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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정문사서

에필로그 | 『은수의 두 번째 문장』

#148

by 온정선

나무 위에서

밑을 본다

뜯어 붙인 이 어깨 위의 날개가
과연 내 무게를 견뎌

저 땅까지 나를 안전히 데려다줄 수 있을까

목이 부러져 죽게 될까
아니면 살 수 있을까

혹은 그냥 이 나무 위에서
조용히 삶을 마감해야 할까


갈등하다 문득 생각한다

... 날개라

조금만 더 보강하면

내 몸을 지탱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럴수록
날개는 점점 무거워지고
마침내 나를 짓누를지도 모른다

밑에는 단단한 땅
위에는 무거운 날개

나는 그 사이에 끼어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나에겐 조형 감각이 없다는 것
그래서 제대로 된 날개를 만들 수 없다는 것

하지만 어쩌겠는가
종이 날개로는
결코 땅에 닿을 수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다시 밑을 본다

정말 내려가고 싶은가

그렇다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걸 기억해


진작 알았어야 했다
왜 아무도 내려가지 않는지
왜, 그토록 멋진 날개가 필요했는지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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