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래도 꽃을 보러 키우는 식물이나 관엽식물 보다는, 먹으러 키우는 식물에 관심이 있다.
집에서 숙주, 콩나물 키우는 유튜브 동영상을 계속 보다가, 그런데 그런 콩은 어디서 사지.
마트에서 무순 씨앗을 발견했다.
이거다.
물만 주면 금방 자라고 또 씨앗도 쉽게 구했다.
* 물이 마르지 않게 자주 주면 잘 자란다고 한다.
1일차 : 5월 7일 저녁
방울토마토를 먹고 나온 플라스틱 용기의 뚜껑을 잘라버리고,
촉촉히 적신 키친타올을 깔고,
그 위에 한 시간 쯤 불린 씨앗을 골고루 깔았다.
* 무순 키워 본 사람들의 기록을 많이 보면 대부분 바닥에 구멍을 좀 뚫어서 숨을 쉬게 해주는 것 같은데,
그렇게 하지 않아도 잘 키운 사람들도 또 많아서, 그릇에 구멍이 있는지는 크게 상관없는것 같다.
신문지로 잘 덮어서 어두운 방에 하루를 꼬박 뒀다.
2일차 : 5월 8일 저녁
싹이 텄다. 두 번째 사진은 저녁 9시쯤 찍은 첫번째 사진으로부터 불과 1시간 지난 건데
또 저만큼 텄다. 거의 대부분 싹을 틔우는 것 같다.
하지만 아직은 어두운 곳에 두는 게 좋겠다 싶어 덮어 뒀다.
3일차 : 5월 9일
오전.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찍은 사진. 어젯밤보다 또 이만큼 다리를 내민다.
저녁. 저녁 6시반쯤 찍은 사진이다. 다리가 눈에 띄게 길어진 녀석들이 보인다.
이 작은 씨앗들이 다 자라면 진짜 무가 되는 건가..?
이쯤부터 신문지는 빼고 그냥 베란다 앞에 놔뒀다.
4일차 : 5월 10일
점심때 사진이다.
싹이 다 트고 뿌리가 자라고 있어서 거의 전부다 소리를 지르는 것 같다.
이 날 중요한 일이 생겨 지방에 내려가게 되어 집에 사람이 없었다. 12일 오후까지.
물을 흠뻑 주고 나왔으나 어찌 되려나 싶었다.
6일차 : 5월 12일
저녁때 사진이다.
10일 점심때부터 12일 점심때까지 물을 못 줬더니 이렇게 처참한 광경이...
가운데 있었던 녀석들이 아마 햇볕을 많이 받는 자리였는지,
아니면 밀집도가 너무 높아서인지 제일 많이 시들었고 더이상 자라지 못한 부분이 생겼다.
사이드에 있는 녀석들이라도 살려 보려고 물을 부지런히 줬다.
8일차 : 5월 14일
오후 다섯시쯤 사진.
한창 성장기에 씨게 고난을 겪었더니 잘 자라지 못하는 무순들...그래도 이 정도면 많이 푸릇해지고 있었다.
키가 좀 자라니 햇볕 조금이라도 비치는 방향으로 휙휙 고개를 잘 돌리길래
계속 용기를 돌려 주면서 키웠다.
9일차 : 5월 15일
옆에서 찍은 사진을 보니 복구가 안된 부분이 확연히 보인다.
무순을 이 상태로 오래 두면 시들해진다고 하고, 더 키우기는 무리인 것 같아 수확했다.
너무 짧게 자란 부분은 아깝지만 버리고, 직접 키운 무순을 연어장덮밥에 올려 봤다.
키친타올에 얼기설기 뿌리가 자라는 거라 다듬기 쉽지는 않았다.
(가위로 뿌리를 잘라 버렸다는 후기 다수)
난이도 최하이면서 성취감도 주는 9일간의 무순 키우기였다.
우리는 새로운 작물 키우기에 들어갔는데,
녹두 싹이다.
무순처럼 한번에 많이 키우면 숙주나물로 먹을 수 있는 그 작물이고,
서울식물원에 갔을 때 씨앗박물관에서 열심히 고민해서 고른 8알 들은 조선녹두다.
콩까지 수확해 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