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전 Sep 02. 2019

해군 장교 이야기 #8 잠수함 교육

잠수함 장교에 지원하다.

선택의 시기

  해군 장교의 경우 2년 차가 되는 중위가 되면 또 한 번 선택의 순간을 맞이한다. 2년 차가 되면 전과를 신청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인데, 1년 간 배를 타고 함정생활을 경험하며 해군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을 쌓은 뒤에 다른 병과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다른 병과에 지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해군 병과의 종류, 생각보다 다양하다.


  해군의 병과는 함정(항해 및 기관), 정보, 병기, 보급, 시설, 조함, 정훈, 재정, 헌병 등으로 다양하며, 장교들은 개인의 적성에 맞추어 전과를 지원한다. 해군의 주요 임무는 배를 타는 것이기에 대부분의 인원은 함정병과로 편성된다. 주요 병과인 만큼 주요 직책도 많고 진급도 상대적으로 잘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만 한번 경비임무를 나가면 몇 주는 소식이 끊긴 채 생활하는 쉽지 않은 환경이다 보니 주요 병과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적성을 찾아 육상에서 생활할 수 있는 병과로 전과를 하거나 워라밸을 만족하고자 하는 장교들은 전과를 신청하곤 했다.



잠수함 장교 지원

  나는 참수리 부장을 하면서 잠수함 특기에 지원다. 잠수함 특기는 전과가 아닌 항해 병과의 특기로 분류다. 따라서 잠수함 특기에 지원한다는 것은 수상함과 잠수함을 모두 탈 수 있는 자격이 생기는 것이지만 보통 잠수함 장교로 선발되면 잠수함 타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잠수함을 지원한 이유는 첫째, 그냥 멋있었기 때문이며 둘째, 해군으로서의 자부심을 더욱 느끼고 좀 더 희소한 경험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군 생활을 풍족하고 알찬 경험으로 가득 채우고 싶었고 잠수함은 그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나는 잠수함 생활을 통해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할 희소한 경험을 할 수 있었고 다른 사람과 차별화가 된다는 사실은 항해 장교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느낄 수 있는 요소가 되었다. 지금도 내가 잠수함 장교를 지원했던 것은 장교 생활 중 최고의 선택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나는 잠수함 장교에 지원하였고 잠수함 교육을 7개월 간 받게 되었다.


잠수함은 수중에서 3차원 기동을 한다.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잠수함은 해군 내에서 일반 수상함과 같함정으로 분류되지만 수상함과는 완전히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수상함이 바다 위에서의 2차원 운동을 한다면 잠수함은 잠항 심도를 조절함으로써 3차원 운동을 하기 때문에 작전 개념의 차이가 발생하며 장비의 구조도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잠수함에서는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소음과 주파수 척도로 수상함의 위치, 형태, 침로, 속력 등을 계산하고 침로와 심도를 결정하항해하기에 시야와 레이더를 바탕으로 항해하는 수상함과 완전히 다른 개념을 공부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잠수함 교육은 장교와 부사관에 상관없이 몇 개월에 걸친 장기간의 교육기간이 설정되며, 수병이 없는 구조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나는 잠수함에 대한 기본적인 이론부터 실제 장비를 만져보고 다뤄보는 실습을 통해 잠수함의 구조를 익혔으며, 잠수함을 타고 항해해보기도 하면서 잠수함에 대해서 조금씩 배워나갔다. 잠수함은 첨단 과학기술의 집합체인 만큼 복잡하고 공부할 내용도 많았다.



잠수함 교육

  군대에 들어오게 되면 공부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이미 예전에 깨졌지만, 잠수함은 공부할 내용이 특히 더 많았다. 특히 잠수함은 폐쇄된 공간안에서 수중 항해를 하다보니 모든 간부들이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최소한의 위기 대응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자신의 분야가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함정의 장비를 포괄적으로 다룰 수 있어야 했다. 특히 장교는 올바른 지휘를 위해 함정의 전반적인 부분을 다 알아야 했기 때문에 나는 더욱 열심히 공부했다.


잠수함 기본교육을 받고 있는 간부의 모습, 공부할 것이 많다.


  군인뿐 아니라 많은 직장인들이 승진을 위해, 성과를 위해 꾸준히 공부를 한다. 일을 떠나 사람이 살아가면서 성장하기 위해 자기 계발과 공부는 영원히 해야 하는 숙제이지만 취업을 하게 되면 더 이상 공부는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실제로 공부를 하지 않는다. 나 또한 사관학교를 들어오면서 그런 마음을 가졌던 적이 있었지만 공부는 평생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었다.


  사람은 평생 공부하며 살아야 한다. 직무와 관련된 지식은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업무 성과를 높이는 용도로 활용될 수 있으며, 다른 분야에 대한 공부는 더욱 다방면으로 사고할 수 있는 기회와 불확실한 미래의 가능성과 기회를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나는 내가 모르는 새로운 분야와 사실들을 공부하는 것이 즐거워졌다. 새로운 지식은 도전이자 같은 시간을 더욱 오래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가치 있는 경험을 제공해주며 배경지식과 작은 조각으로 나의 인식과 기억에 스며든다. 공부는 자극으로 나의 사고를 더욱 폭넓게 할 수 있도록 도우며 더욱 올바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나 자신이 성장하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성취감과 더욱 노력을 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한다. 나 또한 의지가 약해서 공부를 손에 잡고 놓치는 경우도 다반사지만 조금씩 노력하며 살다 보면 내 미래는 조금이라도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새로운 도전

  잠수함 교육을 7개월간 받게 되면서 내 삶은 또 한 번의 변화를 맞이했다. 교육생이었기에 매일 수업을 들어야 했고 매주 시험을 봐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그동안 배를 꾸준히 타 왔던 나로서는 육상근무가 처음이었으며, 불규칙했던 일상 속에서 규칙적인 일상으로 바뀌게 되면서 새로운 삶의 패턴 속에 적응해야만 했다. 교육생 생활이 익숙해짐에 따라서 나는 하나씩 새로운 시도를 해보게 되었다.


