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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니언수프 Feb 15. 2019

2월 비싸다고 놀리지 말아요, 마카롱

첫 베이킹 도전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자는 확실히 마카롱은 아니다. 단언할 수 있다.

내 머릿 속에 들어 있는 마카롱의 이데아는 너무 버터 필링이 달고, 색소가 끔찍하게 많이 들어 있고, 게다가 조그만 게 비싼 이유가 만들기 까다로워서란다. 훨씬 폭신하고 크기가 큰 다쿠아즈나, 속이 두부마냥 촉촉한 까눌레가 더 취향에 가깝다. 아니면 차라리 잼이 듬뿍 들어가고 겹겹이 쌓인 사과 페스츄리라던가.


그래서 '초콜릿을 주고 받는다는 그 날'을 앞두고 마카롱을 만들러 간 건 필연적으로 일어난 일이 아니다.

사실은 뭐라도 만들고 싶었다. 집에서 수없이 뚝딱뚝딱 하면서도 베이킹은 단 한번도 해본 적 없는 게 아쉬웠고,

맛있는 과자를 만들어 선물하(고 내가 먹)고는 싶으니, 그렇다면 그나마 쉽다는 마들렌으로 가자.


'프립'이라는 플랫폼을 통해서 마들렌 클래스를 지난달 미리 신청했다.

2월이 되어 클래스에서 다시금 연락이 왔다. 2월에 '하트 마카롱'을 개시했더니, 너도나도 원하셔서 결국 하트마카롱만 하게 되셨다고.

'그냥 마카롱도 아니고 하트 마카롱이라니 으악 오글오글, 그래도 이제와서 다른 걸 못 찾잖아.'

추가금을 약간 지불하고 하트 마카롱 클래스를 듣기로 했다.



2월 13일 반차를 냈다.

무슨 대학생도 아니고 이 나이 먹고 왜 이리 나는 '그 날' 챙기겠다고 유난떠나. 뭐 그런 생각을 하며.

준비된 재료가 많았다. 바닐라빈, 화이트초콜릿, 슈가 파우더, 아몬드가루, 흰자, 그 외 수많은 조리 도구들.

'아, 이건 집에서 할 수 있는 각이 아니다.'


일단, 마카롱은 필링과 꼬끄로 나눠진다. 겉이 바삭하고 안이 부드럽고 쫀득한 과자 부분은 꼬끄, 꼬끄 사이에 샌드된 버터 또는 초콜릿 베이스의 달달한 부분은 필링이라고 한다.


필링을 먼저 만들었다. 바닐라빈은 어디 산이고, 초콜릿은 어디 산이라 하여튼 뭐 고급진 재료만 준비하셨다는 선생님 설명은 귀 뒤로 제꼈다. 끓는 생크림에 바닐라빈을 넣고, 미리 녹여 둔 초콜릿에 섞으며 손과 눈이 따라가느라 바빴다. 만들어 둔 필링을 물이 생기지 않게 랩핑해서 냉장고에 차게 식혔다.


꼬끄 만드는 작업이 시작됐다. 각종 요리 또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많이도 구경했던 '머랭치기'를 드디어 내가 해 보는 거였다. 흰자를 미친 듯이 휘저으면서 조금씩 세 번에 나누어 슈가 파우더를 섞어, 찍어올리는 모양을 마치 서울우유 광고 나오는 왕관처럼 만들어 내는 게 머랭이었다. 이게 말로는 쉬운 거였다. 머랭 만드는 기계는 말 그대로 미친 듯이 돌았다. 무겁고 회전이 너무 빨라 팔이 아파왔지만 그래도 기계가 없었다면 어쩔 뻔했나 싶었다.


머랭에 아몬드가루를 섞었다. 아무렇게나 섞으면 머랭이 다 꺼져 버린다. 처음에는 아몬드가루가 입혀지는 느낌으로 여러 번 둘러 주고, 머랭 반죽을 뚝뚝 잘라내는 것도 많이는 안 된다고 했다. 그렇게 마카로나쥬 작업이 시작됐다. 머랭을 한바퀴 볼에 발라 주고, 한 번에 긁어다 뒤집어 주는 작업을 하다 보니 내가 생각보다 금손은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떠올려 보면 힘쓰는 작업이 아닌데 왜 그렇게 힘들었나 모르겠다. 게다가 이 작업 때문에 마카롱은 대량생산을 할  없다 하고, 그 얘기가 완전 와닿았다.


결과적으로 마카로나쥬가 끝나면 반죽은 위에서 떨어뜨릴 때 마치 계단을 만들듯 흘러내려야 한다. 깨지고, 속이 비고, 반죽부터 잘 안되는 등 꼬끄 때문에 망하는 경우 정말 많겠다 싶었다.


https://youtu.be/iTaRcuIGA1c



반죽을 '하트 모양으로' 짜 주고 충분히 말린 뒤 오븐에 굽는 작업을 했다. 이 때 나는 스스로 30여년 간 믿어온 금손아니고 똥손인 줄 알았다. 예쁘게 짜야 하는데 저렇게 짜기까지 할많하않. 오븐에 몇 도, 몇 분간 굽는 일도 프로가 옆에 계시니 망정이지 혼자서는 어지간해서 한두 번으로는 성공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구워진 꼬끄와 필링을 합체 시켜주는 작업은 일도 아니었다.


색소는 내가 좋아하는 보라색을 넣었다.


엄청 예쁘진 않고 좀 울퉁불퉁하지만 처음 만들어 본 내새끼들... 뭐 그런 소감이 들었다.

그리고 못생긴 마카롱은 누가 먹을까 겁나서 내 입에 얼른 집어넣었다. 못생기고 허약한 새끼를 잡아먹는 어미 야생동물의 마음은 약간 이런 것인가 싶었다. 그런 잔인한? 마음으로 살아남은 예쁜 마카롱만 선물로 전달됐다.

'나의 마음은 이렇게 예쁜 것만 있어.' 라는 듯.


마카롱 만드는 가게 주인 여러분 리스펙합니다.

굳이 쇼하면서 깨달은 '이건 사먹자' 음식 리스트에 마카롱이 추가됐다.

(리스트에는 만두, 탕수육이 있다)


마카롱은 사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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