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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니언수프 May 09. 2021

제목 때문에 망설였다면, 눈 딱 감고 <상견니>

먹을 것 없는 이야기


대만 작품 특유의 약간은 촌스러운 배경의 풋풋한 첫사랑, 그 감성을 아시는지.

시시하고 올드한데 그 감성을 가끔 맛보고 싶을 때가 있다.


대만 영화와 드라마 중에서 우리나라에서 아마 제일 유명한 것은 주걸륜과 계륜미 주연의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일 것이다. 2007년에 개봉했으나 난 언제 봤는지는 모르겠다. 계륜미는 저런 단발을 했는데도 청순미가 넘치다니, 그리고 거의 최초로 접해 보는 타임슬립 로맨스에 적잖이 충격적이던 영화.

그 이후로 대만이 각인된 건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이것도 개봉 당시에 본 것은 아닌데, 회사 동기가 엄청나게 꽂혀서 가진동을 보러 대만에 가야 겠다고. 그리하여 대만에 여름휴가를 간 게 2013년, 이후 8년만에 '대만'이 뇌리에 꽂히는 작품이 등장했다.


제목은 <상견니>.

중국어 능력자 동료가 있어, '최근에 꽂혀서 보고 있는 대만 드라마가 있어요! 제목이 상.. 상견니 .....'

라고 신나게 이야기를 시작하다가 좀 쫄보가 되었는데

'상견니가 뭐야? -_- 아아.. 샹젠니?' 라는 예상했던 반응을 이끌어낸, 어색하기 짝이 없는 한글 독음 제목.


한번만 눈 딱감고 재생한다면, 올해 보시는 드라마 중에 최고의 드라마가 될 것이라 자신한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 같은 타임슬립을 반복하며 서로를 잊지 않고 만나려는 황위쉬안과 리쯔웨이의 러브 스토리. (아 이쯤이면 진짜 잘 설명한 거고 자세한 건 아랫 분이)

 

https://brunch.co.kr/@cacris/118


<본격 상견니 영업글>


1. 일단 남주들이 잘생겼어.

아........여주 황위쉬안 (=천윈루) 내 취향 아닌데 어쩌지 그만볼까, 이 갈등을 대충 한 2화 정도만 잘 버텨주면 그 다음에는 훈훈한 남주들이 나와서 시선을 고정시켜 버린다. 이건 같은 남자인 J가 봐도 인정.

메인 남자주인공 왕취안성 (=리쯔웨이) 의 재기발랄하고 능청스러운 캐릭터와 외모,

서브 남자주인공 모쥔제의 풋풋하고 부드러운 외모에 헌신적인 맴찢 캐릭터가 아주 상반되기에

괜스레 내 취향은 누구야, 하고 멋대로 저울질 해보는 재미(?) 가 있다.

(우리 부부는 모쥔제 파, 쥔제야 행복해)

근데 보다 보면 여주도 이뻐 보여.

주인공들은 1인2역을(아니 어쩌면 1인3역) 하는데 어쩜 그렇게 씬마다 귀신같이 다른 사람 같을까 싶다.


2. 스토리가 탄탄해. 고퀄이야.

1998년, 2003년, 2008년, 2009년, 2019년, 여러 번의 타임라인이 있는데도 하나도 놓치는 부분이 없이 완벽한 구성을 갖추고 있다. 이거 쓴 작가 쓰면서 머리 터질듯한 순간이 많지 않았겠나 싶을 정도로 치밀한 스토리.

남자친구의 죽음에 슬퍼하는 황위쉬안 > 1998년 삼총사의 풋풋하고 미묘한 감정 > 2019년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알고 재회하게 되는 황위쉬안과 리쯔웨이 > 황위쉬안을 어떻게든 만나보려는 2000년대의 리쯔웨이 > 다시 과거로 돌아가 모든 것을 바꿔 보려는 황위쉬안

대충 이렇게 흘러가는데, phase가 넘어갈 때마다 연결된 다른 작품을 보는 것처럼, 어느 순간 힘을 잃기 쉬운 타이밍에 환기가 대단하다.


3. 음악이 묘하게 중독성 있어.
타임슬립을 가능하게 해 주는 우바이의 <Last dance>는 말할 것도 없고 (이 곡에 중독되신 분들 많더라. 소이 쟝스 .... ) 이 드라마를 위해서 만들어진 ost도 은근하게 좋다. 약간 일본 감성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오프닝에도 아주 잘 어울리고, 여러 가지로 음악까지 신경쓴 드라마.


이거 진짜 대만 드라마 맞나. 이렇게 고퀄 드라마 뽑아내기 정말 공들였을 것 같다.

이 드라마를 다 보고 나서 매일 유튜브로 '대만 브이로그' 검색해 보는 거 안비밀.


아, 또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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