  내가 가장 먼저 시도했던 것은 운동이었다. 7개월간의 규칙적인 생활 속에서 정생활과 같이 태세를 유지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출퇴근 전의 시간과 주말을 알차게  보내보고 싶었다. 생도 시절에는 운동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었었지만, 장교가 되면서 운동은 환경이 아닌 나의 의지와 선택이 되었고 그 결과 운동은 거의 하지 않. 고속정을 타면서 불규칙한 생활과 인스턴트 식품의 과다 섭취로 살이 찐 것을 느꼈기 때문에 운동의 필요성을 느꼈으며, 살아오면서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오랫동안 유지하는 경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근성과 끈기를 길러보고자 운동을 한 번 제대로 시도해보기로 했다.


부대 안에 수영장이 있어 접근성이 좋다.


  내가 해보고자 했던 운동은 수영과 헬스, 골프였다. 수영 해군인 나에게 접근성이 높은 종목 중 하나였고 골프 또한 군인들에게 비용이 싸고 접근성이 좋아 군인들이 많이 하는 스포츠였기 때문에, 앞으로 군생활을 계속한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나의 운동 일정은 아침부터 시작되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은 습관이 되어있었고 수업이 시작하는 시간은 오전 8시 30분이었기에 6시 30분에 일어나서 7시에 수영장에 도착해 수영을 했다. 30분에서 1시간의 수영을 마친 후 수업에 참가했고 수업이 끝나는 오후 6시가 되면 헬스장에 가서 유산소 운동 및 웨이트 운동을 했다. 저녁을 먹은 뒤 8시부터는 골프 레슨을 받았다. 1시간~2시간의 연습 후 집에 들어와서 자는 나의 새로운 삶의 패턴이 완성되었다. 새로운 삶의 변화는 처음에는 극도의 피로감을 동반했지만 점차 익숙해지면서 내 몸에도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장 큰 변화는 몸이 가벼워진 사실이다. 하루 종일 머리를 쓰고 몸을 움직였기 때문인지 칼로리 소비량이 많았다. 살이 계속해서 빠지기 시작했다. 나는 원래 몸무게의 변동이 크게 없는 편이었으나 어느새 찌운 살이 빠지면서 자연스럽게 몸이 가벼워지 삶에도 더욱 활력이 생기게 되었다.


   내가 운동을 하면서 병행했던 또 다른 한 가지는 식이조절이었다. 처음 발단은 교육생으로 육상근무를 처음 하게 되면서 밥을 직접 해 먹어 보자는 생각으로 반찬을 집에서 받아오거나 사와 간단하게 조리해먹고는 했는데 먹을 양을 미리 정해놓고 밥을 해서 먹으니 먹는 양이 확연히 줄어들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식이조절이 되었. 늘어난 운동량과 줄어든 식이습관은 내 몸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결과적으로 교육이 끝난 후 잠수함을 타게 되면서 운동은 다시 쉬게 되었지만 운동을 열심히 하고 성취를 냈던 경험은 이후의 내 삶에 큰 영향을 주었다. 내가 생각보다 근성과 끈기, 자기 통제력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또한 동기들과 같이 운동을 하고 골프를 배우면서 새롭게 얻은 경험과 인연, 추억들은 내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핵심 습관

  내가 운동을 하면서 다이어트에 대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살을 빼고 몸을 만드는 것은 먹는 것이 무엇보다도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따지겨 보면 운동은 살 빼는 것과 큰 관련이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릴 수도 있지만, 운동은 칼로리를 소비하는 것 외에도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운동을 하면서 강해지는 체력과 기초대사량의 증진은 내 몸을 건강하게 하 전과 같은 열량을 흡수하더라도 살이 덜 찌는 체질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해소, 정서적 안정, 삶의 활력, 자신감 증진 등 운동은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핵심 습관이라는 것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운동의 중요성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운동과 같이 나의 무의식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리 잡아 디폴트 값으로 설정되는 중요한 핵심 습관들이 몇 가지 있다. 자기 계발과 학습, 독서, 시간 지키기와 같은 좋은 습관, 재무적인 사고 등이다. 이 행동적 요소들은 현재 나의 삶을 급격하게 바꾸는 인과적 요소는 아니지만 누적되고 쌓여가면서 내 삶의 방향성과 태도, 행동을 만들어가는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예를 들어 재테크를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바로 부자를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지만 재무적으로 사고하는 습관은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내가 부자가 될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는 요소가 될 것이다. 운동을 반년 간 꾸준히 해오면서 나를 발전시키는 핵심 습관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되어 행운이었다. 그리고 바쁘게 살아왔던 이전 근무환경에서 달라진 여유로운 환경은 내가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또 다른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이전 07화 해군 장교 이야기 #7 사생관과 안보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