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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원하라 Aug 07. 2020

한 여름의 온기

어느덧 계절이 변해버렸네요. 그때 당신과 마주 앉아 따뜻한 국물을 나눠먹던 그 계절은 매우 추웠어요. 당신은 나에게 왜 이리 얇게 입고 다니느냐고 했죠. 나는 날이 그렇게 춥다는 것도 느끼지 못하고 다녔던 것 같아요. 당신과 함께 있다는 것에만 온통 신경이 집중되어서 다른 건 아무래도 보이지 않았어요. 하지만 당신 눈에는 그게 자꾸 보였나 봐요.


당신은 입고 있던 옷을 벗어서 한 겹을 떼어내고 나에게 입혀주었어요. 따뜻한 내의는 나에게 주고, 자기는 바람을 막아주는 겉옷만 입었으면서도 내 옷을 추스르는 것에만 신경 쓰는 모습이 좋아서 나는 가만히 당신의 바쁜 손짓을 바라보았어요. 따뜻한 당신의 관심을 계속 받을 수 있다면 나는 얼마든지 추운 상태여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기온이 차갑고, 바람이 많이 불어도 아무 상관이 없었어요. 마음속 아주 깊은 곳에서 따뜻함이 자꾸만 피어오르는 기분이었거든요. 그 온기만 있다면 내 세상은 영영 따뜻할 것 같았어요. 나는 하나도 춥지 않았어요. 당신은 나에게 그런 온기와 힘을 주는 사람이었어요.


의미 있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그때 당신과 나눴던 대화는 아주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이었지만 나는 아직도 그 날의 단어들이 기억나요. 당신이 나에게 의미가 있는 사람이라 그 날의 모든 것이 기억나는 것인지, 그 날이 의미가 있었기에 당신이 말들이 아직까지 떠오르는 것인지 나는 설명할 수 없어요.


지금은 그보다 훨씬 더 뜨겁고 더운 계절이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그 온기가 그리워요. 때로는 그 따뜻함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요. 더 이상 당신을 마주할 수 없는 지금이, 그 겨울보다 춥고 시려요. 당신에 대한 나의 마음이 계절을 뛰어넘고, 시간을 이겨요. 그때 당신도 나만큼 따뜻함을 느꼈을까요. 나는 그런 온기를 당신에게 전해준 의미 있는 사람이 되어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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