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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전 Sep 01. 2019

해군 장교 이야기 #7 사생관과 안보관

군인의 주요 가치

긴장의 순간

  해군 생활을 하면서 배를 타고 바다에서 경비 임무를 수행하다 보면 다양한 실전 상황을 겪게 된다. 우리나라는 현재 휴전 중에 있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며 이로 인해 주적인 북한과 군사적인 긴장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해상에서는 연평해전, 대청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도발 등 북한의 도발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실제 대한민국 군전우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서해 바다에서 경비임무를 수행하며 실전 상황에서 작전대응을 하다 보면 나 또한 언제 어떠한 상황을 맞닥뜨릴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었다.


미사일 발사 훈련 중인 유도탄 고속정


  내가 강감찬함을 타면서 경계임무를 수행하던 중 새벽에 실전 전투배치 상황이 걸린 적이 있었다. 북에서 남으로 남하하는 항공기가 포착되었고 이에 우리는 레이더로 이를 추적했는데, 적아 식별을 위한 통신에도 지속적으로 무응답으로 일관하였기 때문에 적으로 판단하고 무장을 운용할지에 대한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을 접했던 적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다음날 뉴스에서 미국과 북한이 비밀 회담을 가졌다는 내용으로 그 정체를 알 수 있었지만 상황을 맞닥뜨렸던 당시 북에서 남하하는 항공기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고 대응을 하여야 하는지 결정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였다. 만에 하나라도 도발이 목적인 적 항공기였다면 우리 함정이 공격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인데, 물론 자체적 함정의 방어체계가 있지만 전투가 벌어진다는 것은 목숨을 담보로 하기 때문에 어떤 사건이 발생할지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당시 내 계급이 소위라서 정보가 지극히 제한적이었고 시야가 좁았기 때문에 혼자서 긴장했던 상황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내 해군 생활 중 가장 긴장감이 넘쳤던 경험 중 하나로 기억되는 사건이다.


영화 '연평해전'의 장면, 실제 교전이 몇 번 있었기 때문에 더욱 긴장하게 된다.


  내가 고속정 부장으로 있었을 때에 우리 고속정은 연평도와 백령도 근해에서 경계임무를 수행다. 해상 군사 분계선인 NLL을 경계로 대한민국의 해역을 지키고 있다 보면 북한의 함정이나 육지가 보이기도 했는데, 우리 고속정이 경계임무를 수행하는 구역은 과거에 해전이 발생했었던 구역과 인접해있었고 북한의 도발은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서 갑작스럽게 이루어졌다 보니 이런 사실들을 상기하다 보면 한 번씩 온몸에 긴장감이 감돌곤 했으며, 한 번씩 북한에서 도발을 위해 경비정이 NLL에 접근하는 상황이 생기면 더더욱 그러했다. 나는 이에 대응하는 상황을 반복해서 몇 번씩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사생관과 안보관 정립의 필요성에 대해서 느끼게 되었다.



사생관의 정립

  내가 군 생활을 하며 겪었던 위기와 긴장의 순간들 속에서  들었던 생각은 언제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하고 작전과 상황에 대응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살고 죽을 것인, 어떻게 죽음을 받아들일 것이며 무엇을 위해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군인이라는 직업은 목숨을 담보로 나라를 지키는 일이기에 이에 상응하는 각오가 필요하며, 내가 살고 싶은 마음과 나라를 지켜야 하는 군인이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감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목숨을 담보한다는 사실은 그만큼 현실에 더욱 충실해야 하며 후회 없는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가 된다. 하나뿐인 인생 결국 죽음과 맞닥뜨리게 된다면, 나라를 위한 희생은 다른 무엇보다 가치 있고 명예로운 삶일 것이다.


