했고 지금도 계속 하고 있다.

잠깐이라도 걷지 않으면 저녁내내 음식이 더 안내려감.


회사에서는 점심을 먹은 후에 졸음이 너무 심할 때가 있어서,

지금은 사람들이 잘 찾지도 않는 추억의 '애니타임' 캔디를 한 봉지 갖다 놓고 오후에 먹었다.

단맛이 약간 있지만 실제 당류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그래서 산뜻한 캔디.


그래도 10주 후반 정도부터는 

아----주 천천히, 아----주 조금씩, 하루 단위로는 느끼지도 못할 정도로 컨디션이 좋아지고 있었다.

10주 후반 어느날 매일 1정씩 먹던 입덧약(디너지아)을 안 먹어 봤는데 다음 날 생각보다 컨디션이 괜찮아서

그 즈음부터 입덧약을 서서히 끊었다.

울렁대지 않은 건 아니지만 이 정도는 참자, 하고 지내다 보니 괜찮아서 아주 끊을 수 있었음.


그러다가 13주 1일

원래 수육 하려고 샀던 돼지목살을, 어느 세월에 저녁에 수육을 하려나 싶어서 구워 먹자! 했는데

그게 너무 맛있게 잘 먹혔다. 

그 때부터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컨디션이 점차 올라온 듯.

가끔은 충분히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새벽이나 점심 때 급격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배가 고파서

빵을 먹고 잔다던가, 집앞 백반집에 혼자 뛰어간다던가 하는 날도 있었다. (현타)


11주~12주 정도까지 나를 괴롭히던 체덧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아지면서

양치덧이 생겼다. 양치할 때 그렇게 헛구역질이 올라오는데 음식도 같이 역류하는 느낌...

식사 직후에 양치를 하려면 더 올라와서 조금 기다렸다 했고, 양치를 대충 하자니 음식 느낌이 남은 혀 뒷맛이 너무 싫어서 아주 시원한 치약 (나는 아요나 치약을 조금 썼음)으로 혀뿌리까지 잘 닦아야 한다.


낮에는 그다지 자주 간다고 느끼지 못하는데,

임신 초기부터 새벽에 꼭 그렇게 요의가 있어서 최소한 한 번은 깨어나서 소변을 봐야만 한다.

이건 16주인 지금까지도 매일같이 그렇기에 수면의 질은 조금 낮아진 듯.


12주 1차기형아 검사

이 때쯤이 9월 말 환절기라 재채기, 비염이 심한 날이 가끔 있어서 페니라민을 처방받았다.

약한 항히스타민제라는 것 같다.

1차기형아 검사 때는 배초음파를 약 10분 정도 봤고, 특히 목투명대 길이로 염색체 이상을 확인했다. 기준은 병원마다 다를 수 있지만 3.0~3.5mm보다 길이가 짧으면 정상범위로 보고, 길이가 짧을 수록 정상일 확률이 높다 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한다. 범위 안에만 들어가면 정상이라는 것.

뱃속 아가는 길게 쟀을 때 2.34mm로, 정상범위로 확인 해 주셨다.(..만 괜히 걱정스런 마음에 엄격한 기준으로? 더 찾아보긴 했었음)

-기형아검사 자체는 피검사로 하며 16주쯤 진행되는 2차기형아 검사 결과와 합산해서 결과를 알려준다.

-임신중독증 위험 검사도 피검사로 했는데, 이건 저위험군이라고 문자로 알려 주었다.



15주부터는 튼살크림을 바르기 시작했다. 

그 전에는 집에서 쓰던 바디오일을 종종 발라 주는 정도였는데 본격 튼살크림과 함께함.

아모레에서 나오는 일리* 튼살크림을 온라인으로 샀는데, J가 하필 같은 날 같은 제품을 말없이 사는 바람에

집에 똑같은 제품이 배송돼서 아깝?기도 하고 텔레파시가 통해서 기분이 좋았었다.


튼살크림을 본격 사용한 뒤부터는 임신 후 계속 나를 괴롭힌 피부염이 아주 많이 가라앉았다.

등과 골반 라인까지 가려워서 염증이 번지고 있었는데, 이 크림이 딱히 피부염 용도가 아닌데 그 동안 건조했던건지 모르겠으나... 양껏 발라 주니 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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