나라를 지키다가 순직한 천안함 장병들, 그들의 희생을 기억할 것이다. 그들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은 존재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군인의 희생이 그 직업의 숭고한 가치만큼 대우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도 든다. 미국은 군인이 전사하면 위인으로 대우하고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명예와 각종 혜택을 부여한다. 군인에 대한 다양한 복지와 사회적인 인식은 그들이 자신의 일에 명예와 자부심을 느끼고 나라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 동력이 되는 것 같다. 우리나라도 인식이 개선되어감에 따라 군의 전투력 또한 증가하고 우수한 인재들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 확신한다.



안보관의 정립

  군인으로서 임무를 수행하다 보면 국가의 모든 사건들은 안보라는 토대 위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과거의 역사 속에서도 강력한 국방력을 가지지 못한 나라는 외세의 침략을 받고 땅을 빼앗겼으며, 문화와 기술, 자원과 사람까지도 약탈되거나 다른 나라에 흡수되었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던 사실과 분단의 아픔을 겪었던 사실은 안타깝지만 이 또한 우리나라의 군사력이 약했기 때문에 일어났던 사건들이었다.


  요즘은 동맹국과 연합국의 발생, 핵과 같은 비대칭성 무기의 위험성, 기술과 무역의 발전으로 전 세계가 군사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다방면에 걸쳐 협력관계를 맺고 있어 과거와 같이 일방적인 힘의 논리로 약탈당하거나 통치를 당하는 형태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군사적으로 약한 나라는 외교적, 경제적으로 지속적인 압박과 견제를 받는다.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군사적 동맹을 바탕으로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었으며,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높은 수준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하지만 열강에 둘러싸인 우리나라 현실 속에서 상대적으로 더욱 강대국인 주변국들에 의 우리나라의 주권에 대한 견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 상황이다.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 사진, 우리는 휴전국가다.


  우리나라는 현재 전 세계의 유일한 분단국가이며 종전국이 아닌 휴전 국가다. 6.25. 전쟁으로 나라의 주권을 위해 세계의 수많은 군인들이 희생되었으며 그들의 희생을 기반으로 지켜진 주권 속에서 우리는 ‘한강의 기적’이라는 혁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소련의 사회주의, 공산주의와 미국의 자유주의, 자본주의의 이데올로기적 대립은 결국 소련의 붕괴로 미국의 승리로 끝이 나게 되면서 공산국가를 표방하는 나라들은 하나씩 무너졌지만, 북한은 이를 세습체제로 변형시켜 자신들만의 독재시스템을 만들었고 3대 부자가 권력을 세습하기에 이르렀다. 대한민국은 헌법상 한반도를 영토로 하는 유일한 합법적 정부이기에 한반도 내에서 체제를 계속에서 유지하고 있는 북한과 당연히 마찰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 있다. 소련의 승인과 중국의 지원 아래 김일성 주도의 기습적 남침으로 동족상잔의 비극을 일으킨 북한은 대한민국에게 주적이 되었고, 전쟁 이후에도 간첩사건, 무장공비 침투사건, 도끼만행 사건, 납치사건, 국지도발 및 해전, 천안함 피격, 금강산 관광객 피살 등 반복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북한은 우리 정부에 대한 적개심을 표현하고 도발을 자행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미사일 개발과 핵 개발을 통해 전 세계의 안보를 위협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대한민국을 둘러싼 주변 열강들, 세계 최상위 국가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대한민국의 내부의 치안은 세계 1, 2위를 앞다투는 선진 국가이지만 우리나라는 수많은 열강들로 둘러싸여 있다.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 대한민국과 북한의 관계 속에서 우리나라의 군사력은 주변의 열강들로부터 우리의 주권을 지키고 그 토대 위에서 발전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다. 미국이 세계 최대의 패권국가가 된 것 또한 국방력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안보를 토대로 그 위에 다른 경제적, 사회적 기반이 세워질 수 있기에 국방력을 담당하는 군인들의 역할매우 중요하다고 느낀다. 전쟁이 끝나고 모든 토대가 무너졌던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운 어른들, 힘들었다면 과거에 더욱 힘들었을 상황에서 군인의 길을 걸어왔던 선배들과 참전용사, 순국선열들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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